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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3일 주말을 맞아 마천동에 있는 송파구 새활용센터를 찾은 주민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2 송파구 새활용센터 내 체험 교육장에서 어린이들이 자투리 목재를 활용한 목공체험을 하고 있다. 3 주민 누구나 다양한 공구와 부품을 선택해 수리할 수 있는 공구 셀프 체험장. 4 송파구 새활용센터 직원이 시험 가동을 마친 냉장고를 세척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매장도 둘러보고 아이와 자원순환 체험도 하고 좋죠”
어린이 대상 자원 재활용 프로그램 운영
코로나로 중단 ‘장지천 녹색장터’ 재개장
“재활용으로 어려운 이웃 돕기 힘쓸 것”
“세탁기를 샀어요. 내부에 간단한 부속 하나만 해결하면 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많이 싸죠.”
마천동에 사는 안기대(59) 라인코리아 대표는 3일 농촌에 보낼 세탁기를 사러 송파구 새활용센터에 왔다. 안 대표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과 막 귀농·귀촌한 사람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귀농 닥터’로 활동하고 있다. 안 대표는 시중에서 60만~70만원은 줘야 살 수 있는 제품을 이곳에서 13만원에 샀다.
송파구 새활용센터 직원들이 세탁기를 매장에 진열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농가에 농업 지도 활동이나 도시인을 대상으로 농업체험 교육을 합니다. 아무래도 막 농촌 생활을 시작하면서 새것을 장만해 사용하는 것보다 중고를 사 사용하는 게 부담이 적죠.” 안 대표는 운동기구나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가끔 이곳에 온다고 했다. “제품은 모두 좋아요. 현실적으로 경제적 도움이 많이 됩니다.” 안 대표는 “시골에서 필요하다는 사람이 많아 쓸 만한 제품을 추천도 해야 해서 앞으로도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요즘 ‘알뜰족’의 발길이 마천동에 있는 송파구 새활용센터로 모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새롭게 단장해 재개관한 송파구 새활용센터는 재활용(리사이클)과 새활용(업사이클)을 위한 자원순환 복합공간이다. 재활용·새활용 제품 판매장, 수리 공간을 비롯해 체험 교육 공간도 갖춰 학생과 주민을 대상으로 업사이클과 자원순환 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송파구 새활용센터에는 입구에서부터 가구·가전을 비롯해 각종 생활용품, 운동기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창고형 할인점처럼 품목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어, 주민들이 쉽게 물건을 찾을 수 있다. 판매 물품은 대부분 주민들이 기증한 것이다. 중고품을 깨끗하게 수리해 판매하거나 손댈 필요가 없는 새것 같은 물품도 많다. 가격도 저렴하다. 쓸 만한 의자가 1만원, 깨끗한 식탁이 5만원, 가구가 비싸야 30만원 정도다. 그렇다고 모두 저렴한 것만 있지는 않다. “저기 1억원짜리 장롱이 들어와 있어요.” 이승현 송파구 새활용센터장(새마을운동송파구지회장)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고풍스러운 붉은색 가구가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 속에서도 위풍당당한 모습이 ‘고귀한 신분’인 듯 보였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온이상 몸값은 10분의 1도 안 된다. “판매 가격은 300만원입니다.” 이 센터장은 “하나하나 확인해보면 장인이 만든 수공예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며 “센터에서 제일 비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 새활용센터에서 가장 비싼 판매가 300만원짜리 붉은색 장롱.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또 다른 가구가 눈에 띄었다. 가격표에는 150만원이 쓰여 있었다. “워낙 오래된 거라 어떤 용도인지는 잘 모르죠. 진열장도 아니고 화장대도 아니고. 자세히 보면 못이 없고 나무끼리 전부 짜맞춘거예요.”
송파구 새활용센터에는 이 외에도 정수기, 키보드, 괘종시계, 가방, 피아노, 미용기구도 있다. 3만원에서 5만원까지 가격표가 붙은 서화나 미술품, 오래된 영사기 같은 ‘골동품’도 많다. “별게 다 나와요. 누가 저런 걸 살까 싶은데 또 사가요.” 이쯤 되면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상이다.
“봄가을 이사철에 물건이 많이 들어옵니다. 이사하면서 버리는 물건이 많죠.” 보통 버리는 물건은 폐기물 신고를 하면 폐기물 수거업체가 수거해 폐기장에 버린다. 이 센터장은 그중에는 멀쩡한데 왜 버리나 싶은 쓸만한 물건이 많다고 했다. “아시는 분은 버리기 전에 저희한테 전화해요. 식탁이 깨끗해서 쓸 만한데 버리기에는 아깝다고 연락하죠. 그러면 수거 직원이 가서 수거해 옵니다.”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비용을 내야 하지만, 송파구 새활용센터에 연락하면 수거비를 안 받는다. 수거를 요청할 때는 물품 모습을 찍은 사진을 미리 보내야 한다. 수리해서 쓸 만한 물건인지 미리 판별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수리해도 쓸 수 없는 물건도 있죠. 그런 건 저희가 가져올 수 없습니다. 곧바로 폐기물 업체에서 수거해 가는 게 낫죠.”
