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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10곳이 협동조합 결성해
고사위기 탈출 시도, 구 적극 지원
올해도 9억5천만원어치 구매키로
조합, 장학금 1천만원 쾌척 등 상생
2019년 12월6일 강동구청장 집무실에서 동네서점 협동조합이 ‘강동구 장학기금’에 기부금 1천만원을 전달한 뒤 이정훈 강동구청장(가운데)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동구청 제공
“서점 경기가 워낙 죽어 있어 예전에 문을 닫아야 할 판이었습니다. 그런데 협동조합에서 나오는 배당금이 큰 도움이 돼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어요.”
강동구 명일동 한영고 앞에서 17년째 ‘한영서적’이라는 서점을 운영하는 홍종원(65)씨는 강동구가 올해도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약 9억5천만원 규모의 도서 구입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영서적 홍종원 사장. 홍종원씨 제공
홍씨가 2004년 1월 현재 서점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럭저럭 장사가 되었다. 그러나 온라인 서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점차 매출이 감소하며 폐점 위기에 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강동구가 2015년 3월 한영서적 등 동네서점이 설립한 ‘사람이 아름다운 동네서점 협동조합’(현재 10곳 참여)과 도서 우선구매협약을 맺어 첫해에 2억4천만원의 도서 구매를 시작했다. 구청의 도서 구매 지원은 매년 끊임없이 이어져 지난 5년간 총 36억원의 도서 구매를 지원했다. 올해분까지 합치면 총 45억5천만원가량이 동네서점 살리기에 투입되는 것이다. 강동구에 따르면 구내 동네서점들은 구가 해마다 꾸준히 지원액을 늘린 덕에 유통 역량이 향상됐다고 한다. 김동석 동네서점 협동조합 이사장(한보문고 대표)은 “책이 잘 안 팔려 가게 운영을 힘들어하지만 대부분 60대를 넘긴 고령층이어서 전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구청의 도서 구매 지원 덕분에 지난해 조합원 1인당 680만원의 배당금을 배분할 수 있어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동네서점 조합이 없는 송파구에서는 지난해에만 동네서점 2~3곳이 문을 닫았다고 김 이사장은 귀띔했다. 현재 강동구에는 동네서점 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 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서 할인 판매를 하는 두 곳도 최근 조합 가입 의사를 밝혔으나 조합 쪽의 정가제 준수 요구에 불응해 가입이 무산됐다고 김 이사장은 덧붙였다. 강동구의 도서 구입은 구 문화재단을 통해서 조합에 발주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작은도서관은 직접 구매하도록 한다고 강동구 쪽은 밝혔다. 이에 따라 관내 90% 이상의 학교와 도서관, 공공기관이 동네서점에서 도서 구매를 한다고 한다. 구의 도서 구입은 2015년 초 시군구 기관의 도서 구입 때 지역 서점의 도서를 우선 구매해달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조공문을 적극 수용한 결과 이뤄졌다. 김 이사장은 “동네서점들이 폐업 위기에 몰렸을 때 구청과 함께 자생 방안을 모색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며 “구의 지원은 매출 증대뿐 아니라 동기 부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동네서점 협동조합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강동선사문화축제 등에 참여해 책 읽는 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으며, 지역 고등학생을 지원하는 강동장학기금에 1천만원을 기부하는 등 독서문화 저변 확대를 위한 ‘상생’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해마다 관내 학교에 수백만원어치의 책을 기부하다가 지난해 좀더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차원에서 1천만원을 기부하게 됐다”며 “올해도 장학기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서적’을 운영하는 홍종원씨도 “지금 시점에 서점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지만 책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파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구에서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개인적으로 더 큰 욕심은 없다”고 말했다. 홍씨는 또 “다른 협동조합은 서로 의견이 달라 잘 안 된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우리는 조합원들이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서로 양보하고 상당히 잘 운영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동네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지역 문화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동네서점과의 상생을 통해 지역 경제도 살리고 지역 문화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