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사성어

한국의 전·현직 고관들 무도함 질타하는 듯

탐위모록(貪位慕祿) 탐낼 탐, 자리 위, 바랄 모, 복 록

등록 : 2016-09-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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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할 일은 안 하거나 못하면서 높은 자리와 많은 녹봉만 탐내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모(慕)를 모(冒)로 쓰기도 한다.

탐위모록은 주희가 주석한 <맹자집주>에 나오는 성어이다. “선비가 벼슬하는 목적은 도를 행하려 함(仕本爲行道)이지, 가난을 면하고자 하는 데 있지 않다(仕非爲貧). 그러나 때로는 가난 때문에 벼슬을 하는 경우가 있다. 늙은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아내를 얻어야 할 때가 있듯이. 그러므로 생활을 위해 벼슬하는 자는 높은 자리를 사양하고 낮은 자리에 머물며(辭尊居卑), 녹봉이 많은 자리를 피하고 녹봉이 적은 자리에 처한다(辭富居貧).” 주희는 맹자의 말을 이렇게 부연한다. “벼슬아치로서 도를 주창할 수 없는(不主於行道) 자는 마땅히 맹자의 이 말씀을 법칙으로 삼는다. 만일 이렇게 하지 못한다면 이는 지위를 탐하고 녹을 사모하는 행위(貪位慕祿)일 뿐이다.”

선비 된 자로서 벼슬에 있으면서 도를 실천할 생각은 않고, 권세에 붙어 부귀영화나 도모하는 짓이 어찌 벼슬의 정도(正道)이겠느냐, 그렇게 말씀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탐위모록이 등장한다. 성종 때 대사헌 서거정 등이 어떤 관리의 직무태만을 꾸짖으며 말한다. “(아무개는) 직위와 녹을 탐하여(貪位冒祿) 스스로 사퇴하지 않고(不自辭避) 뻔뻔스럽게 재직하고 있습니다(然在職). (…) 지금 훈귀대신(勳貴大臣, 사업이나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운 귀족)으로 한가로이 집에 있으면서 녹을 먹는 이(居閑食祿者)가 있으나, 국가에 무슨 공로가 있길래 그 직무를 폐하고 이와 같이 녹을 먹는 것(闕其職食其祿)이겠습니까?”


마치 요즘 한국 사회 고위 전관(前官)들과 현관(現官)들의 무도(無道)를 질타하고 있는 것 같다. 높은 지위와 많은 녹봉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책임 없는 특혜는 그 자체로 부패이다. 거액의 주식을 뇌물로 받는 검사장, 고급 차를 뇌물로 받는 부장판사, 거액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받고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청와대 수석, 취재를 빙자해 호화판 요트 여행을 일삼는 고위 언론인의 행태는 파렴치한 탐위모록의 생생한 사례들이다.

보수주의 학자로 정평 있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저서 <특혜와 책임>에서 우리 사회 보수 기득권층의 부도덕, 몰염치를 비판하면서 사회 상층이 ‘탐위모록(貪位慕祿)하고, 부주어행도(不主於行道)’하는 한 대한민국의 재도약은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인우 <서울&> 콘텐츠 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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