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실날실

‘손을 통한 만남’이 있는 마을카페

'모기동' 주민들의 사랑방 '카페마을'

등록 : 2016-09-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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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2동에 있는 ‘카페마을’에서 지난 6월28일 마을 주민들이 인문학 강의를 듣고 있다. 카페마을 제공

카페 문으로 들어서면 색깔 특이한 덧버선이 눈에 띈다. 색깔도 종류도 제각각인 털실로 짠 덧버선. 엄마가 오랜 세월 모아온 털실로 만든 작품이다. “이것은 그냥 덧버선이 아니다. 당신의 젊은 시절이고, 나의 어린 시절이고, 기쁨이고, 기억나지 않는 추억이기도 하다.” 딸의 이야기가 사뭇 애틋하다.

서울 양천구 목2동의 ‘카페마을’(02-6052-0620)에는 ‘손을 통한 만남’이 있다. 마을의 다양한 손들이 만들어낸 여러 물건을 전시한다. 덧버선은 카페 한쪽의 ‘사연 많은 가게’ 코너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근처 영일고 학생이 카페마을 조합원에게 도예 수업을 받고 만든 공예품들도 눈길을 끈다.

유럽에서 시작된 카페에는 교류와 이야기 문화가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는 그저 커피 같은 마실거리를 파는 상점일 뿐이다. 상호작용의 공간이라기보다 익명의 개인과 일행이 잠시 들렀다 떠나는 곳이다. ‘커피하우스(집)’가 아닌 ‘커피숍(가게)’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카페마을은 그런 면에서 커피하우스다. 마을 주민들의 상호작용이 활발하다. 카페마을의 양영숙(48) 이사장은 “카페마을은 골목에 있는 카페라서 마을 주민 누구나 낮은 문턱을 넘어와 함께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고 마주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마주하는 공간’이라는 말처럼 카페마을은 ‘모기동’(목2동 주민들은 그렇게 말한다) 사람들의 손길과 눈길이 ‘마음길’로 이어진 공간이다.

지난 6월 문을 연 카페마을은 7년 전부터 사회적 기업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가 운영하던 마을카페 ‘숙영원’을 이어받았다. 숙영원의 손님이자 마을공동체 활동을 함께하던 주민 10명이 협동조합 카페로 재탄생시켰다.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을 위해 이피쿱의 공정무역 커피를 쓰고, 좋은 재료를 활용해 손으로 먹을거리를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카페는 어느 순간 마을갤러리, 마을극장, 마을학교로도 변신한다. 마을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한켠을 차지하고, 한 달에 한 번 ‘우리동네 독립영화관 in 카페마을’이 열린다. 23일 밤 8시에는 영화 <4등>이 상영된다. ‘꼬리 달린 책방 인문학교실’은 학교가 아닌 마을을 통한 배움의 시간이다.

‘함께 먹는 즐거움’도 빠질 수 없다. 현재 카페마을은 주 3일 ‘경언씨의 밥상’을 운영하고 있는데, 누구나 마을 셰프가 될 수 있는 ‘○○씨의 밥상’으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


카페마을의 조합원 이현주 씨는 “편안한 카페가 마을에 있어서 좋다. 카페 운영에 참여하는 분들이 손맛이 있어서 맛있는 것을 만들어 함께 먹는 동네 밥집 같은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김이준수 이피쿱 대표노동자 jslyd012@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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