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조은별 작가가 14일 강서구 가양동 겸재정선미술관에 전시된 자신의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대학 졸업 뒤 아르바이트 속 그림 병행
‘강서에서 매년 젊은 작가 발굴’ 소식에
극사실 회화 기법으로 ‘마음’ 그려 출품
강서문화원, 내년 ‘첫 개인전’ 개최 지원
“말도 못하게 좋았죠.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작가가 선정되는 줄 알고 기대도 안 했어요.”
조은별(22) 작가는 지난 8월5일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강서문화원과 겸재정선미술관은 매년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전’을 개최하는데, 올해로 13회째다. 지난해보다 많은 149명이 응모해 대상을 비롯해 최우수상과 우수상 각 1명, ‘내일의 작가’ 5명 등 모두 8명이 수상했다. 겸재정선미술관은 8월5일부터 9월18일까지 수상작을 한데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14일 강서구 가양동 겸재정선미술관에서 만난 조 작가는 “큰 기대를 안 하고 지원했는데 대상을 받았다”며 “앞으로 자만하지 않고 더 큰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작가는 ‘만져지는 마음 덩어리’를 주제로 한 작품을 출품했는데, <질린>(캔버스 유화)으로 대상을 받았다. “모든 사람은 ‘마음 덩어리’를 가지고 있죠.” 조 작가는 마음을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살결처럼 만질 수 있는 말랑하고 유동적인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질린>은 ‘만져지는 마음 덩어리’를 표현한 극사실 회화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사진으로 착각할 만큼 탁월한 재현 능력이 눈길을 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붓질이 더해져 사진이 흉내 내지 못하는 촉각성이 생기는 게 회화의 매력”이라며 “그런 회화의 맛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대상의 재현이 곧 심리의 표현이 되는 오묘한 경지에 이른 점이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 작가가 마음 덩어리를 구상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많은 사람이 겪지만 설명하기 힘든 감정과 느낌이 있죠. 신나지만 슬프기도 하고, 편안하지만 불안하기도 한 복합적이고 어려운 마음들입니다.” 조 작가는 그런 감정의 원인과 출처가 어디일지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했고,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느꼈다”고 했다. “나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게 마음인데, 실체가 없어 답답했죠. 어디에 있고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조 작가는 부드럽고 말랑하지만 견고하고 커졌다 작아지는 등 스스로 느껴왔던 마음의 특징을 모아 마음 덩어리의 이미지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답답할 때 좀 때리고 싶기도 하고, 어떤 때는 꼭 보듬어주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실체가 없는 마음을 만지고 주무를 수 있는 실체로 보여주는 것이 작업 목표였다”고 했다. 조 작가는 자신의 모습과 마음 덩어리를 작품에 함께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극사실 회화 기법을 사용한다. “실제 모습 그대로 생생하게 그리면 감정도 생생하게 다가와요.” 조 작가는 “극사실적인 내 모습과 내 마음 덩어리를 같이 배치해 실제 내 몸은 명확하게 볼 수 있지만 실제 내 마음은 볼 수 없으니, 극사실과 추상적 느낌의 대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린>을 비롯한 조 작가의 작품은 다소 어두운 편이다. “지금까지 너무 어두운 작업만 하다 보니, 그림을 보면 무섭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조 작가는 “앞으로 나만의 요소를 넣어서 좀 더 재밌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재밌는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로 해소되지 않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느끼죠.” 조 작가는 “평생 나와 함께할 운명을 가진 마음 덩어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며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 나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삶에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마음 덩어리가 상처 나지 않게 잘 보듬으면서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떡볶이집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아동 미술학원에서 아이들도 가르쳐요.” 조 작가는 미래가 불투명한데다 고정 수입이 없다는 게 청년 작가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매일 아르바이트하다보면 작업할 시간이 없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며 “온전히 그림 그리는 데 시간을 쏟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모전을 하면 보통 개인전 경력이 있는 작가를 많이 뽑죠. 저 같은 경우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해 개인전을 할 기회가 없었어요.” 조 작가는 올해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는 “경력이 없는 젊은 작가들이 지원할 수 있는 공모전이 많지 않다”며 “겸재 내일의 작가전은 신진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이라서 응모 지원 자격이 까다롭지 않았다”고 했다. 조 작가는 내년에 첫 개인전을 연다. 겸재정선미술관은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전 대상 수상자에게 이듬해 개인전을 개최해준다. 