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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려면 버려라! ‘우주 향한 꿈’ 이루는 그날까지

㉝ 국립과천과학관 누리호 기획전시에서 배우는 ‘운동량 보존 법칙’

등록 : 2022-06-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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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1차 발사 때 쓰인 75급 액체로켓엔진 실물이 국립과천과학관 중앙홀에 전시되어 있다.

로켓의 목표는 위성을 빨리 던지는 것

700㎞ 상공에서 초속 7.9㎞ 돼야 성‘ 공’

빠른 속도는 ‘로켓 질량’ 줄이며 얻어져

빈 탱크 계속 버리면 점점 가벼워지고

‘운동량 보존 법칙’ 따라 속도는 빨라져

관련 로켓 엔진 과천과학관서 전시 중

독자 기술로 2030년에 ‘달 착륙’ 목표


오는 8월엔 ‘달 탐사선’ 달에 보낼 예정

지난 21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누리호 발사일이 가까워지면서 관련 뉴스가 늘자 열 살짜리 딸아이의 질문도 늘었다.

“로켓 발사 때 불이 막 뿜어져 나오잖아. 근데 왜 로켓이랑 발사대는 불에 안 타?”

“불꽃이랑 같이 연기 올라오는 거 봤지? 그게 실은 수증기야. 불붙지 말라고 물을 뿌리거든.”

“근데 왜 로켓을 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려고. 그래서 로켓은 발사체라고도 불려.”

“근데 왜 인공위성은 지구로 안 떨어져?”

“궤도 위에 있어서 그래. 거기선 지구가 인공위성을 끌어당기는 중력이랑 인공위성이 빙글빙글 지구를 돌면서 생기는 원심력이 같아서 평형을 이루거든.”

답하고 나서 의문이 떠올랐다. 원심력이 생기려면 원운동을 해야 한다. ‘근데’ 로켓엔진을 떨구고 궤도로 들어간 인공위성은 무슨 힘으로 원운동을 하는 걸까. 혹시 아이한테 틀린 말을 한 건 아닐까. 국립과천과학관 누리호 기획전시와 유튜브 콘텐츠에서 답을 얻었다.

“우리가 학교에서 원심력과 중력이 평형을 이뤄서 인공위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배우기가 쉬운데, 엄밀하게 말하면 맞는 소리가 아니에요.”

‘우주를 향한 꿈, 누리호’ 강연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문인상 책임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아카데미 센터장)이 말했다.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속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인공위성이 궤도에 진입한다는 건 어떤 위치에 올라가서 그 위치에서 돌 때 필요한 속도를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공 던지기로 그 원리를 설명했다. 지구는 둥글다. 그래서 공을 던지면 언젠가는 지상으로 떨어진다. 아주 세게 던지면 그 공이 지구 반대편에 떨어질 수도 있다. 더더욱 세게 던지면 한 바퀴를 돌아서 뒤통수를 때릴 수도 있다.

“내가 던진 공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것, 이게 바로 인공위성의 원리입니다. 공을 세게 던진다는 것은 속도가 빠르다는 것입니다. 초기에 던지는 공의 속도가 매우 빠르면 지구 표면으로 떨어지지 않고 뱅뱅 돌 수 있습니다.”

‘지구 표면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매우 빠르게 던지는 것.’ 이게 바로 인공위성 발사에 로켓이 쓰이는 이유다.

도시에서 자동차로 8분 동안 달려야 하는 거리를 로켓은 1초 만에 갈 수 있다. 그 속도는 총알보다 훨씬 빠르다. 총알 속도는 초속 900~1000m. 우주로켓의 속도는 초속 10㎞가 넘는다.

로켓은 어떻게 이런 속도를 낼 수 있는 걸까. 버리기 때문이다. 질량을 버리면서 속도를 얻는다. 원운동을 할 힘을 얻는다.

비행기와 비교해보자. 로켓은 처음엔 비행기와 비슷한 크기로 발사된다. 그러나 많은 연료와 산화제를 소모한 뒤 빈 탱크들을 하나둘 버리면서 로켓의 크기는 작아진다. 무게도 점점 가벼워진다. 가벼워지면 속도가 빨라진다.

왜 가벼워지면 빨라질까. 로켓이 내부에 가진 연료를 태워서 만든 기체를 뒤로 빠른 속도로 밀어내면, 즉 작용이 생기면 반작용이 일어난다. 로켓의 무게와 속도를 곱한 만큼의 운동량이 그 반대 방향으로 생긴다.

