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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의 저자 장은주 영산대 교수가 자신의 책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얼마 전 <한국방송>(KBS)과의 인터뷰에서 “촛불시위 이후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시민교육과 공공토론을 활성화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적절한 외부 관찰에 국내 연구자가 화답한 책이 최근 나온 <시민교육이 희망이다>(피어나 펴냄)이다. ‘한국 민주시민교육의 철학과 실천모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정치철학자로서 한국 사회의 ‘메리토크라시’(능력자 지배체제·실적주의·능력지상주의)적 성격을 비판해온 장은주(53) 부산 영산대 교수가 썼다.
“메리토크라시는 능력 중심으로 개인을 평가하고 보상한다는 점에서는 정의롭지만, 나머지 사람들 대부분을 실패자 또는 사회적 약자 상태로 방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의롭지 못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후자의 부정적 측면이 사회를 뒤덮고 있다.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빠져나갈 수 없는 상태. 그것을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며 자조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헬조선’에 갇힌 젊은이들의 절망감, 생존 욕구가 정치 문제에 대해서 무기력과 무관심을 낳게 두는 것은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험신호라고 본다. 그리고 학교 단위와 사회 단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주의적 정의’를 학습하고 실천하는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메리토크라시 지배를 극복하려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정치철학자로서 시민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뒤 한동안 우리 민주주의에 대해 실망도 하면서 동시에 학자로서 반성하게 되었다. 과연 우리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민주주의 교육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그것이 시민교육을 정치철학자의 과제로 자각하게 된 계기였다.”
장 교수는 휴직까지 하면서 경기도교육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2년간 시민교육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샌델이 촛불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로 시민교육의 활성화를 강조했는데.
“그는 평소 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형성적 기획’이라고 표현했다. 시민이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특별한 사회·정치적 노력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양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나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민주시민’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많은 개념이 포함되겠지만, 정의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정의의 이름으로 획일화된 능력주의 서열화에 지배당하지 않는 의식을 말한다. 개인과 사회가 민주적으로 상호 인정 관계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 ‘민주시민교육’이란? “시민으로서의 덕성, 주체성을 계발하고 함양하는 것이다. 정치·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며, 각종 의제에 자기 의견을 투영하고 반영하려고 하는 시민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교육도 출발점은 결국 학교이다.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책에 독일과 영국의 정치교육 사례가 있던데, 간략히 소개하면. “독일(당시 서독)은 히틀러 같은 정권이 다시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 아래 체계적인 ‘정치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일찍부터 있었다. 연방 차원에서 정치교육을 관장하는 기관도 있다. 이런 독일도 처음에는 좌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대방을 ‘의식화’ 또는 ‘우민화’ 교육을 한다며 비난했다. 그러다가 1976년 보이텔스바흐라는 작은 도시에서 여러 정파의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일종의 합의에 도달했다. 이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핵심 내용은 교사에 의한 (정치적) 교화를 금지하고, 논쟁적 주제를 회피하지 말고 토론하게 하고 판단(사고)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영국은 2000년대 초 독일과 비슷한 ‘시민교육’ 과정을 정규 학교교육에 포함시켰다.” 학교에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토론이 가능할까? “개인적으로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공동기획으로 서로의 사설을 비교하는 ‘사설 속으로’를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념 대립이 강한 사회일수록 이런 비교 방식이 아니면 정치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다양한 방향에서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사례라고 교육 전문가들에게 소개한 적도 있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크다. 다음 정권에게 바란다면? “촛불 이후 한국 민주주의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의 법제화, 정파를 초월한 전담 기구 설치 등 법적·제도적 지원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같은 사회적 합의가 우리 사회에서도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장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요한 볼프강 괴테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권의 철학>(2009), <정치의 이동>(2012), <유교적 근대성의 미래>(2014) 등의 저서가 있으며, 2002년부터 부산 영산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글 <서울&> 콘텐츠 디렉터 iwlee21@hani.co.kr 사진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민주시민’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많은 개념이 포함되겠지만, 정의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정의의 이름으로 획일화된 능력주의 서열화에 지배당하지 않는 의식을 말한다. 개인과 사회가 민주적으로 상호 인정 관계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 ‘민주시민교육’이란? “시민으로서의 덕성, 주체성을 계발하고 함양하는 것이다. 정치·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며, 각종 의제에 자기 의견을 투영하고 반영하려고 하는 시민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교육도 출발점은 결국 학교이다.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책에 독일과 영국의 정치교육 사례가 있던데, 간략히 소개하면. “독일(당시 서독)은 히틀러 같은 정권이 다시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 아래 체계적인 ‘정치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일찍부터 있었다. 연방 차원에서 정치교육을 관장하는 기관도 있다. 이런 독일도 처음에는 좌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대방을 ‘의식화’ 또는 ‘우민화’ 교육을 한다며 비난했다. 그러다가 1976년 보이텔스바흐라는 작은 도시에서 여러 정파의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일종의 합의에 도달했다. 이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핵심 내용은 교사에 의한 (정치적) 교화를 금지하고, 논쟁적 주제를 회피하지 말고 토론하게 하고 판단(사고)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영국은 2000년대 초 독일과 비슷한 ‘시민교육’ 과정을 정규 학교교육에 포함시켰다.” 학교에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토론이 가능할까? “개인적으로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공동기획으로 서로의 사설을 비교하는 ‘사설 속으로’를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념 대립이 강한 사회일수록 이런 비교 방식이 아니면 정치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다양한 방향에서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사례라고 교육 전문가들에게 소개한 적도 있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크다. 다음 정권에게 바란다면? “촛불 이후 한국 민주주의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의 법제화, 정파를 초월한 전담 기구 설치 등 법적·제도적 지원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같은 사회적 합의가 우리 사회에서도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장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요한 볼프강 괴테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권의 철학>(2009), <정치의 이동>(2012), <유교적 근대성의 미래>(2014) 등의 저서가 있으며, 2002년부터 부산 영산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글 <서울&> 콘텐츠 디렉터 iwlee21@hani.co.kr 사진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