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우의 서울&

“택시 서비스 수준을 높여 보고 싶다”

두 번째 서울시 교통 총괄 임무 맡은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등록 : 2016-12-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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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이 25일 저녁 서소문 청사 사무실에서 서울시 도로망지도를 보며 교통 현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윤준병(55)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도시교통 전문가이다. 이미 도시교통본부장을 지냈는데도, 지난 6월 구의역 사망 사고가 일어나자 박원순 시장은 그에게 다시 중책을 맡겼다. 서울시 교통을 총괄하는 자리를 두 번 역임하는 첫 번째 사례라고 한다. 최근 서울시 교통 현황과 함께 주말마다 계속되는 촛불시위 안전대책도 물어볼 겸 11월25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 교통본부장실을 찾았다.

서울시의 대표적인 교통행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어려운 시기에 재기용됐다.

“공무원들은 종합행정이라 여러 분야를 거치게 되어 있는데, 어쩌다 교통 관련 분야를 많이 다루면서 쌓인 경험을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

윤 본부장은 1996년 서울시 주차계획과장을 시작으로 대중교통과장, 교통기획과장 등 공직 생활의 절반을 교통행정으로 보냈다. 2007년 교통기획관으로 승진했고, 2012년 도시교통본부장에 올랐다. 26회 행정고시(1982) 출신. 

올빼미버스 심야 귀가 시민에 호평


최근 주말마다 촛불시위로 도심이 인파로 가득 찬다. 교통과 안전 대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시국이 엄중하기도 하지만, 우리 임무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시민들의 귀갓길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100만 명이 넘는 인파에 걱정이 많았지만, 과거와 달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큰 문제 없이 잘 소화해내고 있다. 직원들이 토요일도 출근해 근무하며 시민들이 다 귀가하는 새벽까지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그래도 늘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까봐 걱정스럽다.

“2002월드컵 때는 인파가 전광판 중심으로 분산이 되었는데, 지금 촛불시위는 광화문에서 서울광장 일대까지 인파가 한 덩어리로 움직여 밀집도가 훨씬 높다. 이럴 때는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워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점을 주목해 지하철 승하차 관리, 귀갓길 확보 등에 주력하고 있는데, 시민의식 또한 높아져 다행히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난항을 겪었던 양대 서울지하철 공사(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가 통합의 길로 들어섰다(인터뷰 직전 발표된 서울지하철 노조 찬반투표 결과 74.4%가 통합에 찬성했다).

“1994년 서울지하철이 두 개의 공사로 분리 출범된 것은 양 공사가 경쟁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노조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을 분산한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동떨어진 결과를 보였다. 최근 안전사고로 이어진 낙후 시설과 미비한 인력 관리 실태가 사회문제화되면서 계기가 만들어졌다. 통합에 따른 인건비 절감 효과의 45%를 낙후시설 개선에, 55%를 열악한 직원 처우 개선에 쓰기로 했다. 직원 처우 개선은 직원의 자존감을 높여 서비스 개선과 안전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최근 심야버스인 ‘올빼미버스’가 귀가가 늦은 시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올빼미버스는 최근 지방행정연구원 등이 제정한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 대상’을 받는 등 정책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야 교통이 필요한 시민들이 적지 않다 보니 민간에서 불법 영업을 해왔는데, 이를 양성화시켜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것인데, 하루 약 7000명 이상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올빼미버스가 잘 운영되면 심야 택시 승차난 완화와 학생·대리기사·야간 사업자 등의 안전하고 빠른 귀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첫 번째 촛불시위 참가 인파가 100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도시교통본부가 지하철 이용 승객 통계로 확인해 화제가 되었다. 아이티(IT)기술과 교통의 접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버스 도착 안내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 아이티기술 활용에 세계인들이 다 놀라고 있다. 자동차 통행 관련 정보화 수준은 우리가 오히려 민간 분야를 앞서고 있을 정도다.”

후배들과 경험 나누기 위해 책도 펴내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세계적으로도 앞서 나가고 있는 원동력을 꼽는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국민성에서 찾는다. 사소한 것도 호기심을 갖고 제도로 만들어보려 한다. 처음에는 시험무대 정도였겠지만, 실험정신이 강한 우리 국민성이 전문 영역과 접목되면서 다른 나라보다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도시교통 전문가로서 임기 중이든, 그 후가 되든 남은 과제가 있다면?

“현재 서울 교통 분야에서 가장 열악한 것이 택시다. 택시 업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뿌리가 워낙 깊다. 낙후된 사업 관계와 근무 형태 등 전반적인 업계 문화가 아직은 희망적인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행정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업계 여건이 만들어지면 행정가로서 서울의 택시 서비스를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향상시켜 보고 싶다.”

윤 본부장은 첫 번째 도시교통본부장 임기를 마친 뒤 자신의 20년 교통행정 경험을 결산한 <서울을 바꾼 교통정책 이야기>(2014)란 책을 냈다. “후배들과 경험을 나눌 목적으로 결산이라고 했는데, 다시 돌아오게 될 줄 알았다면 성급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즌 2는 확실하게 은퇴 뒤에”라며 껄껄 웃었다. 말은 자신 있고 논리적이되, 태도는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공직자였다.

<서울&> 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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