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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잠실대교 밑 한강시민공원 자전거길에 섰다. 자전거 출근을 위해서다.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까지 자전거로 다닌 지 2년이 넘었다. 허벅지에 힘을 주어 페달을 밟는다. 바퀴가 스르르 굴러가자 주변 풍경이 달라진다.
자전거 출근은 대중교통 이용과는 정말 다르다. 내 몸의 모든 부분이 움직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허벅지가 힘을 쓰려면 눈으로 보고, 폐로 숨을 들이마시고, 피부로 땀을 흘려야 한다. 핸들을 잡은 두 손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탄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이다. 한강변에 스카이라인을 이룬 높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장난감 상자 같다. 도심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날마다 저 장난감 상자 안에서 쳇바퀴를 돌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스친다. 바람도 시원하게 살갗을 스친다. 마음속 답답한 찌꺼기를 몰고 간다. 스스로 바람이 된 듯하다. 자전거의 목적지는 ‘장난감 상자들’이 모인 도심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 순간만큼은 도심을 벗어난 듯하다. 바람을 느끼며, 바람과 함께 여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가 만들어내는 상쾌한 바람들이 많아지면 언젠가 저 장난감 상자들도 변하게 되지 않을까.
잠수교 남단에 이르렀다. 이곳 한강시민공원에선 언제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타고 갈 때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저녁 때면 가족, 친구, 연인들이 함께 웃고 떠드는 모습으로 공원이 가득 찬다. 탑승객 모두가 휴대전화에만 몰두해 있는 지하철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잠수교를 달리기에 앞서 잠시 숨을 고른다. 다리 가운데가 볼록한 잠수교를 건너려면 최대한 힘을 주고 페달을 밟아야 한다. 허벅지가 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폐는 양껏 공기를 들이마신다. 신선한 공기를 최대한 맛본 폐는 자전거가 경사를 넘는 힘을 만들어낸다. 그뿐 아니다. 폐는 오늘도 건강한 하루가 될 수 있도록 온몸에 힘을 모아 놓는다.
마포대교 근처에서 한강을 벗어나 회사를 향해 페달을 밟는다. 만리재 고갯길에서 마지막 피치를 올린다. 드디어 도착이다. 출발 때부터 1시간 남짓 걸렸다. 평균 시속 20㎞의 자전거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와 거의 같은 시간에 목적지까지 실어다 준 것이다. 물론 소중한 게 더 있다. 전신에 맺힌 땀방울이다. 오늘도 활기찬 하루가 될 것이라는 증표처럼 느껴진다.
<한겨레>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김보근 기자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자전거여행 가이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자전거 마니아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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