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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숙표’ 재밌는 공격 농구 펼칠게요”

서대문구 여자실업농구단 초대 감독 맡은 ‘농구 여제’ 박찬숙

등록 : 2023-02-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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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숙 서대문구 여자실업농구단 감독이 7일 서대문구 홍은동 서대문 문화체육센터 내 농구장에서 ‘희망의 슛’을 던졌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프로·대학팀 못 간 선수들에게

꿈 이루는 계기 만들어주고 싶어

경험 쌓고 3~5년 뒤에는 우승 목표

“구민 기대 어긋나지 않게 최선 다할 것”

“항상 농구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오겠다는 마음에 변함없었죠. 그러다보니 이런 기회가 왔습니다.”

서대문구는 지난 1월31일 박찬숙(64) 한국실업농구연맹 수석부회장을 서대문구 여자실업농구단 초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서대문구는 2월에 여자실업농구단 선수 선발을 마치고 3월에 공식 창단식을 연다.

7일 서대문구 홍은동 서대문 문화체육회관에서 만난 박 감독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신인이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은 최근 공부와 등산·트레킹 등 취미 생활을 하며 휴식 기간을 보냈다. “60이 넘어 나만의 시간을 갖게 돼 너무 행복했죠.” 박 감독은 “영원한 농구인인 제가 어디 가겠느냐”며 “박찬숙이기에 가능한 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열의를 다졌다.


박 감독은 1975년 16살의 나이로 국내 최연소 여자농구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됐다. 197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은메달,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한국 올림픽 구기 종목 사상 첫 은메달을 따는 데 주역을 맡았다.

박 감독은 1978년 태평양화학을 시작으로 실업팀 선수 생활을 시작해 대만 실업팀 바이진주바오에서도 선수로 뛰었다. 국가대표팀 코치와 감독, 대한체육회 부회장, 한국여성스포츠회 부회장,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2018년부터 한국실업농구연맹 수석 부회장을 맡았다.

박 감독이 프로나 실업, 학교 등에서 감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팀 감독에 도전도 해봤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쓰라린 경험을 했죠.” 박 감독은 당시 “내 꿈은 이게 끝인가 싶어 이루 말할 수 없이 실망이 컸다”고 했다. 그래도 박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농구만을 생각한 끝에 실업팀 감독의 꿈을 이뤘다.

박 감독에게 서대문구 여자실업농구단을 맡게 된 이유를 듣고 싶었다. “농구를 계속하고 싶지만 프로나 대학팀에 가지 못한 친구들을 선발해 자기 꿈을 이루게 하는 데 저의 연륜과 지도력이 도움되면 좋겠습니다.” ‘농구 여제’로 승승장구하던 박 감독에게도 아픈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까. 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리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 한 명 한 명 품에 안아주는 푸근한 ‘큰엄마 감독’이 되겠다고 했다. “박찬숙이 워낙 거성(스타)이라서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해요. 무섭다고도 해요. 또 선수들과 연배 차이도 많이 나죠.” 박 감독은 “그런 것을 깨기 위해 내가 더 많이 노력하겠다”며 “재밌게 가르치고 재밌게 농구를 하겠다”고 했다.

서대문구는 7일 선수 공개 선발 공고를 냈다. “트라이아웃(입단 시험)을 통해 8~10명을 선발할 계획입니다.” 박 감독은 드리블, 패스, 슛 등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를 원한다. “기본기가 탄탄하면 모든 걸 할 수 있죠. 훈련도 기본기부터 할 겁니다.”

서대문구 여자실업농구단이 창단되면 국내 여자실업농구단은 김천시청, 사천시청, 대구시체육회, 서울시농구협회 등 5개팀으로 늘어난다. 박 감독은 5월에 열리는 전국실업농구연맹전을 시작으로 종별농구선수권대회, 전국체육대회 등에 참가할 계획이다. “처음부터 우승하면 큰일 나죠.” 박 감독은 “올해는 욕심부리지 않고 적응하는 기간으로 삼겠다”며 “3~5년 뒤에는 우승이 목표”라고 했다.

박 감독은 화끈한 공격 농구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실력이 부족할 때 수비 농구를 하는 거죠. 전 아닙니다.” 박 감독은 수비 농구를 잘해서 명장이라는 소리 듣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수비 농구는 발전이 없어요. 공격 농구를 해야 발전할 수 있죠. 화려하기도 하고 재밌습니다.” 박 감독은 결국 공격해야 이길 수 있고 수비는 그다음이라고 했다.

“후배들이 열심히 하지만 프로농구가 프로배구보다 인기가 없어요.” 박 감독은 한국 프로농구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데 대해 걱정했다. “걸출한 스타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박 감독은 “김연경 선수 보려고 배구를 본다”며 “훌륭한 농구 선수는 많지만 김연경처럼 표출이 안 되는 게 제일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선배 세대가 이룬 한국 여자 농구의 영광을 후배 세대가 다시 한번 재현해주길 바랐다. “선배들이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이룬 성과를 후배들한테서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 감독은 “이런 선배들의 바람이 부담스럽더라도 후배들은 이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대문 구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겠죠. 양어깨가 무겁습니다.” 박 감독은 여자 농구 활성화와 ‘스포츠 도시 서대문’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한발 앞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한 유소년, 스포츠 동호회 등 생활체육 발전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박 감독은 “여자실업농구단을 창단한 데 대해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에게 감사드린다”며 “구민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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