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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문제 행동 자녀’ 최선 치유책”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무료 공개강좌 ‘인기 강사’ 강병훈 서울연마음클리닉 원장

등록 : 2019-07-0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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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지역에서 강연

‘임상 사례+개인 경험’ 쉽게 설명

만족도 높아 해마다 1순위 섭외

“부모가 중심 잡아야 아이 돌아와”

6월19일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대회의실에서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공개강좌 ‘알쓸신친(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박한 친구 고민 해결법), 친구 멘토링’이 열렸다. 강병훈 서울연마음클리닉 원장이 임상 사례와 개인 경험을 살려 학부모에게 아이들의 친구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양천구 제공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표현하고, 지지하는 게 부모가 할 역할이다.’ 이렇게 뻔한 얘기를 소아정신과에서 100년째 하고 있어요. 안 지켜지니까 계속합니다.”

지난 6월19일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대회의실에서 ‘친구 멘토링-아동기부터 청소년기까지’라는 공개강좌가 열렸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패러디해 ‘알쓸신친’(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박한 친구 고민 해결법)으로 강연 타이틀을 재밌게 달았다. 강연자는 강병훈(45) 서울연마음클리닉 원장이다. 초·중·고등학생의 엄마들이 대부분인 80여 명의 청중은 그의 ‘뻔하지만 중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강 원장은 아이들이 유형에 따라 어떤 고민을 하고, 부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실제 사례와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나 역시 중학생 쌍둥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지만, 사실은 잘 안 됩니다”고 고백하자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진다. 이어 “그래도 부모로서 우리는 반드시 노력해야 합니다”라는 말에 청중은 고개를 끄덕인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캠페인을 15년째 하고 있다. 2004년부터 해마다 6월 정신건강 주간을 정해 전국 110여 곳에서 무료 공개강좌를 한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학교폭력, 스마트폰 사용 문제, 중 2병, 분노조절 장애 등의 문제와 함께 좋은 부모 되기, 친구 문제 해결법 등을 주제로 정한다. 학회 회원인 200명가량의 전문의가 강연한다. 강연 진행은 대부분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맡는다.

강 원장은 2008년부터 경기도 부천, 강원도 강릉 등에서 공개강좌를 하다가, 2015년 서울 양천구에서 개원하면서는 지역 주민에게 강연해왔다. 강연 요청이 오면 주저하지 않고 나간다. “등록금 부담이 덜한 국립대 의대를 다녀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이 자리에 올 수 있었기에 알게 모르게 사회적 책임감을 느낍니다”고 수줍게 말했다. 공개강좌를 주관한 양천정신건강복지센터 담당자는 “강 원장님의 강의는 만족도가 높아 해마다 1순위로 강의를 부탁하고 있어요”라고 전한다.

강 원장이 부모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은 ‘기다림’이다. 치료 가능한 아이들에겐 기다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친구 문제도 60~70% 이상이 물려받은 기질 탓이거나 부모와의 관계 형성이 잘못되어 생깁니다”고 한다. 친구를 사귀려면 좋은 말을 할 줄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긍정의 말을 하는 버릇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그는 “집에서 좋은 말 연습하기가 되면 아이가 친구들에게 말하기도 수월해져요. 아이 탓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아이가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하고 강조한다.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흔히 부모들은 모든 게 끝난 것처럼 생각한다. 학교를 며칠만 빠져도 머리부터 싸맨다. 이러다 죽을 때까지 아이를 부양해야 하는 것 아닌지 미리 불안해하기도 한다. 강 원장은 아동청소년기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생존 수영에 비유한다. 물에 빠지면 허우적거리지 말고 잘 버티면 되듯이, 당황하지 말고 지금 힘들더라도 나아진다는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차 강조했다. “부모가 중심을 잡고 행동하면 아이는 돌아옵니다. 같이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말고 붙잡고만 있으면 돼요.”

강 원장은 청중들의 변화에 맞춰 강의 방식을 바꿔왔다. 처음에는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정신 질환에 대한 설명 중심의 강의를 했단다. 2000년대만 해도 정신과 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수준이 낮아, 어떤 병이든 원인이 뭔지 의학적 설명을 하는 강연을 많이 했다. 인터넷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병명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사례와 경험 위주의 강연을 주로 한다. “실제 자기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 나오면 호응이 좋아요. 임상 경험과 일상에서 생기는 사례를 중심으로 많이 얘기하려 노력합니다.”

강 원장은 사회적으로 사람들 마음을 읽는 노력이 늘면서 진료실 밖의 정신과 의사의 역할이 늘 거라 내다본다. 지역의 사회서비스 사업, 특수학교 설립 등에서도 정신과 의사의 참여가 필요해지고 있다. 실제 그도 양천구의 독거남 프로젝트 자문회의와 양천 솔루션 회의에 참여했다. 복지 대상자의 정신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위해서였다. 강 원장은 “나서서 좋은 일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주어지면 마다치 않는 스타일이에요”라며 “사회가 필요로 하면…”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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