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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운영 ‘MZ세대 러닝크루’…“광화문서 달리면 시민 모두 친구”

10월까지 목요일 저녁 7~9시 생활체육 러닝 프로그램 운영
국대 출신 코치가 안전 러닝 지원…반포한강공원서도 진행

등록 : 2023-06-08 15:00 수정 : 2023-06-0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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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중심 ‘새 러닝크루 문화’, 시민참여형으로 진행

“진입 장벽 없어서 누구나 참여 가능”

서울의 도심을 뛸 흔치 않은 기회 제공

“사진작가에게 참가 사진 받을 수 있어”

명소 러닝, 반려견 러닝 등 코스도 계획

서울시는 오는 10월19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9시에 종로구 광화문광장 육조마당과 서초구 반포시민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7979 서울 러닝크루’를 운영중이다. 참가자들이 광화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 광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야외활동이 활발해진 요즘, 엠제트(MZ)세대를 중심으로 러닝크루(달리기 동호회) 모임이 새로운 생활체육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맞춰 서울시에서도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생활체육 프로그램 ‘7979 서울 러닝크루’를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 이름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함께 달리며 친구(79)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7979 서울 러닝크루(이하 7979)는 4월13일부터 10월19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9시에 종로구 광화문광장 육조마당과 서초구 반포시민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열린다. 참가비는 무료다. 기자는 올해 8주차 행사가 열리는 광화문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 1일 오후 7시께, 광화문광장 육조마당에 운동복과 러닝화 차림을 한 시민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7979 참가자들이다. 현장에 도착한 참가자는 곧장 운영 부스에 들러 명단을 작성하고 정보무늬(QR코드) 체크인을 진행한 뒤 제각기 몸을 풀었다. 부스 한쪽에는 참가자들이 맡긴 짐을 넣은 물품 보관용 가방들이 죽 늘어섰다.

광장에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도 부스를 기웃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7979는 공식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선착순으로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 운영진은 부스에 방문한 시민들에게 “사전 신청을 못했더라도 현장에서 접수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참가자들에게 안내 사항을 설명하는 장호준 코치와 지켜보는 페이서들.

이날 처음 참가한 박다솜(30)씨와 김효정(30)씨는 부스 근처에서 미리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박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며 “서울 도심을 뛸 기회가 흔치 않은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신청했다. 혼자 뛰는 것보다 다 같이 뛰는 게 좀 더 재미있고, 코로나19도 풀린데다 날씨도 좋으니 야외에서 운동하는 게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동네에서 저희끼리 뛰는데 뛰어보니 스트레칭도 중요하더라. 유명한 코치님이 스트레칭법이랑 러닝 폼도 알려준다 해서 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이 네 번째 참가라는 방주영(39)씨도 “인스타그램 추천 게시물로 뜬 것을 보고 프로그램을 처음 살펴봤다”며 “일주일에 한 번이고, 또 회사가 근처라 퇴근하면서 가볍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씨는 “이 주변은 차가 많이 다녀서 (러닝을) 섣불리 시작하기가 애매한데, 코치님들이 가이드 해주고 뛰는 자세나 준비·정리 운동도 알려준다고 해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에 이렇게 좋은 행사가 생긴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참가자들이 잔디 위에서 준비 운동을 하고 있다.

오후 7시10분, 인원이 꽤 모이자 아시아 육상 선수권 대회 국가대표 출신인 장호준(32) 코치가 마당 한가운데로 나서며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이 장 코치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면서 마당에 널찍한 원이 형성됐다. “빵빵빵 차주세요!” “더, 더, 더!” 장 코치의 시범에 따라 단체로 몸을 푸는 20여 분간 참가자들 얼굴에 연신 웃음꽃이 피어났다. 워밍업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다 함께 손을 모으고 힘차게 “7979(칠구칠구) 파이팅!” 구호를 외쳤다. 몇몇 참가자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이 모습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날 광화문 프로그램 참가자는 총 43명. 광화문 현장 책임자 성연진(37)씨는 “보통 50~60명 정도, 많을 때는 70명 정도 참여한다. 퇴근 시간에 진행되는 만큼 최대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노소 누구나, 처음 참여하는 분들도 편안하게 와서 뛰실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며 “달리기 수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눠서 시작하고 뛰다가 중간에 멈추더라도 페이서들이 끝까지 달릴 수 있게 도와드린다. 너무 어려워 말고 한번 와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두 그룹으로 나뉘어 육조마당을 출발한 참가자들은 경희궁과 덕수궁, 청계천, 창덕궁을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6.3㎞ 코스를 달렸다. 코스는 매번 다르지만 5~10㎞ 거리를 달리게 된다고 한다. 달리는 코스와 거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미리 공지된다.

