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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송파구 민원행정과 민원행정팀장이 ‘2024 인허가 민원 원스톱 서비스 업무편람‘을 들고 환하게 웃고있다. 송파구 제공
"민원인과 갑을 관계 돼선 안 돼"
우수 인재 민원 현장 전진 배치
한곳에서 원스톱 민원 해결
AI 활용해 민원 응대 대화법 익혀 “인허가 문제로 구청을 찾아오는 민원인 입장에서 담당자는 대하기가 어렵기 마련이죠. 부서를 찾아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누다보면 은근히 ‘갑을’ 관계가 형성돼 움츠러들게 되고 을의 입장이 되니까요. 이렇게 되면 충분한 상담과 정보를 받지 못하거나 생각이 다르더라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게 되죠.” 지난달 21일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와 에스비에스(SBS)가 공동 주관한 ‘제28회 민원봉사대상’에서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본상을 받은 송파구청 김윤경 민원행정팀장의 일성은 남달랐다. 민원인이 갑을 관계에 놓이지 않게 해야 한다니, 그럼 갑을 관계 아닌 민원행정은 어떤 것일까? “한곳에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행정, 한마디로 수요자 중심 민원서비스라고 할까요. 민원을 접수하면 해당 부서로 보내지 않고 민원실(2층)에서 바로 상담하고 허가증 교부까지 합니다. 예를 들면 식품영업신고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신청서 같은 것들이죠. 민원인 입장에선 획기적인 시스템이죠. 민원인이 민원실에 민원을 접수하고 기다렸다가 해당 부서에 또 가서 상담하고, 다시 기다렸다가 해당 부서에서 허가증을 교부받는, 이 부서 저 부서 찾아 ‘오르락내리락’하는 식의 불편이 사라진 거죠.” 부서별로 나뉘어 있고 전문성이 필요한데 민원행정이 어떻게 한곳에서 처리될 수 있을까. 김윤경 팀장은 공을 구청장과 민원부서 직원들에게 돌렸다. “(서강석) 구청장이 새로 오시고 2022년 10월 민원행정 조직이 확 달라졌죠. 이건 청장님의 강한 의지였어요. 모든 부서에서 가지고 있는 민원서식, 인허가 서류 중 민원부서에서 접수, 처리, 교부까지 할 수 있는 500여 종의 인허가 양식을 취합했습니다. 조직이 개편되고 원스톱 민원센터가 생긴 뒤 환경과, 건축과, 도로과, 위생과 등 각 부서에서 처리하던 직원이 민원 현장으로 배치됐고 건축, 지적, 보건 등 전문직 담당자도 배치됐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단다. “처음에는 민원 종류가 수백 가지여서 한 사람당 몇백 건씩 되니까 직원들이 좀 걱정을 했죠. 내가 이걸 다 접수하고 상담까지 다 해낼 수 있을지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전문 영역에서 민첩하게 검색하고 상의하고 협력하면서 오히려 혼자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고 고품질의 상담 서비스가 되더라고요.” 다양한 부서에서 진행되던 일이 민원인의 눈높이와 시각에서 양식과 일처리 방법이 표준화되기 시작했다. 이젠 직원이 바뀌어도 매뉴얼에 의해 진행하고 이전 상담 때 기록된 노하우들이 업무 처리 지식으로 쌓이게 됐다. 지금은 누가 와도 바로 상담해주고 민원도 처리해줄 수 있단다. “이런 시스템을 꾸리고 정착하기까지 직원들의 고생이 많았죠. 쉽지 않은 일인데 각 부서에서 우수 인력을 먼저 보내줬고 직원들도 적극 협조해준 덕입니다.”
