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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동숭동 마로니에광장에서 열린 마르쉐 장 풍경. 매달 둘째 주 일요일엔 혜화에서, 넷째 주 일요일엔 명동성당 1898광장에서 열리는 장은 7000~8000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유명하다.
도시농부라면 한번쯤 들어봤거나 다녀왔을 도심 농부 장터 ‘마르쉐’. 다양한 작물을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멋지게 재배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며, 그런 작물로 얼마나 많은 음식을 맛있고 건강하게 요리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삶을 새롭게 농사짓고 싶은 이들이, 자신보다 앞서 그런 삶의 농사를 짓는 농부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국 유기농들이 모이는 장터
지난 13일 마르쉐는 동숭동 마로니에광장에서 열렸다(마르쉐@혜화). 한 달에 두 번 서는 마르쉐 장은 매달 둘째 주 일요일에는 이곳에서, 넷째 주 일요일에는 명동성당 1898광장(마르쉐@명동)에서 열린다. 멀리 전라도 장흥이나 강원도 양양에서 그리고 가까이에서는 서울 노원, 은평구나 경기도 고양, 군포 등지에서 80여 팀이 참여한다.
이들은 인공을 최대한 억제하고 자연의 성품을 그대로 살린 것들을 1평 남짓 좌판에 올린다. 4년 전 서른 명의 텃밭지기들끼리 조촐하게 시작했지만, 이제는 생명을 살리고, 생명을 나누고, 자연의 삶을 공유하는 장터, ‘도심의 농촌’을 꿈꾸는 이들이 하루 7000~8000명이 다녀가는 한국형 파머스마켓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르쉐에는 운영본부가 있어 참여 농부와 작물, 음식 등을 알 수 있지만, 몇몇 꾼들은 ‘지우도농’(고양시 구산농장지기 김재광)의 부스를 먼저 찾는다. 밭에서 자란 명아주와 염주로 만든 청려장과 팔찌·목걸이가 주력 상품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그가 재배해 빚은 토종 쌀 막걸리다.
부스가 설치되면 단골 농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부스 안 좁은 공간은 졸지에 작은 주막이 된다. 김이수 이사 등 귀농운동본부 사람들, 원년부터 자원봉사를 해온 노들텃밭의 서명갑, 고양 우보농장의 이근이, 이천 현강농원의 송기봉, 홍성 ‘농부들’의 금창영 등이 모여드니, 전국의 유기농부들 소식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오가는 이들이 한 병씩 내니, 전통주 장인도 울고 갈 이양주, 삼양주 맛을 넉넉히 볼 수도 있다. 옆 부스 찬우물농장에서는 토종 배추의 달짝지근한 속과 김장 김칫소를 내온다.
13일 장터의 주제는 ‘토종’. 30여 종의 토종 벼와 온갖 종류의 콩·팥·수수·옥수수·밀·조 등 잡곡, 토종 김장 재료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온갖 토종 고구마·감자·박·호박 등이 올라왔다. 장의 중심은 아무렴, ‘싸전’. 토종 벼를 알리고 보급하기로 의기투합한 10명의 농부가 운영한다. 대전 ‘더불어농원’에서 7종, 홍성 ‘자연농’에서 5종, 고양 ‘우보농장’에서 20여 종을 냈다. 싸전 앞에는 그날 도정한 토종 쌀로 밥을 짓는 밥통이 하나씩 올라 있는 상이 열차 객실처럼 늘어서 있다. 손님들은 버들벼(대전 더불어농원), 알큰차나락(완주 송광섭 농부), 금도(공주 황진웅), 조동지(홍성 이연진), 자광도(김포 박재선), 졸장벼(나주 김도우), 대관도(군포 김재규), 흑갱(홍성 금창영), 백석(경기도 광주 김석우), 자치나(고양 우보농장) 쌀밥을 1500원에 3종씩 골라 먹을 수 있다. 플레이트에 밥을 배식받은 이들은 동화박스프, 토종콩함박, 강냉이범벅, 생강지짐, 자염부석태, 청국장, 토종콩커리 등을 파는 요리 부스로 발길을 옮긴다. 그 옆에는 앉은뱅이밀 난, 토종쌀 그래놀라, 조동지현미 디저트 등 각종 토종 디저트 부스가 줄지어 있다. 각지의 농부들이 자신이 가꾼 작물로 개발한 음식들이다. ‘싸전’ 옆에는 ‘잡곡전’. 얼룩배기찰옥수수·검은찰옥수수·노랑메옥수수(양양 김혜영 농부)·잿팥·붉은팥·녹색팥·개골팥(논산 신두철 권태옥)·남도장콩·흰제비콩·검은동부·청태·쥐눈이콩(장흥 허이숙)·청차조·메조·붉은기장(제천 정연석)·까치수수(고양 맹추농장) 등 생전 처음 듣고 보는 우리의 옛 잡곡들이 모여 있다. 김장 채소전에도 구억배추·연길무(고양 이상린 농부), 이천 게걸무·개성배추(여주 송기봉), 달롱파·삼층거리파·무릉배추(논산 신두철), 월동갓(파주 김명희), 진안대파(남양주 이명희) 등 순 토종들만 있다. 이 밖에 조롱박·동아박·토종박·떡호박·애호박·돌호박·약호박·맷돌호박·희물고구마·자주감자·초석잠·흰계란가지 등이 좌판에 앉아, 할머니들이 오래전 들려줬을 법한 옛날 우리 음식 이야기를 전한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토종 나눔 마르쉐@혜화에서는 김혜영 농부 중심으로 3월부터 2개월에 한 번씩 토종씨앗나눔 행사를 해왔다. 