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학교 갈 때 위험하지 않아서 좋아요"

서울시와 교육청 손잡고 어린이 등하교 지원 통학버스 운행, 범죄나 안전사고 위험률 낮춰 인기

등록 : 2016-09-22 23:42 수정 : 2016-09-22 23:44

크게 작게

초등학생들에게 위험한 등하굣길일수록 통학버스가 절실하다. 20일 오전 강월초등학교에 도착한 노란 통학버스에서 아이들이 운전기사와 탑승도우미가 지켜보는 가운데 안전하게 내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지난 20일 아침 7시50분, 서울 양천구 강월초등학교를 출발한 노란 통학버스가 도착하자 첫 손님이 올라탔다. 운전기사에게 인사를 한 이병현(초 4)·정서(초 3) 남매는 익숙하게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아이들과 함께 차에 오른 양미혜(44) 씨는 자리에 앉는 대신 버스 앞뒤를 오가며 좌석 상태를 하나하나 점검했다.

학부모가 직접 탑승도우미로 나서

남매의 엄마이자 통학버스 탑승도우미인 양 씨가 다음 정류장에서 탈 아이들의 이름을 확인하는 사이 버스는 두 번째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우르르 차에 올라 자리에 앉는다. 양 씨는 모든 아이가 안전띠를 맸나 확인한 뒤에야 출발신호를 했다. “출발하십시오!” 좁고 울퉁불퉁한 도로 위를 달리는 통학버스 안은 아이들의 들뜬 수다로 시끌벅적했다.

유명 사립학교의 상징으로 통했던 ‘노란색 스쿨버스’가 양천구 신월7동의 좁은 도로를 누비게 된 것은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초등학교 스쿨버스 지원사업’ 덕분이다. 이 사업은 등하굣길 교통사고 예방과 어린이 대상 범죄를 막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학교당 연간 6540만 원을 지원하면, 해당 학교가 이를 이용해 통학버스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사업 첫해에는 33군데 초등학교에 통학버스를 지원했는데,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는 40개교로 지원 대상을 늘렸다.

등하굣길이 교통사고가 잦은 곳이거나 우범지대인 경우, 통학 거리가 멀어 아이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 등이 우선 지원 대상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지원을 받는 강월초등학교는 학군 범위가 넓고 통학로에 보도가 끊어진 곳이 있어서 등하굣길 안전 대책이 절실했던 곳이다. 아이들의 평균 통학 거리가 621m로, 어린이보호구역인 300m를 훌쩍 뛰어넘는다. 김경숙 교무부장은 “직선거리로 따지면 그리 멀지 않지만 학교와 주거지 사이에 산이 있어서 아이들이 산길과 좁은 골목길을 지나야 한다. 혼자 등하교하는 아이는 범죄나 안전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다”며 통학버스가 필요함을 설명했다.

어린이 안전체험교실도 함께 열어


“학교 갈 때 다리가 아프지 않아 좋아요.” “여름에 스쿨버스 타면 시원해요.” 아이들도 만족감이 크다. 5학년인 김시은 양은 통학버스를 타려고 부천시에서 전학까지 왔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통학버스를 반긴다. 1학년 아이를 통학버스로 등교시키고 있는 윤지원(45) 씨는 “저학년 아이가 학교까지 걷기에는 너무 멀고, 한 번에 가는 버스도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통학버스가 있으니 안심하고 태워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월초등학교 통학버스의 회당 왕복 운행 거리는 5㎞다. 등교 시간에 두 차례, 하교 시간에 네다섯 차례 운행하며 아이들 110여 명의 통학을 돕는다. 등하교 시간이 아닌 때에는 체험활동 이동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편, 서울시는 통학버스 운행을 넘어 어린이 안전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사업도 펼치고 있다. 현대해상과 업무협약을 맺어 통학버스를 지원받고 있는 학교 중 6개교에 안전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어린이 안전지도와 버스노선 안전도 평가 등 종합 컨설팅을 진행했다. 아울러 29개교를 대상으로 통학버스 안전교육, 자전거 안전, 생활 안전, 소방 안전, 수상 안전 등 어린이 안전체험교실을 11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글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사진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