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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1980년대 시대 상황 담은 ‘불가불가’ 재발견해 무대 올려

불가불가(不可不可, 26일~4월10일)

등록 : 2022-03-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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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세종문화회관이 2022년 세종봄시즌을 여는 작품으로 선택한 연극 <불가불가>(不可不可)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불가불가>는 공연 하루 전 리허설을 하는 극장이 배경이다. 배우들은 임진왜란·병자호란·을사늑약 등 한국 역사상 절체절명의 위기를 앞두고 신하들이 찬반 공방을 벌이는 장면을 연습한다. 임진왜란 전 임금 앞에서 10만 양병에 대해 논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부득이하게 찬성하는 ‘불가불(不可不), 가(可)’와 절대적인 반대를 주장하는 ‘불가(不可), 불가’가 팽팽하게 대립한다.

한자어 ‘가’는 찬성, ‘불가’는 반대를 뜻한다. ‘불가불’은 마음이 내키지 않으나 마지못해 어찌 한다는 뜻이다. ‘불가불가’는 명확하게 끊어서 발음하지 않으면 ‘불가, 불가’라고 한 것인지, ‘불가불, 가’라고 말한것인지 알기 어렵다.

임금이 한 신하에게 의견을 묻는다. 신하는 “불가불가…”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러자 임금은 재차 “아니, 대감, 불가불, 가요? 아니면 불가, 불가요?”라고 묻지만 그 뜻을 알기 어려운 “불가불가”만 반복할 뿐이다.

발표 당시에만 잠시 주목받고 사라진 양질의 한국 현대 희곡을 재발견하기 위해 서울시극단(예술감독 문삼화)이 제작한 <불가불가>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고뇌하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초상을 그려낸다.

초연이 이루어졌던 1980년대는 대본이 수정되거나 검열을 통과해야 공연할 수 있던 시절인데, 한국현대 희곡을 재발견해 동시대의 시각으로 무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연극제(1987년), 동아연극상(1988년), 백상예술대상(1988년)에서 희곡상을 받은 이현화 극작가는 은유와 상징을 통해 당시의 정치 현실을 사실감 있게 그려낼뿐 아니라 역동적인 한국 현대사를 냉철한 시선으로 풀어냈다고 평가받는다. 연출과 각색은 극작가와 배우로도 활동하는 이철희가 맡았으며, 공연에는 2019년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강신구를 비롯해 김신기, 주성환, 최나라 등 서울시극단 배우들이 출연한다.

장소: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엠(M)시어터 시간: 화~금 오후 7시30분, 토 오후 3시·6시30분, 일 오후 3시 관람료: 좌석별 다름 문의: 02-399-1794

이규승 홍보아이티(IT)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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