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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흡연 줄이고 꽁초 재활용”…호응 큰 ‘성동형 스마트 흡연부스’

성동구, 서울숲역 근처 스마트 흡연부스 시범 운영 6개월
공기정화 성능 높이고 음압 설비로 연기 외부 누출 막아

등록 : 2023-07-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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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연권·흡연권 상생 시설…꽁초는 독소 제거해 ‘플라스틱 대체’ 자원화

비흡연자 “냄새 안 나고 거리 깨끗해져”

흡연자 “연기 없고 옷에 냄새 덜 배어”

한목소리로 “더 많은 곳에 생기길 기대”

성동형 스마트 흡연부스는 ‘스마트 포용도시’를 지향하는 성동구가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시범 운영하는 상생 시설이다. 음압 설비를 갖춰 외부로 담배 냄새가 빠져나오지 않게 하고 내부에는 공기 정화 성능을 높이고 냉난방기 등을 갖춰 흡연자들이 길거리 흡연을 하지 않게 꾸몄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담배꽁초를 재활용하는 실험도 함께 진행한다. 6월28일 오후 흡연자들이 서울숲역 근처 성동형 스마트 흡연부스를 찾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이미순(61)씨는 요즘 서울숲까지 오전 운동하러 오가는 길이 즐겁다. 지난해 12월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근처 성동형 스마트 흡연부스가 시범 설치된 뒤 생긴 변화다. 이전에는 이곳 보행로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았다. 보행로에 널브러져 있는 담배꽁초로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담배 냄새에 민감한 이씨는 코를 막고 뛰다시피 지나다니곤 했다. 이씨는 “인도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으니 공기도 거리도 깨끗해져 너무 좋다”고 했다.

성동형 스마트 흡연부스는 성동구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펼치는 생활밀착형 시범사업이다. 혐연권(공공장소에서 담배 연기를 거부할 권리)과 흡연권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성동구는 2018년부터 ‘스마트 포용도시’를 지향하며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빗물받이 등에 다양한 신기술을 입혀 주민의 편의를 높여왔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스마트흡연부스가 비흡연자와 흡연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구는 기존의 개방형 흡연부스나 야외 흡연구역의 단점을 개선해 비흡연자의 피해를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 부스를 밀폐형으로 만들고 음압 설비를 갖춰 문을 여닫을 때도 담배 연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했다. 동시에 흡연자에 대해 배려도 했다. 내부 공기가 정화 필터를 거쳐 순환되면서 연기와 유해 물질이 제거된다. 부스 내부에서 머무를 때 옷에 담배 냄새가 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부를 특수 페인트로 칠해 니코틴과 타르가 붙지 않도록 했다. 비상벨과 시시티브이 등도 설치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불리는 담배꽁초 문제를 푸는 실험도 진행한다. 수거통(재떨이)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통 안에서 파쇄과정을 거쳐 가루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모인 가루는 독성 제거 뒤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으로 재활용된다. 김현숙 스마트정책팀장은 “담배꽁초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성동형 스마트 흡연부스 내부 모습.

이번 스마트 흡연부스와 담배꽁초 수거 재떨이는 성동구와 스타트업 기업 ㈜까치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까치는 설비와 시설을 성동구에 기탁했다. 일종의 테스트베드(가늠터)이자 폐자재 회수와 재활용으로 환경보호와 사회공헌을 하기 위해서다.

구는 주민 편의를 높이기 위한 스마트 사업의 예산을 활용해 인테리어 공사와 시범운영을 진행했다. 설치 장소는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디타워 앞으로 정했다. 사무실 밀집 지역으로 흡연인구가 많아 간접흡연 피해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기존 개방형 흡연부스를 스마트 흡연부스로 바꾸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6월28일 오후 30도가 넘는 후텁지근한 날씨. 스마트 흡연부스로 흡연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근처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반자동의 부스 문이 수시로 열리고 닫히는데도 밖에 특별히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스마트 흡연부스 외관은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찾기 어렵지 않게 꾸며졌다. 나무 마감을 했고 사면에 창문이 나 있다. 출입문 위쪽 노란색 포인트가 눈에 띈다. 김현숙 팀장은 “야간에는 적절한 밝기의 조명으로 카페처럼 보인다”며 “흡연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창문으로 개방감을 적절하게 더하는 등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재떨이 겸 수거통 속으로 담뱃재를 떨고 있다.

