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신구 조화’ 속 MZ세대 인증샷 남기는 곳

용산구 ‘용리단길’

등록 : 2023-03-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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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장소는 ‘용리단길’이다. 포털에서 검색하면 ‘테마거리’라는 설명과 함께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412’라는 주소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삼각지 방향으로 이어지는 380m 골목길에 아기자기한 카페는 물론 이색적인 음식점까지 즐비하다.

삼각지 주민으로 수없이 오간 길이다. 준공된 지 52년이 지난 삼각맨션을 지나 골목골목을 걷는 동안 잠시 사색에 잠겼다.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우리 동네. 참 많이 변했고 또 변하고 있다. 평소 옛것에 대한 환상이 있다. 옛것이 주는 아련함을 좋아한다. 그러나 적어도 이곳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설렘이 더 크게 작용하는 곳이다.

2014년 래미안용산센트럴파크, 2017년 용산푸르지오써밋, 2020년 용산센트럴파크 등 초고층 주거단지와 2017년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 들어섰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눈에 보이는 도시개발로 높은 건물들이 올라가면서 용산역 일대 풍경이 달라진 것은 알았지만 뒷골목 문화까진 염두에 두진 못했다.

곳곳에 자리 잡은 오래된 식당들과 새로 생긴 가게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공간을 채우는 이들이 누군가 하는 것이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엠제트(MZ) 세대가 이 거리를 채운다.

점심·저녁 시간 할 것 없이 가게마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 풍경, 더는 낯설지 않다. 가게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본다. 나 또한 ‘사람들에 취하고’ 인테리어에 반해 다음에 저 가게는 꼭 가보리라 다짐한 곳도 제법 있다.

주말 오후 호기롭게 노트북을 들고 나섰지만 커피숍 빈자리 하나 찾지 못하고 거리를 방황하다 용산 청년지음까지 걸었다. 내친김에 건너편 용산박물관도 구경했다. 인근 하이브(방탄소년단 기획사 사옥) 주변은 처음이라 신기하게 둘러봤다. ‘역시 용산은 한류의 중심인가’ 하면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 들어오면서 서서히 조성되기 시작한 용리단길 상권이 확대된 것이다. 범위를 확장해 보면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삼각지역 뒷골목까지다. 여기에는 2022년 5월 대통령 집무실 삼각지 이전도 한몫했다.

옆길로 잠시 새어 생각해보면, 용산의 매력은 골목길에 있다. ‘~리단길’의 원조 경리단길에서부터 해방촌, 이태원 뒷골목, 최근 서울시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에 선정된 용마루길까지 젊은 세대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골목길이 곳곳에 있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용리단길을 걷자니 문득 어느 드라마 대사가 떠올랐다. 왜일까? 햇살 좋은 봄날, ‘인싸’(인사이더)들의 중심에 있는 용리단길에서 연인 혹은 친구, 가족 등 소중한 사람들과 남긴 사진 한 장이 또 추억의 한쪽을 채워나갈 것이다.

임지원 용산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용산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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