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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도 찾는 ‘힙한’ 친환경 전통시장

마포구 망원시장

등록 : 2022-08-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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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층도 즐겨 찾는 시장이 있다. 바로 마포구 망원시장이다. 망원우체국 사거리에서 여유로운 걸음으로 3분쯤 걷다보면 망원동 월드컵시장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망원시장 입구에 이른다. 입구부터 이미 텔레비전(TV) 방송이나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주 봤던 유명 먹거리가 시선을 빼앗는다. 안으로 들어서면 직선으로 곧게 뻗은 골목의 양쪽으로 점포가 빼곡히 늘어섰다.

상인들이 하나둘 모여 70~80개 점포가 꾸려지면서 1970년대에 자연 발생한 망원시장은 2006년 정식 등록한 인정시장이 되기까지 그 자리를 지켜왔다. 지금은 5500㎡ 가까이 되는 면적에 농수산물, 정육, 잡화, 식료품 등을 파는 점포 90개가 자리 잡았다.

알록달록 과일과 푸릇푸릇한 채소, 싱싱한 생선과 고기는 물론이고 각양각색의 반찬가게와 옷가지를 판매하는 잡화점, 규모가 제법 큰 마트도 3개나 눈에 띈다. 전통시장 방문객의 연령대를 넓히는 데 일조한다는 와인숍도 두 곳 있다. 이 정도 구성이면 여느 시장과 크게 다를 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 골목을 걷다보면 이동식 장바구니를 끌고 장보기에 여념 없는 아주머니들 못지않게 젊은이가 넘친다. 소문난 튀김집과 분식점 앞에는 유명 맛집에서나 볼법한 긴 줄이 늘어섰다. 전통시장 안에서 펼쳐지는 이런 광경이 생경하기도 하다. 시장옆이 ‘망리단길’인 것도 젊은이가 자연스럽게 시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겠다.

시장 중간쯤에서는 배송센터, 주차장, 카페와 개방형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귀갓길 장바구니가 무겁다면 배송센터에 들러 몇천원의 요금을 내고 집 앞까지 배달 신청을 할 수 있다. 시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장보기가 충분히 가능한데, 망원시장의 자체 장보기 배송 시스템 덕분이다. 콜센터에 전화해 원하는 품목을 알려주면 장보기 도우미가 당일의 좋은 상품을 골라 집까지 배달한다. 바쁜 직장인은 물론이고 홀로 계신 부모님을 위해 지방에 떨어져사는 자녀들도 애용한다고 하니, 의외의 ‘효도템’이 아닐 수 없다.

시장상인회 건물 지하 1층에는 문화공간도 있다. 스페이스 2012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상인회가 지역주민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직접 대관하는데, 악기 연주 동아리의 연습이나 지역 활동가들의 회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망원시장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용기내! 망원시장’ 캠페인을 통해 친환경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시장에서 다회용기나 장바구니를 이용한 고객에게는 쿠폰을 지급하는데, 쿠폰 1장당 10ℓ 종량제 봉투 1장을 교환해준다. 마포구가 캠페인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주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종량제 봉투 2만4천 장을 망원시장상인회에 지원했다. 쿠폰을 10장 또는 15장 모으면 300㎖나 1000㎖ 다회용기(밀폐용기)로도 바꿔주는데, 캠페인이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이웃 망원동 월드컵시장으로까지 번졌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배송센터 앞에서 룰렛을 돌리는 작은 행사도 열어 시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을 상품으로 준다고 하니, 이토록 힙한 전통시장에서의 명절 준비도 좋을 법하다.

정임영 마포구 홍보과 언론팀 주무관

사진 마포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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