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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라는 책에서는 현대사회를 ‘개인을 향한 강박적인 착취가 벌어지는 사회’ 즉, 성과사회로 바라본다. 푸코가 말하는 규율사회는 ‘~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 규율로 사회통제를 설명하고 있지만, 성과사회라는 개념은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사람들을 몰입하도록 하여 자신을 착취하는 자율 체제로 설명한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 속에서도 사람들은 지배 이데올로기적 장치 때문에 개인적 처방으로 사회적 ‘불안과 우울증’에서 벗어나려고 할 뿐, 정치적 참여로 ‘개인의 복리’를 좋아지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못한다.
요즘 서울 시민들의 스트레스 체감도가 상당히 높다. 2016년 서울 서베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주일간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느꼈냐’는 질문에 대해서 전체의 53.9%가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20대의 스트레스 체감도가 다른 연령층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것이다. 20대는 58.2%가, 10대는 56.0%가 스트레스를 체감하는 반면, 60세 이상은 49.2%, 50대는 52.7%가 스트레스를 체감한다고 한다.
스트레스의 요인으로 ‘과도한 업무와 학습량’(25.4%)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사회생활에서 대인관계’(17.4%), ‘건강 상태(본인 혹은 가족)’(15.1%), ‘재정 상태’(12.2%), ‘실업’(12.1%), 가정 관리(9.1%), ‘가족, 친구와의 관계’(8.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남성은 여성보다 ‘과도한 업무와 학습량’ ‘사회생활에서 대인관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여성은 남성보다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 10대가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요인은 ‘과도한 업무와 학습량’으로 34.2%가 이에 응답했으며, 20대의 경우도 28%가 이에 응답해서 다른 연령층보다 많았다. 특히, 청년들에게 과도한 업무와 학습의 스트레스를 주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스트레스가 문제지만, 도시적으로도 시민들의 스트레스는 문제가 된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도시기반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최근 스트레스 프리 디자인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소음, 공기 질, 색채, 건축자재 등 도심 속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발견해 스트레스를 낮추는 환경으로 개선하는 프로젝트다. 그렇다. 스트레스 없는 도시가 행복한 도시이다. 가뜩이나 사회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서울에서 도시기반시설까지 스트레스를 만들어낸다면 피로도시가 되고 말 것이다. 개인적 처방이 아니라 정치적 참여로 바꾸어야 한다.
글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