송파구 새활용센터는 이렇게 들여온 물품을 수리실에서 기본적인 세척과 수리를 한다. 가전제품은 5일 동안 가동해본 뒤 이상이 없으면 깨끗하게 수리해 매장에 진열한다. “중고제품은 사용하고 싶은 사람이 이 정도 가격이라면 사겠다는 수준에서 정합니다.” 이 센터장은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원을 재활용해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살리기 위한 사업이라서 주민들이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적정한 가격을 매긴다”며 “그래서 ‘최소 가격’만 받는다”고 했다. 송파구 새활용센터는 다른 중고품 거래 플랫폼과 비교해서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있고, 배송해주는 게 장점이다. “구매자가 원하면 배송까지 해줘요. 간단한 것은 1만원에서 큰가구는 3만원까지 받습니다.”
판매 완료된 텔레비전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중고 생활물품은 부동산시장 경기와 맞물려 돌아간다. “평소 물건을 버리는 사람은 드물죠. 이사할 때나 버리지.” 이 센터장은 지금은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라서 이사 수요가 줄어 물건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하루 200여 명이 찾는 송파구 새활용센터는 매출도 제법 된다. “매출이 적게는 몇십만원에서부터 많게는 300만원까지 나와요.”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봉사활동 비용으로 사용한다. 새마을운동송파구지회는 연초에는 해맞이 떡국 행사, 여름 삼계탕 행사, 추석 송편빚기, 겨울 김장 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한다.
“물품을 기증하는 주민은 폐기물 처리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좋고, 그 물건을 다시 사용하니 자원을 아끼고 환경도 살릴 수 있죠. 싼 가격에 좋은 물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주민도 유익하고, 우리는 판매 수익으로 이웃을 위해 사용하니 좋죠.”
뚝딱뚝딱~, 쾅쾅쾅~. 송파구 새활용센터 내에서 시끄러운 망치질 소리가 들렸다. 토요일이라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목공 체험을 하고 있었다. 송파구는 자원 절약과 순환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인식 개선을 위해 어린이와 주민을 위한 교육·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어린이들이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카드지갑.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버려지는 폐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프로그램 ‘리앤업사이클’, 목공체험 프로그램 ‘키즈워크샵’을 운영한다. 리앤업사이클은 자투리 가죽으로 카드집 만들기, 폐종이로 메모꽂이 만들기, 우유팩으로 달력·지갑·필통 만들기 등을 한다. 키즈워크샵은 재활용 나무로 경찰차, 소방차, 재활용차 등 내 손으로 나만의 장난감을 ‘뚝딱’만들 수 있다.
이날은 아이들이 경찰차를 만들었다. 김영아 목공체험 프로그램 강사는 “아이들이 자투리 나무를 활용해 간단한 목공 체험을 하면서 자원의 소중함도 함께 배울 수 있다”며 “아이들이 망치질도 생각보다 좋아하고 스스로 만들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좋다”고 했다.
“아이에게 어려서부터 자원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서 왔어요. 매장도 둘러보고 일석이조죠.” 송파구 장지동에 사는 김혜진(40)씨는 아들 이동영(6)군과 함께 목공체험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집 가까이 이런 매장이 있다는 게 좋죠.” 김씨는 “책장을 하나 사고 싶어 둘러보고 있다”며 “마음에 드는 게 몇 있는데 배달료와 합쳐서 비교해봐야 할것 같다”고 했다.
지난 3일 송파구 장지천 변에서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녹색장터가 2년 만에 열렸다. 정용일 선임기자
이날 송파구 새활용센터 바로 옆 장지천에서는 녹색장터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지 2년 만에 재개장했다. 구민들이 가정에서 사용하다 더는 필요 없게 된 물건을 가져와서 판매한다. 첫날이라서인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얼추 150여 명이 돗자리를 깔고 물품을 판매했다. 새마을운동송파구지회 부녀회는 물건 판매자한테 돗자리 사용료 2천~3천원씩을 받는다. 일종의 자릿세인 셈이다. 이곳에서 나온 수익금도 모두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송파구 새활용센터는 지난해 재개장 이후 연 2억원 미만이던 매출을 4억원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이 센터장은 “아직 홍보가 부족해서 그런데, 많이 알려지면 목표 달성도 어렵지 않다”며 “앞으로도 재활용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