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엄마의 베를린살이

'논리적 사고는 필수' 독일 졸업시험, 아비투어

등록 : 2016-09-0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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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아비투어 독일어 시험. 시험시간은 총 270분이다.

대학 입학을 희망하는 독일의 모든 고등학생은 ‘아비투어’라는 졸업시험을 치른다. 아비투어는 시험 방식이 도시마다 다르다. 시험 과목이나 구술시험 형식 등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논술시험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구술시험으로 점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단 한 번의 프레젠테이션 기회밖에 허락되지 않는 곳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일반적으로 아비투어 준비는 3년 전부터 시작된다고들 한다. 실제로 베를린에서는 아비투어를 치르기 3년 전부터 학생들이 시험 과목을 선택하기 시작한다. 선택과목 중에서도 특히 두 과목은 꼭 심화 과정을 따로 이수해야 하고, 아비투어 점수에서도 이 두 과목의 비중이 아주 높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올해 아비투어에서 900점 만점을 기록한 안토니아 아른트는 라틴어와 생물을 선택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은 처음에는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두 과목을 골라 수업을 듣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도교사의 조언을 듣거나, 다른 학생들과 실력 차이를 고려해 몇 번씩 과목을 바꾼다. 또 각 과목의 지도교사들은 이 기간에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상담하면서 결정을 이끌어내고, 또 학생들의 선택을 최대한 반영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점차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넘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의 수업 환경이나 경쟁 상대 등 주변 요소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두 학기에 걸쳐 과목 선택이 끝나면 본격적인 시험 준비 과정에 들어간다. 본격적인 득점 경쟁의 시작인 것이다. 베를린의 경우 아비투어 2년 전부터는 학급과 담임선생님이 없어지고 학생들 개개인이 마치 대학 강의를 듣듯 수업을 찾아다녀야 한다. 이때부터 받는 점수 중 대부분은 아비투어 점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입시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 사람이 가진 모든 능력을 완벽히 가늠할 수 있는 시험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유용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훌륭한 시험들이 많다. 아비투어도 분명 그중 하나다.

아비투어는 학습능력만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다. 논술과 구술 시험을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와 언어 구사 능력이 필수고, 3년간의 시험 준비 과정은 학생들에게 좋은 결과를 향한 의지를 비롯해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 처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능력에 더해 지구력, 사회성까지 요구한다.

아비투어 준비 과정을 지켜보는 학부모로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시험 결과를 떠나 아이들이 이 3년간의 준비 과정만 잘 마쳐 준다면 어엿한 대학생으로서 손색이 없겠다는 것이다.


올해 18살 안토니아 아른트 학생은 아비투어 만점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숙제를 미루지 않았던 것을 들었다고 한다. 시험의 내용이나 형식은 달라도 만점의 비결은 언제나 비슷해 보인다.

글ㆍ사진 이재인 재독 프리랜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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