15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부스 안에는 10여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20~40대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뿌연 담배 연기나 매캐한 냄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3대의 수거용 재떨이 앞에 엉덩이만 살짝 걸칠 수 있는 바 의자가 있다. 디스플레이에서는 담배꽁초 재활용과 침을 뱉지 말아 달라는 등 흡연 에티켓을 알리는 1분짜리 방송이 10초 간격으로 이어졌다.

성동구에 따르면 현재 일평균 이용자는 900~1천 명 정도다. 휴일에는 200~300명 정도 이용한다. 가끔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온 이도 있다고 한다. 김 팀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이용자가 훨씬 많아, 스마트 흡연부스 수요가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디타워 앞 스마트 흡연부스 시범 운영 6개월 동안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 민원은 한 건도 없었다. 이전에는 한 해 평균 170건 정도 민원이 있었다. 성수동 주민 이미순씨는 “길거리에서 담배 냄새 안 맡고 담배꽁초 보지 않아서 좋다는 이웃들이 ‘누가 이렇게 좋은 걸 설치했대’라며 칭찬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스마트 흡연부스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다. 정보무늬를 통해 접수된 흡연자 의견 20여 건 대부분은 긍정 평가였다. ‘환기가 잘되어 연기와 냄새가 적어 좋다’ ‘눈치 안 보고 민폐도 안 끼칠 수 있어 좋다’ 등의 의견이었다. 디타워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신태규씨는 “길거리에 서서 피우면 오가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 불편했다”며 “스마트 흡연부스는 다른 흡연 부스와 달리 옷에 냄새가 배지 않고 내부 환경이 깨끗해 이용하기 좋다”고 했다.

담배꽁초는 수거통 글라인더를 거쳐 가루가 된다.

개선점 제안도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너무 좁다. 부스가 더 많이 설치됐으면 한다’ ‘꽁초 외 담뱃갑을 버릴 쓰레기통이 있으면 좋겠다’ ‘환기구가 하나 더 있으면 더 쾌적할 것 같다’ ‘지도앱 검색으로 위치 안내가 되면 좋겠다’ 등이다.

쓰레기 등 폐기물 관리는 스마트 흡연부스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다. 구는 청결유지를 위해 쓰레기통은 가능한 한 두지 않을 계획이다. 바닥에 뱉은 침, 가래 처리도 문제다. 휴일엔 서울숲 방문객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컵도 쌓인다. 담배꽁초 수거함에 꽁초 이외에 다른 쓰레기를 버려 비상벨이 울리기도 했다. 수거통 안 그라인더(분쇄기)가 헛돌아 연기가 났기 때문이다. 현재 수거통은 꽁초만 넣도록 구멍을 좁게 하고 구멍 개수를 늘려 다시 제작했다. 배슬기 스마트정책팀 주무관은 “청소 횟수를 하루 2번에서 3번으로 늘렸다”며 “쓰레기 문제가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스마트 흡연부스는 오는 8월 한 대 더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시범 부스의 건너편 포휴 건물 근처 공간에 들어선다. 건물 옥상에 흡연시설이 있지만, 길거리 흡연자가 많아 간접흡연 피해 민원이 잦은 곳이다. 구는 지난달 부스 제작과 설치 시행 공고를 냈다. 사업예산은 7500만원이다. 김현숙 팀장은 “시범운영 결과를 반영해 계속 개선할 예정”이라며 “부스 운영 효과가 좋기에 내년 예산에 더 많이 반영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추가 설치장소는 지식산업센터나 역 주변 등 길거리 흡연자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될 예정이다.

성동구는 성동형 스마트 흡연부스를 매일 24시간 개방한다. 야간에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실내조명을 적 절한 밝기로 관리한다. 성동구 제공

한편, 주민 편의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성동구의 스마트 기술 활용 사업들은 발전 중이다. 특히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스마트쉼터는 효용도와 만족도 모두 높다. 버스정류장 불편 해소를 위해 시작했는데 폭염, 한파, 비상상황 등의 안전 대피처 역할을 한다. 장소 여건에 따라 중형과 소형(기본 기능 탑재)으로 나눠 설치했고, 지난달 기준 52곳이 운영 중이다. 2020년 8월 첫 설치 뒤 지난 5월까지 430여만 명이 이용했다.

올해 장애인 배려시설로 히어링 루프(청각 약자가 잡음 없이 깨끗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무선 방송 송출시스템)를 2곳에 시범운영한 뒤 이달 45곳에 추가 설치한다. 자동심장충격기 비치도 추진하고 있다. 최은진 스마트사업팀장은 “스마트 쉼터는 모임 장소로도 활용되는 등 지역 주민의 만족도가 높다”며 “기능 업그레이드와 함께 시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유지 관리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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