조 작가는 “다른 미술관에서 청년 작가를 지원하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는데, 겸재정선미술관은 일회성 전시가 아니라 개인전도 열어주고 신경을 많이 쓴다는 걸 느꼈다”며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라 신중하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조은별(22) 작가는 지난 8월5일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강서문화원과 겸재정선미술관은 매년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전’을 개최하는데, 올해로 13회째다. 지난해보다 많은 149명이 응모해 대상을 비롯해 최우수상과 우수상 각 1명, ‘내일의 작가’ 5명 등 모두 8명이 수상했다. 겸재정선미술관은 8월5일부터 9월18일까지 수상작을 한데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14일 강서구 가양동 겸재정선미술관에서 만난 조 작가는 “큰 기대를 안 하고 지원했는데 대상을 받았다”며 “앞으로 자만하지 않고 더 큰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작가는 ‘만져지는 마음 덩어리’를 주제로 한 작품을 출품했는데, <질린>(캔버스 유화)으로 대상을 받았다. “모든 사람은 ‘마음 덩어리’를 가지고 있죠.” 조 작가는 마음을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살결처럼 만질 수 있는 말랑하고 유동적인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질린>은 ‘만져지는 마음 덩어리’를 표현한 극사실 회화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사진으로 착각할 만큼 탁월한 재현 능력이 눈길을 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붓질이 더해져 사진이 흉내 내지 못하는 촉각성이 생기는 게 회화의 매력”이라며 “그런 회화의 맛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대상의 재현이 곧 심리의 표현이 되는 오묘한 경지에 이른 점이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 작가가 마음 덩어리를 구상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많은 사람이 겪지만 설명하기 힘든 감정과 느낌이 있죠. 신나지만 슬프기도 하고, 편안하지만 불안하기도 한 복합적이고 어려운 마음들입니다.” 조 작가는 그런 감정의 원인과 출처가 어디일지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했고,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느꼈다”고 했다. “나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게 마음인데, 실체가 없어 답답했죠. 어디에 있고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조 작가는 부드럽고 말랑하지만 견고하고 커졌다 작아지는 등 스스로 느껴왔던 마음의 특징을 모아 마음 덩어리의 이미지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답답할 때 좀 때리고 싶기도 하고, 어떤 때는 꼭 보듬어주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실체가 없는 마음을 만지고 주무를 수 있는 실체로 보여주는 것이 작업 목표였다”고 했다. 조 작가는 자신의 모습과 마음 덩어리를 작품에 함께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극사실 회화 기법을 사용한다. “실제 모습 그대로 생생하게 그리면 감정도 생생하게 다가와요.” 조 작가는 “극사실적인 내 모습과 내 마음 덩어리를 같이 배치해 실제 내 몸은 명확하게 볼 수 있지만 실제 내 마음은 볼 수 없으니, 극사실과 추상적 느낌의 대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린>을 비롯한 조 작가의 작품은 다소 어두운 편이다. “지금까지 너무 어두운 작업만 하다 보니, 그림을 보면 무섭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조 작가는 “앞으로 나만의 요소를 넣어서 좀 더 재밌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재밌는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로 해소되지 않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느끼죠.” 조 작가는 “평생 나와 함께할 운명을 가진 마음 덩어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며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 나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삶에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마음 덩어리가 상처 나지 않게 잘 보듬으면서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떡볶이집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아동 미술학원에서 아이들도 가르쳐요.” 조 작가는 미래가 불투명한데다 고정 수입이 없다는 게 청년 작가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매일 아르바이트하다보면 작업할 시간이 없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며 “온전히 그림 그리는 데 시간을 쏟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모전을 하면 보통 개인전 경력이 있는 작가를 많이 뽑죠. 저 같은 경우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해 개인전을 할 기회가 없었어요.” 조 작가는 올해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는 “경력이 없는 젊은 작가들이 지원할 수 있는 공모전이 많지 않다”며 “겸재 내일의 작가전은 신진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이라서 응모 지원 자격이 까다롭지 않았다”고 했다. 조 작가는 내년에 첫 개인전을 연다. 겸재정선미술관은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전 대상 수상자에게 이듬해 개인전을 개최해준다. 조 작가는 “다른 미술관에서 청년 작가를 지원하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는데, 겸재정선미술관은 일회성 전시가 아니라 개인전도 열어주고 신경을 많이 쓴다는 걸 느꼈다”며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라 신중하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