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하루 150만원 매출이 5만원으로 줄어”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르포

등록 : 2020-03-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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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보물창고’라 불린 여행 필수코스

개학 연기로 새 학기 특수 사라져버려

운영비로 개인 돈 수천만원 이미 소진

손님 북적이는 모습 기대하며 견뎌내

해마다 2~4월이면 새 학기 학용품 등을 사기 위해 북적이던 종로구 창신동의 문구완구거리가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띠고 있다.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극복돼 ‘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회상할 수 있기만을 소망하고 있다.

“3월 2주차부터 90% 이상 매출이 떨어졌죠. 손님은 70% 이상 줄었습니다. 지금 자영업자분들 다들 비슷하겠지만, 이 거리는 아무래도 새 학기 특수가 있는 2월에서 4월까지의 매출이 한 해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들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어요.”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의 봄은 싸늘했다. 상인들 웃음 속에 스산함이 묻어났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는 해마다 이맘때면 새 학기를 준비하는 소비자들과 5월5일 어린이날을 준비하는 도매상들 주문으로 북적였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거리에 정적이 깃들었다. 통상 일요일이면 쉬는 가게가 몇 있기 마련이지만, 기자가 찾은 15일에는 오후 2시부터 일찌감치 셔터를 내리는 가게가 10여 군데 보였다. 영업이 한창이어야 할 5시께에는 간간이 보이는 손님들 발길도 끊어졌다. 앞서 찾았던 2월 마지막 주와 비교해도 2주 만에 벌어진 현격한 변화였다.


종로구 창신동의 ‘숨겨진 보물창고’로 불려온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는 교육용품, 사무용품과 더불어 캐릭터 완구, 교육완구, 피겨(피규어) 등을 파는 120여 개 가게가 밀집한 종로52길 일대를 가리킨다. 1960년대 생겨나 50여 년의 시간을 이어왔고, 문구류나 장난감 등은 시중 가격의 3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동대문의 관광코스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곤 했다. 마스크를 쓴 채 여섯 살 자녀와 장난감을 고르던 김지완(43)씨는 “아이가 유치원 대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짜증이 늘더라고요. 집이 가까워 자주 나오는 곳인데, 지난해에 비해 너무 썰렁해서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문구완구거리 들머리에 있는 동아문구 대표 김용철(50)씨는 “벌써 이런 현상이 두 달째 진행되고 있다. 매출이 점점 줄더니 이달 들어서 70% 급감했다. 무엇보다 외국인 관광객 손님이 대폭 줄었다”며 “아침마다 소독방역을 하고 마스크 착용을 하지만 회복이 당장 쉽지 않아 보인다. 함께 견뎌보는 중”이라며 거리 분위기를 전했다.

장난감 대신 부직포 마스크를 좌판에 내놓은 한 중년 상인은 “여기서 20~30년 장사한 사람들도 이 정도로 휑한 건 처음이라 말한다. 다들 기가 죽었다”고 말했다.

“폐업마저 쉽지 않아요. 가게를 내놔야 빠지는데 그게 힘든 상황입니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다며 건물주들도 서서히 움직이는 모양새고, 정치인들은 세금 감면 등 소상공인 공약을 발표하겠다고 하지요. 그런 움직임이 도움되겠지만, 솔직히 아이들이 다시 몰리고 거리가 살아나서 임대료도 내고 세금도 제대로 내는 일상이 더 그리워요.” 그의 얼굴에 쓸쓸한 웃음이 비꼈다.

이 시기 문구완구거리 상인들의 화두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헤쳐 나갈까?’이다. 무엇보다 ‘감성과 추억’의 상징이던 거리에 ‘질병 트라우마’가 드리워질까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문구류를 판매하는 현아무개(50)씨 가게는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온 코로나19 전문가 대담 소리만 쟁쟁 울렸다. 현씨는 지난 2월 무급휴가와 권고사직 등으로 직원 3명을 줄였다고 한다.

“트라우마가 박혀 이 거리가 내내 한산할까 걱정이에요. 손님이 없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어떻게 하면 생존할까 하는 방법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어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하루 매출이 150만원에서 5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가게 운영비로 개인 돈 수천만원이 이미 들어갔어요. 독배를 마셨다고 생각하고 와신상담하는 기분으로 담담히 활로를 모색하는 처지입니다.”

현씨는 “온라인마켓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 같아 열어봤지만 최저가로 승부하는 곳, 이미 만들어진 대기업 (배송) 플랫폼에 이길 수 없어 접었다”며 “이 부분은 훗날 지자체의 도움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품목 전문화를 해볼까, 마진을 올려 생존할까 등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티는 게 이기는 것 아니겠어요. 이 거리의 상인들 마음이 이럴 것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보면 더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고, 그때 오늘을 돌아보면 ‘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회상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현씨가 간간이 들어오는 손님들을 미소로 맞으며 말을 이었다.

글·사진 전유안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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