러닝 중 광화문광장 분수를 지나는 참가자들 모습.

러닝이 시작되자 파란색 티를 갖춰 입은 페이서들이 경광봉을 들고 앞에서 뒤에서 참가자들을 인도하는 모습이었다. 페이서 황민희(36)씨는 “도심이라 길도 위험하고 장애물이 많기 때문에 아무도 안 다치고 달릴 수 있도록 무조건 안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크루에 속하지 않거나 서울 도심을 달려보고 싶다 하는 분들이 참여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장 코치도 “코치와 페이서들이 코스 구간에 시위나 공사가 있는지 사전에 나와서 점검한다. 달리는 도중에도 선두에서 지속적으로 안전을 확인하고 미리 부상자 프로세스를 만들어 대처 방안에 대해 모두가 숙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처음 참가한 오성희(42)씨는 “동네에 달리기 프로그램이 뭐가 있는지 검색하다가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며 “시내를 혼자서 뛰기는 어려운데 다 같이 뛰고 안전요원도 계시고, 또 서울시에서 협조해주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다음주도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구 여럿이 함께 참가한 무리도 있었다. 김서연(26)씨는 “오늘이 처음이다. 서울시 전자우편에서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친구들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박지은(27)씨는 “다 같이 뛰니까 신선했다. 다만 시내를 뛰다보니 중간에 멈추는 구간이 많아서, 재미는 있는데 강도 높은 운동 같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에 김씨도 “추억 쌓기에는 좋지만 운동용으로는 살짝 부족한 것 같다. 조금 더 고난도의 코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윤빛나(30)씨도 “소수로,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이 청계천 다리 위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7979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별함은 달리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매주 현장에 러닝 전문 사진작가가 함께하며 개인별·단체별 사진을 찍어준다. 이날 광화문 프로그램에는 황인호 작가가 동행했다. 지난해 시범사업 때부터 참여해 이날로 18회차라는 지순영(41)씨는 “지난해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같이 하는 즐거움이 되게 커서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혼자 와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가 좋다”며 “사진작가님이 뛰는 모습을 예쁘게 찍어주시는 게 굉장히 특징적이라고 생각한다. 운동하는 내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서 의미가 있고, 제삼자가 찍어준 사진이 예쁘게 나오면 거기서 얻어가는 만족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7시30분께 러닝에 나선 참가자들은 약 1시간 뒤인 8시45분께 광장으로 돌아왔다. 숙련자 그룹이 먼저 도착해서 뒤에 들어오는 초보자 그룹을 하이파이브로 맞이해줬다. “고생하셨어요” 하고 서로 나누는 인사말이 정다워 보였다. 마무리 체조를 끝낸 참가자들 사이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장 코치가 “처음 오신 분 계시냐”고 묻자 10명 정도 참가자가 손을 들었고, “오늘 즐거웠는지” 묻자 대부분 참가자가 웃으며 손을 들었다. 운영진이 준비한 물과 간식을 받아 들고 참가자들이 떠나면서 9시께 행사가 종료됐다.

지난 1일 오후 7시30분께 광화문광장 육조마당에서 ‘7979’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 관광체육국 체육진흥과 양윤미 주무관은 2일 <서울&>과의 전화 통화에서 “(프로그램에) 소속감은 지양하고 있다”며 “저희는 접수를 매번 하고 현장 접수도 병행한다. 프로그램이 너무 단체성을 띠면 일반 시민은 그냥 즐기러 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7979 외에도 여러 지역 크루가 있으니 본인 가까운 곳에서 가볍게 운동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각 자치구 명소 러닝, 주말 공원 러닝, 반려견 러닝 등 다양한 이벤트 코스도 마련할 예정이다. 시민 누구나 공식 인스타그램(@7979_surc)이나 동마클럽 누리집(dongma.club)에서 신청할 수 있다. 물론 현장에서도 가능하다. 도심을 달리면서 건강도 챙기고,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아름다운 서울 야경을 눈에 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화랑 객원기자 hwarang_lee@naver.com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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