인허가 민원 원스톱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과 확대 외에도 세심한 섬김행정 서비스는 또 있다. 장애인 등 민원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민원동행서비스’가 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임산부 등 민원인이 오면 우왕좌왕하지 않게 전용창구도 마련했고 무인서류발급기에는 상시 두 명의 안내자가 배치돼 있습니다.” 민원인이 자주 쓰는 40여 종의 민원서식에는 정보무늬(QR코드)를 달아 쉽게 작성법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인공지능 앱을 활용해 친절행정 서비스 교육도 하고 있다. “민원 응대자의 목소리, 억양, 발음 등을 교정해주고 더 친근하고 따뜻한 상담 소통이 되도록 돕는 인공지능 앱이 있어요. 앱에서 저희가 스크립터 보고 주민등록증 발급할 때 사진을 갖고 왔는지 그다음에 지문을 올려놓으라든지 이런 업무 처리 안내를 스크립트에다 다 써요. 그래서 내 말투라든가 억양, 톤을 컴퓨터에다 대고 이렇게 읽으면 분석해줍니다. ‘75점.’ 이런 식으로 분석을 보고 교정하며 수십 번씩 연습합니다.” 김윤경 팀장은 1993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절반 기간인 16년을 민원업무에 매진했다. 그사이 친절행정상도 몇 번 받았다. “시대가 달라졌잖아요. 옛날에는 반말은 기본이고 공무원을 하대하는 민원인이 많았죠. 과태료 고지서라도 나가면 전화로 욕설도 하고요. 하지만 요즘에는 시민 의식도 많이 개선돼 이런 분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간혹 막무가내인 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대리인이 신분증을 안 가져오고 발급 당사자 신분증은 가져왔으니 그냥 발급해달라거나, 법인인감이 필요한데 개인 인감도장을 가져와서는 해주면 되지 뭐가 문제냐며 생떼 쓰는 분들도 있죠.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 수많은 채널로 민원 응대하는 것도 감당이 쉽지 않은데 이런 일을 겪으면 정말 힘들죠.” 이런 악성 민원에 대처하기 위해 요즘은 민원 담당 직원이 바디캠을 착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게 좀 효과가 있어요. ‘지금부터 촬영합니다’라고 하면 확실히 욕 같은 건 덜 하시더라고요.” 인터뷰를 끝내려 하자 김 팀장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조직 개편 후 달라진 시스템에서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건 다 직원들이고, 또 수백 종의 서류를 취합해 양식 표준화 등을 거쳐 편람을 만든 것도 직원들입니다. 또 본인들이 일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꼼꼼하게 기록해 누구라도 바로 이어서 상담해줄 수 있게 하고, QR코드 폼 하나하나 다 만들고, 동행 서비스도 직원들이 다 같이 하는 거고요. 이번에 제가 큰 상을 받았지만 우리 민원부서 모든 직원을 대신해서 받은 겁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우수 인재 민원 현장 전진 배치
한곳에서 원스톱 민원 해결
AI 활용해 민원 응대 대화법 익혀 “인허가 문제로 구청을 찾아오는 민원인 입장에서 담당자는 대하기가 어렵기 마련이죠. 부서를 찾아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누다보면 은근히 ‘갑을’ 관계가 형성돼 움츠러들게 되고 을의 입장이 되니까요. 이렇게 되면 충분한 상담과 정보를 받지 못하거나 생각이 다르더라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게 되죠.” 지난달 21일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와 에스비에스(SBS)가 공동 주관한 ‘제28회 민원봉사대상’에서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본상을 받은 송파구청 김윤경 민원행정팀장의 일성은 남달랐다. 민원인이 갑을 관계에 놓이지 않게 해야 한다니, 그럼 갑을 관계 아닌 민원행정은 어떤 것일까? “한곳에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행정, 한마디로 수요자 중심 민원서비스라고 할까요. 민원을 접수하면 해당 부서로 보내지 않고 민원실(2층)에서 바로 상담하고 허가증 교부까지 합니다. 예를 들면 식품영업신고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신청서 같은 것들이죠. 민원인 입장에선 획기적인 시스템이죠. 민원인이 민원실에 민원을 접수하고 기다렸다가 해당 부서에 또 가서 상담하고, 다시 기다렸다가 해당 부서에서 허가증을 교부받는, 이 부서 저 부서 찾아 ‘오르락내리락’하는 식의 불편이 사라진 거죠.” 