오는 이들에게 거저 주는 행사였다. 그때 나눈 씨앗들이 이렇게 장성해 열매로 돌아오기도 했으니, 농부들에게는 그 모습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 이 땅에서 수백, 수천 년 동안 우리 기후와 토양에 맞게 뿌리내린 토종들이 더 널리 더 많이 퍼져 이웃들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것이 토종씨앗나눔이들의 꿈이었다. 밥을 먹는다는 건, 단지 배를 채우고 입맛을 채우는 게 아니라, 바람과 비와 햇빛과 농부의 땀과 기도를 함께 먹고 느끼는 것. 나와 이웃 그리고 자연에 이로운 성실한 밥상이야말로 더 사람다운 세상,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고 마르쉐 사람들은 믿는다. 그날 야외공연장에서는 작은 밴드 ‘푼돈들’이 밥과 우리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다목적 홀에서는 김신효정 농부가 ‘할머니의 비밀스런 토종레시피’를 전수했다. 해가 바뀌지만 농부들에게는 사라지는 게 없다. 이어지고 또 이어질 뿐. 그사이 마디마디에는 수더분하고 따듯하고 고소하고 든든하고 질긴 장터가 있었다. 글·사진 김재광 이근이 김진아 도시농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13일 장터의 주제는 ‘토종’. 30여 종의 토종 벼와 온갖 종류의 콩·팥·수수·옥수수·밀·조 등 잡곡, 토종 김장 재료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온갖 토종 고구마·감자·박·호박 등이 올라왔다. 장의 중심은 아무렴, ‘싸전’. 토종 벼를 알리고 보급하기로 의기투합한 10명의 농부가 운영한다. 대전 ‘더불어농원’에서 7종, 홍성 ‘자연농’에서 5종, 고양 ‘우보농장’에서 20여 종을 냈다. 싸전 앞에는 그날 도정한 토종 쌀로 밥을 짓는 밥통이 하나씩 올라 있는 상이 열차 객실처럼 늘어서 있다. 손님들은 버들벼(대전 더불어농원), 알큰차나락(완주 송광섭 농부), 금도(공주 황진웅), 조동지(홍성 이연진), 자광도(김포 박재선), 졸장벼(나주 김도우), 대관도(군포 김재규), 흑갱(홍성 금창영), 백석(경기도 광주 김석우), 자치나(고양 우보농장) 쌀밥을 1500원에 3종씩 골라 먹을 수 있다. 플레이트에 밥을 배식받은 이들은 동화박스프, 토종콩함박, 강냉이범벅, 생강지짐, 자염부석태, 청국장, 토종콩커리 등을 파는 요리 부스로 발길을 옮긴다. 그 옆에는 앉은뱅이밀 난, 토종쌀 그래놀라, 조동지현미 디저트 등 각종 토종 디저트 부스가 줄지어 있다. 각지의 농부들이 자신이 가꾼 작물로 개발한 음식들이다. ‘싸전’ 옆에는 ‘잡곡전’. 얼룩배기찰옥수수·검은찰옥수수·노랑메옥수수(양양 김혜영 농부)·잿팥·붉은팥·녹색팥·개골팥(논산 신두철 권태옥)·남도장콩·흰제비콩·검은동부·청태·쥐눈이콩(장흥 허이숙)·청차조·메조·붉은기장(제천 정연석)·까치수수(고양 맹추농장) 등 생전 처음 듣고 보는 우리의 옛 잡곡들이 모여 있다. 김장 채소전에도 구억배추·연길무(고양 이상린 농부), 이천 게걸무·개성배추(여주 송기봉), 달롱파·삼층거리파·무릉배추(논산 신두철), 월동갓(파주 김명희), 진안대파(남양주 이명희) 등 순 토종들만 있다. 이 밖에 조롱박·동아박·토종박·떡호박·애호박·돌호박·약호박·맷돌호박·희물고구마·자주감자·초석잠·흰계란가지 등이 좌판에 앉아, 할머니들이 오래전 들려줬을 법한 옛날 우리 음식 이야기를 전한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토종 나눔 마르쉐@혜화에서는 김혜영 농부 중심으로 3월부터 2개월에 한 번씩 토종씨앗나눔 행사를 해왔다. 오는 이들에게 거저 주는 행사였다. 그때 나눈 씨앗들이 이렇게 장성해 열매로 돌아오기도 했으니, 농부들에게는 그 모습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 이 땅에서 수백, 수천 년 동안 우리 기후와 토양에 맞게 뿌리내린 토종들이 더 널리 더 많이 퍼져 이웃들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것이 토종씨앗나눔이들의 꿈이었다. 밥을 먹는다는 건, 단지 배를 채우고 입맛을 채우는 게 아니라, 바람과 비와 햇빛과 농부의 땀과 기도를 함께 먹고 느끼는 것. 나와 이웃 그리고 자연에 이로운 성실한 밥상이야말로 더 사람다운 세상,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고 마르쉐 사람들은 믿는다. 그날 야외공연장에서는 작은 밴드 ‘푼돈들’이 밥과 우리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다목적 홀에서는 김신효정 농부가 ‘할머니의 비밀스런 토종레시피’를 전수했다. 해가 바뀌지만 농부들에게는 사라지는 게 없다. 이어지고 또 이어질 뿐. 그사이 마디마디에는 수더분하고 따듯하고 고소하고 든든하고 질긴 장터가 있었다. 글·사진 김재광 이근이 김진아 도시농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