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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이 넘는 촛불시민이 평화 시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광화문광장이나, 서울광장, 그리고 청계광장만으로는 공간이 부족하기에 이들은 광화문 대로와 종로, 청계천로 등을 거닐며 ‘흐르는 광장'을 체험한다.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광장은 자연스럽게 인도와 차도로 이어지며 그 스스로 확장하고 유동한다. 시민들은 촛불시위를 통해 민주주의를 체험하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평소에 걸어보지 못하는 곳까지 보행 체험을 한다.
11월26일 저녁 임옥상 화백은 100m의 하얀 광목천을 수백 명의 시민과 함께 들고 청와대로 행진하는 ‘백만 백성’이라는 예술 퍼포먼스를 했다. 하얀 광목천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박근혜 퇴진’ 등 시민의 희망을 담은 것으로, 시민들은 이것을 들고 경복궁 옆 영추문까지 함께했다. 광장을 가로지르고, 인도와 차도를 함께 걸으며 100만 함성을 공유하는 시민 체험은 그 자체가 새로운 역사를 알리는 것이었다.
이처럼 ‘걷는 것이 편안한 도시’는 촛불시위 때만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서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걷는 도시, 서울'을 정책 목표로 설정해서 신촌 연세로에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마련하고, ‘아마존’이라고 ‘아이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고, 도심 속 초록 보행길인 서울역 7017 등 다양한 보행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기대하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
2016년 서울 도시정책 지표조사에 따르면 교통수단 만족도가 2011년에는 6.23점이었는데, 2015년에는 6.59점으로 높아졌다. 교통수단별로 나누어보았을 때 버스는 2011년에 6.28점에서 2015년에 6.88점으로 높아졌고, 지하철은 6.79점에서 7.01점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같은 시기 서울시민의 보행환경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았다. 주거지의 보행환경 만족도는 2011년에 6.26점이었다가 오르는 듯하더니 2015년에 6.12점으로 내려왔고, 도심의 보행환경 만족도 역시 2011년에는 5.94점이었다가 2015년에는 5.92점으로 내려왔다. 야간의 보행환경 만족도는 5.72점으로 더욱 낮다.
이렇듯 서울시민들의 보행 만족도가 낮은 것은 서울시가 이제까지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체제를 세우면서 보행자에 대한 고려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에도 서울시의 보행 친화적 도시 만들기 정책이 몇몇 대표적인 사업에 치중한 탓일 수도 있다. 서울시의 보행환경 만족도 통계는 서울시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걷는 도시, 서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