부서별로 나뉘어 있고 전문성이 필요한데 민원행정이 어떻게 한곳에서 처리될 수 있을까. 김윤경 팀장은 공을 구청장과 민원부서 직원들에게 돌렸다. “(서강석) 구청장이 새로 오시고 2022년 10월 민원행정 조직이 확 달라졌죠. 이건 청장님의 강한 의지였어요. 모든 부서에서 가지고 있는 민원서식, 인허가 서류 중 민원부서에서 접수, 처리, 교부까지 할 수 있는 500여 종의 인허가 양식을 취합했습니다. 조직이 개편되고 원스톱 민원센터가 생긴 뒤 환경과, 건축과, 도로과, 위생과 등 각 부서에서 처리하던 직원이 민원 현장으로 배치됐고 건축, 지적, 보건 등 전문직 담당자도 배치됐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단다. “처음에는 민원 종류가 수백 가지여서 한 사람당 몇백 건씩 되니까 직원들이 좀 걱정을 했죠. 내가 이걸 다 접수하고 상담까지 다 해낼 수 있을지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전문 영역에서 민첩하게 검색하고 상의하고 협력하면서 오히려 혼자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고 고품질의 상담 서비스가 되더라고요.” 다양한 부서에서 진행되던 일이 민원인의 눈높이와 시각에서 양식과 일처리 방법이 표준화되기 시작했다. 이젠 직원이 바뀌어도 매뉴얼에 의해 진행하고 이전 상담 때 기록된 노하우들이 업무 처리 지식으로 쌓이게 됐다. 지금은 누가 와도 바로 상담해주고 민원도 처리해줄 수 있단다. “이런 시스템을 꾸리고 정착하기까지 직원들의 고생이 많았죠. 쉽지 않은 일인데 각 부서에서 우수 인력을 먼저 보내줬고 직원들도 적극 협조해준 덕입니다.”
인허가 민원 원스톱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과 확대 외에도 세심한 섬김행정 서비스는 또 있다. 장애인 등 민원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민원동행서비스’가 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임산부 등 민원인이 오면 우왕좌왕하지 않게 전용창구도 마련했고 무인서류발급기에는 상시 두 명의 안내자가 배치돼 있습니다.” 민원인이 자주 쓰는 40여 종의 민원서식에는 정보무늬(QR코드)를 달아 쉽게 작성법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인공지능 앱을 활용해 친절행정 서비스 교육도 하고 있다. “민원 응대자의 목소리, 억양, 발음 등을 교정해주고 더 친근하고 따뜻한 상담 소통이 되도록 돕는 인공지능 앱이 있어요. 앱에서 저희가 스크립터 보고 주민등록증 발급할 때 사진을 갖고 왔는지 그다음에 지문을 올려놓으라든지 이런 업무 처리 안내를 스크립트에다 다 써요. 그래서 내 말투라든가 억양, 톤을 컴퓨터에다 대고 이렇게 읽으면 분석해줍니다. ‘75점.’ 이런 식으로 분석을 보고 교정하며 수십 번씩 연습합니다.” 김윤경 팀장은 1993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절반 기간인 16년을 민원업무에 매진했다. 그사이 친절행정상도 몇 번 받았다. “시대가 달라졌잖아요. 옛날에는 반말은 기본이고 공무원을 하대하는 민원인이 많았죠. 과태료 고지서라도 나가면 전화로 욕설도 하고요. 하지만 요즘에는 시민 의식도 많이 개선돼 이런 분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간혹 막무가내인 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대리인이 신분증을 안 가져오고 발급 당사자 신분증은 가져왔으니 그냥 발급해달라거나, 법인인감이 필요한데 개인 인감도장을 가져와서는 해주면 되지 뭐가 문제냐며 생떼 쓰는 분들도 있죠.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 수많은 채널로 민원 응대하는 것도 감당이 쉽지 않은데 이런 일을 겪으면 정말 힘들죠.” 이런 악성 민원에 대처하기 위해 요즘은 민원 담당 직원이 바디캠을 착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게 좀 효과가 있어요. ‘지금부터 촬영합니다’라고 하면 확실히 욕 같은 건 덜 하시더라고요.” 인터뷰를 끝내려 하자 김 팀장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조직 개편 후 달라진 시스템에서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건 다 직원들이고, 또 수백 종의 서류를 취합해 양식 표준화 등을 거쳐 편람을 만든 것도 직원들입니다. 또 본인들이 일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꼼꼼하게 기록해 누구라도 바로 이어서 상담해줄 수 있게 하고, QR코드 폼 하나하나 다 만들고, 동행 서비스도 직원들이 다 같이 하는 거고요. 이번에 제가 큰 상을 받았지만 우리 민원부서 모든 직원을 대신해서 받은 겁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