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강동구 청년 야시장 출발, 파란불 켰다

등록 : 2016-12-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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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장 한승오씨는 지난 2일 밤, 강동구 청년 야시장이 열린 고덕전통시장에서 일본 돼지고기 야키니쿠를 요리하며 손님들에게 불쇼를 펼쳐 보이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침체하는 전통시장을 살리고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도울 방법은 없을까? 강동구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묘책을 내놓았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 지원을 목표로 한 강동구 전통시장에서 열리는 청년 야시장이다. 강동구는 판매대의 주인이 될 청년 상인을 지난 8월부터 모집했고, 상품 종류는 전통시장에서 파는 것과 겹치지 않는 20팀을 선발했다. 판매대 제공과 보관, 장소는 강동구청이 지원하고, 판매대에 필요한 설치물과 재료 등은 선발된 청년 상인이 부담했다. 준비를 기간을 거쳐 지난 9월부터 암사종합시장에서 야시장을 운영했고, 반응이 좋아 12월 한달 간 고덕전통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 중이다.

기존 상인들도 “매출 늘었다” 호평

청년 야시장이 장소를 옮겨 고덕전통시장으로 온 데는 상인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요청 덕분이었다. 청년 야시장의 인기가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걸 지난 암사종합시장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고덕전통시장은 인근 고덕주공아파트 2, 3단지가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4000여 세대가 동네를 떠나며 시장을 찾는 손님이 급격하게 줄었다. “주차장 마련, 햇빛가리개 설치, 간판 재정비 등 상인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상인회장 이상영(60)씨는 전통시장 분위기를 되살리고자 청년야시장 개최를 적극 추진했다고 했다.

청년 야시장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19시부터 23시까지 문을 연다. 러시아식 크레이프 블린, 유기농 돼지고기 한쌈, 일본식 철판볶음 등을 파는 청년 야시장이 인기를 끌면서 시장엔 자연스럽게 손님들의 발길이 늘었다. 여기에 강동구도 힘을 보탰다.

강동구는 야시장 사업을 강동구 청년기업 ‘놀자씨씨’에 맡겼다. 사업단은 라이브밴드 공연, 마술쇼, 무료 캐리커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산 음식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간이 공간도 마련했다. 그곳에 휴지통은 물론이고 계절에 맞춰 난로까지 설치했다. “구매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에 볼거리까지 있으니 대형마트처럼 편리하네요.” 시장에서 만난 조현숙(37)씨는 전통시장이 달라진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존 상인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요즘에는 나만 잘되자고 질투하고 그러면 안 돼. 다 같이 으쌰으쌰 해야 손님들이 많아지지. 오늘 반죽, 벌써 떨어졌어.” 20년째 고덕시장에서 호떡과 어묵을 팔아온 호떡집 사장은 청년들 덕분에 시장이 활기를 찾았다고 밝게 웃었다.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도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청춘도장’ 사장 한승오(30)씨는 영업을 시작한 이후 하루 판매액이 100만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어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다고 말했다. “행정 연구원으로 4년 넘게 일했는데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더라고요. 그래서 창업이라는 큰 결심을 했죠. 본격적으로 사업을 넓히기 전 테스트 무대로 선 야시장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루 판매액 100만원 초과 청년 상인도 등장

한 사장은 높은 판매액을 꾸준히 유지하는 비법을 전통시장의 특성에 맞춘 영업 전략에서 찾았다고 설명한다. “비싸지 않은 가격, 또 지나가는 손님을 사로잡기 위해 철판(청각), 불쇼(시각), 냄새(후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전략이 먹힌 거 같아요.”

전통시장에 활력을 가져오고 청년들에게는 창업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청춘 야시장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시장을 주 3회로 늘려달라는 구민 요청이 많습니다. 명일동 청춘마켓, 고덕 청춘 야시장 등 청년이 전통시장에 들어오니 상권이 활성화된다는 점도 확인했구요.” 강동구 일자리경제과 김남수 팀장은 추운 날씨 탓에 1월부터는 야시장 운영을 잠시 쉬지만 내년 4월부터 고덕전통시장에서 청년 야시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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