총알을 발사(작용)할 때 총포가 뒤로 밀리는(반작용) 원리와 같다. 로켓의 운동량은 총알에 비할 바 없이 크다. 연료를 대량으로 폭발시키면서 엄청난 속도로 땅을 밀어낸다. 이렇게 운동량이 생긴 상태에서 무게를 줄이면 그 운동량이 나머지로 옮겨간다. 속도가 빨라진다. 더 많이 버릴수록 더 많이 빨라진다.

이 대목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법칙이 나온다. 바로 ‘운동량 보존 법칙’이다.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고립된 물체 또는 계에서 전체 운동량의 합이 보존된다’는 법칙이다. 공식으로 쓰면 이렇다. ‘p=mv’. 속도(v)와 질량(m)의 곱은 일정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p’는 운동량(pimentum)을 뜻한다. 영국의 수학자 아이작 뉴턴이 335년 전 <프린키피아>란 책에서 쓴 용어다.

뉴턴은 포탄을 아주 빠르게 쏘는 상황으로 ‘사고 실험’을 해서 이 법칙을 발견했다. 당시엔 증명할 수 없었다. ‘뉴턴의 포탄’처럼빠르게 물체를 쏠 기술도,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물체’를 만들 기술도 없었으니까.

20세기 와서야 그럴 기술이 생겼다. 로켓은 ‘뉴턴의 포탄’처럼 빠르게 날아간다. 인공위성은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고립된 물체’다. 우주공간 즉 진공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운동량을 얻으면 중력이나 공기마찰 등 외부의 힘에 뺏기지 않을 수 있다.

인공위성이 얼마나 빨라야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고 원운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초속7.9㎞가 이상적 속도다. 이건 ‘제1우주속도’라 불린다.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려면 초속 11.2㎞(제2우주속도), 태양의 중력을 벗어나려면 초속 16.7㎞(제3우주속도)가 필요하다. 지난해 10월21일의 누리호 1차 발사 땐 이 속도에 미치지 못해 위성모사체가 안착하지 못했다.

지난 21일 이뤄진 2차 발사 때 누리호는 성능검증위성을 상공 700㎞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위성의 임무는 크게 세 가지다. 발사체 투입성능 검증하기, 발열전지 등 국내에서 개발된 우주핵심기술이 실린 탑재체 성능 시험하기, 지구관측용 큐브위성 4개를 궤도에 내보내기가 그것이다.

이렇게 부지런히 여러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2030년엔 한국의 독자적 기술로 ‘달 착륙’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 기반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8월엔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날아간다. 다누리는 1년간 달 상공 100㎞의 원 궤도를 돌며 달 표면을 관측·분석할 예정이다. 2030년 한국형 달 착륙선이 내려앉을 만한 후보지를 찾기 위함이다.

국립과천과학관 전경.

왜 다누리는 한국이 개발한 누리호가 아니라 미국 기업이 개발한 팰컨9 발사체를 쓰게 된 걸까. 누리호는 상공 700㎞ 저궤도용 발사체다. 달까지 가려면 더 큰 발사체가 필요하다. 누리호의 길이는 47.3m인 데 비해 팰컨9는 70m다. 가장 큰 비행기 중 하나인 보잉747에 맞먹는다.

그래서 한국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내년부터는 달까지 착륙선을 보낼 수 있는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할 예정이다. ‘액체산소-케로신 기반의 2단형’ 로켓이다. 누리호처럼 산화제로는 액체산소, 연료로는 케로신 즉 등유를 쓴다.

어떤 로켓 엔진인지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까지 가지 않고도 볼 수 있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앞 과천과학관 중앙홀에서.

국립과천과학관 중앙홀에 한국 독자 기술로 개발된 다목적실용위성7호(오른쪽)와 차세대중형위성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공간에 갔다. 누리호 1차 발사 때 쓰였던 75t급 엔진이 손 닿을 만한 거리에 서있었다. 기대보다는 약하고 우글쭈글한 모습으로. 공동의 목표를 이루려 저 먼저 떨어져 내린 녀석이다.

비록 녀석은 실패했지만 그 덕에 다음 발사가 성공했다. 녀석의 기특한 모습은 8월31일까지 과천과학관에서 볼 수 있다. 누리호실물 크기의 바닥 영상을 따라가면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다목적실용위성7호와 차세대중형위성의 모형도 볼 수 있다.

글·사진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참고자료: 국립과천과학관 유튜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집과 프레스킷, 카이스트(KAIST) 인공위성연구소 누리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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