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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감염병 대응에 활용 기대해요”

코로나19 데이터 활용 역학조사 프로그램 만든 강북구보건소의 최광일 주무관

등록 : 2023-02-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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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일 강북구보건소 주무관이 지난달 17일 강북구보건소 소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빅데이터-알(R) 분석 활용 교육 및 시연’ 행사 펼침막을 배경으로 웃고 있다.

심리학 박사로 데이터 분석 일하다

2년 전부터 임기제로 역학조사 지원

지난해 오픈소스로 개발, ‘신속·정확’

중대본 수범사례, 타 지자체와 공유

코로나19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4월쯤 비상사태 해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나타날 팬데믹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코로나19 데이터 활용의 현장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7일 오후 추운 날씨에도 강북구보건소 4층 소회의실에는 열기가 가득 찼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17곳의 보건소와 감염병 관리단 직원 3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코로나19 빅데이터-알(R, 오픈소스 통계프로그램) 분석 활용 교육 및 시연’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을 개발한 강북구보건소 최광일 주무관의 강의에 앞서 유희선 감염병대응팀장이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유 팀장은 “프로그램을 만드니 재감염자와 누락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어 공유에 나섰다”며 “감염병 대응으로 함께 고생해온 분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최 주무관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역학조사 프로그램 운영 방법을 1시간30분 동안 시연하며 설명했다. 재감염자 탐색은 질병관리청의 확진자 정보를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강북구가 구축한 확진자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일괄적으로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누락된 확진자 탐색은 병원이나 보건소가 질병관리청에 신고하는 ‘확진자 발생신고서’와 ‘확진자 조사서’(역학조사서)를 대조해 이뤄진다.

이날 교육을 마친 뒤 만난 최 주무관은 “간단한 프로그램인데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아 당황스럽지만, 역학조사와 방역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은 지난해 10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수범사례로,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서는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문의가 있어, 이날 교육과 시연 공유회를 열었다.

최 주무관은 데이터 분석에서 전문가급 경력을 갖고 있다.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중소벤처기업에서 데이터 분석 일을 했다. 빅데이터 강사로도 활동하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쉬게 됐다. 집 근처 강북구보건소 역학조사관 공모를 보고 지원서를 넣었다. 그는 “심리학을 전공해 사람 마음을 잘 읽고, 데이터 분석 경험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17곳의 보건소와 감염병 관리단 직원 30여 명이 최광일 주무관의 프로그램 사용법 강의를 듣고 있다.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그는 2021년 3월부터 역학조사 데이터베이스 관리, 선별진료소 결과 통보 등의 업무를 해왔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확진자가 늘면서 매일 반복되는 보고 업무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여러 차례 전화를 받는 확진자들의 민원도 적잖았다. 그는 “역학조사관 대부분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어 효율적인 처리를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엑셀로 역학조사에 필요한 정보를 요약해봤다. 조사관들의 질문 횟수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재감염자 비율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늘고 누락자 수도 증가했다. 데이터 용량도 커지면서 엑셀로 처리하는 데 몇 시간씩 걸리고 스크린이 하얗게 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전에 다뤄봤던 오픈소스 통계프로그램 알(R)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재감염자와 누락자를 찾는 프로그램 개발은 한 단계씩 진행해, 두 달 정도 걸렸다.

지난해 7월 프로그램 테스트를 마치고 8월부터 역학조사 업무에 활용했다. 시간 절약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재감염자 수를 확인하는 데 드는 시간이 98% 줄었다. 예컨대 이전에 확진자 1천 명 가운데 재감염자 48명을 찾아내는 데 약 27시간이 걸렸지만,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쓰면 16분이면 가능했다. 감염자들의 기억이 불확실한 경우도 많았는데 데이터베이스에 구축된 기록을 활용하니 확진일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누락자를 찾아내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누락자는 주로 확진자가 주민등록 주소가 아닌 다른 자치구에서 재택치료를 받을 때 생긴다. 프로그램은 확진 때 병원이나 보건소가 질병관리청에 신고하는 발생신고서와 확진자 조사서를 대조해 누락자를 금세 찾아냈다.

최 주무관은 관련 데이터를 좀 더 깊이 있게 활용해볼 계획이다. 재감염자가 어느 지역에 많이 발생하는지, 연령별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백신 접종 이력이 있는 확진자의 재감염률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쌓인 감염병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잘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는 “어떤 감염병에도 대처할 수 있는 정교한 프로토콜이 마련되면 대응 속도도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로 공무원 생활 3년차를 맞는 최 주무관은 “이제야 공직 사회를 조금 알 것 같다”고 했다. 이전 일하던 학교나 기업과는 환경과 분위기가 달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는 “지나치게 경쟁적이지 않아 좋다”고 했다. 임기제 공무원 신분이기에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서 공식 자격을 갖출 계획이다. 틈날 때마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 시험을 준비해, 필기는 통과했고 실기 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는 “앞으로 역학조사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경험을 활용해 연구자나 강사로 활동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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