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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하는 음악 나눔의 기적

사람&연세대 음대 이철웅 교수

등록 : 2024-11-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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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철웅 교수.

강의실 밖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헌신
“학교 밖 청소년 위한 봉사도
언젠가 반드시 할 것”

교육자인 누군가가 ‘교육, 연구 그리고 봉사 세 가지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한다면 당신은 아마도 수업에서 만나는 제자들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가르치는 모양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교실 밖 또 다른 제자까지 가르치는 스승이 있다. 그것도 매 주말 초중생 60명을 대상으로 10여 명의 봉사자와 함께.

연세대 음악대학 이철웅(59) 교수 얘기다. 그는 서대문구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가재울청소년센터에 토요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9개 악기 파트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나타난다.

“교육과 연구는 충분히 하는 것 같은데 봉사만큼은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가 부족한 봉사를 채울 수 있게 돼 제가 기쁘고 감사하죠.”

그는 지난해 1월 구에서 지휘자 제안을 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에서 중3까지 아이들을 선발하여 훈련해 관현악단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마음의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신, 아이들이 다루기에 현악기는 힘드니 관악기와 타악기로만 구성된 ‘윈드오케스트라'라면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달 30일 오후 5시 서대문문화체육회관에서 제2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창단 이후 지난해 8월 제주도에 열린 ‘제주국제관악제' 참가와 12월 제1회 정기연주회에 이어 올해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오스트리아 빈 국외 공연에 이은 공연이다. 빈에서는 빈소년합창단 전용 공연장인 다스무트홀에서 연주해 아이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물했는데 내년에도 독일 공연이 추진 중이어서 아이들은 연주 여행에 꿈이 부풀어 있다. 이 정도면 봉사를 넘어 헌신 수준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 과정은 항상 힘들기 마련이지만 이 오케스트라는 더욱 힘든 경우죠.” 지난해 서울홍성교회 크라운홀에서 열린 첫 정기연주회에는 약 400명 청중이 모여들었다. 연주가 끝나자 사회자가 예정에 없던 인사말을 시켜 이 교수는 마이크를 잡았는데 지나간 수많은 기억 때문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도 그럴 만했다.


악기 파트별로 아홉 군데로 나눠 연습해야 하는데 마땅한 연습 장소를 확보하기 전이라 동 주민센터, 자전거보관소를 전전해야 했고 연습 때마다 대여해야 하는 악기를 가져오고 반납하는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큰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을 딛고 함께 아이들이 감동스러운 연주를 해냈으니 연주는 얼마나 감동스러웠고 아이들은 얼마나 대견스러웠을까? “시작은 제 것을 나눠주려는 것이었는데 아이들로부터 제가 받는 것이 많구나 하는 걸 그때 깨달았죠.”

악기라고는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초부터 가르쳐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만드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었다. 첫 정기연주회 공연 제목도 그래서 ‘꿈을 향해 도전하는 기적의 오케스트라'였다.

그런데 이 교수로서는 다른 봉사방법도 많을 텐데 왜 아이들일까?

“어릴 때 본 영화 중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란 영화가 기억에 깊게 남아 그런 것 같습니다. 노래로도 유명하지만 런던 빈민가에 부임해온 교사의 헌신적 가르침이 감동적이잖아요.”

그는 트롬본 전공으로 음대를 졸업한 뒤 부천시향을 거쳐 독일 유학을 마치고 나서는 케이비에스(KBS)교향악단 입단과 동시에 수석연주자가 될 정도로 훌륭한 연주자 길을 걸어왔다. 그가 교수로 임용된 것은 2013년이었는데 이때부터 ‘교육, 연구 그리고 봉사' 이 세 가지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교수 임용 두 해째인 2014년 코이카(KOICA)를 통해 지인들과 함께 베트남 호이안의 한 초등학교에서 생전 처음 악기를 만져본 아이들에게 1년 동안 연주를 가르쳤다. 국내에서도 평생 음악공연을 직접 접하기 힘든 강원 인제, 전남 광양과 여수 등 전국 각지의 주민들을 조그만 분교에 모아놓고 프로 연주자들을 모아 멋진 연주를 들려주는 ‘감성콘서트'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린 시절 악기 연주를 배우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제가 중학생 때 고등학생이 직접 트럼펫을 연주하는 것을 들었는데 무척 멋져 보여서 관악기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하물며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경험은 일생일대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의미 있는 경험이죠.” 그런 결과인지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 단원 아이들 중 일부는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 중이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다른 악기와 함께 힘을 합쳐 음악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연주는 홀로 연주하는 것과는 다른 무척 특별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합주는 책임과 배려가 동시에 필요한 일입니다. 본인의 파트를 온전히 연주하는 책임을 다해야 하고요. 나아가 다른 연주자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타인에 대한 배려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요즘 세태가 책임 대신 권리를 내세우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만을 우선시하니 오케스트라는 책임과 배려를 함께 배우는 인생의 교육장이 되는 셈이죠.”

이 교수와의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앞으로 계획을 물었더니 그는 이 일이 마지막 봉사는 아니라고 했다.

“교육자로서 저는 부족한 아이들에게 마음이 끌려 성서에 나오는 ‘길 잃은 양 한 마리'라는 표현이 머릿속에 항상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청소년들 특히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지 않고 학교에서 나간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서도 언젠가 제 재능을 꼭 활용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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