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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 중구 갈등관리팀 갈등조정관이 ‘갈등소통방’ 알림 홍보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층간소음·반려견·폭력 피해 등
7월 말까지 40건 중 17건 해결
주민 얘기 경청하는 게 가장 중요
“갈등 하면 생각나는 팀 만들고파”
중구가 지난 2월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처음 ‘갈등소통방’을 개설해 지역 주민 사이 벌어지는 갈등을 중재하고 나섰다. 갈등소통방은 갈등 관리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말로 전화와 전자우편을 활용한 ‘주민 창구’이며 따로 방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주민 갈등관리는 김길성 중구청장의 민선 8기 공약이기도 하다. 구는 지난해 8월 감사담당관 아래 갈등관리팀을 만들어 갈등 당사자들 사이에서 대화를 주선하고 조정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해왔다.
구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서비스와 일자리를 연결하기도 하고 반려동물 훈련 프로그램도 소개해준다. 복지가 갈등을 줄이고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셈이다. 구의 이런 노력은 ‘주민 삶을 즐겁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18일 중구청에서 만난 이수혁(53) 갈등관리팀 갈등조정관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1인가구 노인의 어려운 사정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묵은 갈등이 해소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 갈등조정관은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방문한 곳에서 가정 폭력을 당한 주민을 보호한 사례를 소개했다. 70대 여성 신청인은 지난해 7월 신당동 다가구 반지하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신당동 일대에는 봉제공장이 많다. 가정집에서도 재봉틀을 돌려 이웃에 진동이 고스란히 전달되기도 한다. 이 여성은 이사 온 이후로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위층에 미싱을 돌리는데, 아침이고 저녁이고 시도때도 없이 소음이 난다고 갈등관리팀에 호소했다. 2월에 해당 집을 방문하니 생계 때문에 일을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딱한 사정을 듣고 구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재봉틀을 받친 가구를 분리하고 재봉틀 위치를 바꿔가며 소음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70대 여성은 층간소음으로 남편한테 심한 폭력을 당했다. 남편이 이렇게 시끄러운 곳인 줄 모르고 이사를 왔냐며 칼로 아내 머리를 때렸다. 이 사건으로 남편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언제 찾아와 행패를 부릴지 두려웠다. 갈등관리팀은 구에서 운영하는 임시 거주 주택으로 이 여성이 이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갈등조정관은 “다음날 아주 밝은 목소리로 ‘어제 정말 오랜만에 푹 잘 잤다’는 전화가 걸려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했다. 이웃 집 반려견이 심하게 짖어 불편을 겪은 사례를 다룰 때는 구의 ‘찾아가는 반려동물 행정 교정 프로그램’을 안내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웃 집 강아지가 자신만 보면 짖어대 매우 불쾌하다는 70대 남성의 전화가 왔다. 견주도 그 개가 아주 영리한 아이인데, 이상하게 특정인과 오토바이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갈등관리팀은 견주에게 구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행동 교정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3개월이 지난 뒤 신청인과 강아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갈등조정관은 “신청인은 갈등관리팀에게 이런 문제까지 관심을 갖고 해결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 마음이 뿌듯해졌다”고 했다. 층간소음은 우리가 흔히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도 발생한다. 중림동에 사는 80대 주민은 여닫이문이 내는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며 갈등소통방의 문을 두드렸다.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받아 소음이 발생한 세대를 찾아갔더니 위층이 아니라 아래층의 옆집이었다. 해당 집의 여닫이문 바퀴를 교체한 뒤 윗집 주민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을 찾아가면 홀몸 어르신인 경우가 있어요. 종일 혼자 외롭게 지내다가 갈등관리팀이 찾아가면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쏟아내죠.” 이 갈등조정관은 “직원들이 잘 들어주기만 해도 ‘응어리가 풀어졌다’며 고맙다고 한다”고 했다. 이 갈등조정관은 “집에서 적적하게 있다보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진다”며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일, 주민들 말을 ‘경청’하는 데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구는 지난 1월 갈등관리 전문기관인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소장 가상준),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이웃분쟁조정센터(대표 주건일)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갈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갈등관리심의위원회와 마을갈등조정지원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공동주택 등을 찾아가 이웃 간의 분쟁과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소통 교육도 7월25일 시작했다. 갈등관리팀은 지난 7월 말 기준 주민이 해결해달라고 요청한 갈등 40건 중에서 17건을 해결했다. 이 갈등조정관은 “갈등이 진정된 후 한층 밝아진 주민들 얼굴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며 “오래 묵은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양쪽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양쪽이 조금씩 양보하며 접점을 찾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주민들 사이 갈등 문제를 보면 법적 분쟁보다는 감정 문제가 가장 많아요. 해결을 요청하면서 꼭 과거 얘기를 하거든요. 쌓인 게 있는 거죠.” 이 갈등조정관은 “문제만 보면 되는데 사람에게 화살을 돌리면 문제를 풀기 어려워진다”며 “먼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주민 사이 갈등을 중재해보니 그 모든 과정 자체가 곧 주민을 위한 ‘복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해법 또한 복지 서비스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 갈등조정관은 “구청에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는 게 중요하다”며 “주민들이 갈등이 생기면 ‘그곳에 한번 전화해봐’라고 할 정도로 신뢰받는 갈등관리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 갈등조정관은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방문한 곳에서 가정 폭력을 당한 주민을 보호한 사례를 소개했다. 70대 여성 신청인은 지난해 7월 신당동 다가구 반지하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신당동 일대에는 봉제공장이 많다. 가정집에서도 재봉틀을 돌려 이웃에 진동이 고스란히 전달되기도 한다. 이 여성은 이사 온 이후로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위층에 미싱을 돌리는데, 아침이고 저녁이고 시도때도 없이 소음이 난다고 갈등관리팀에 호소했다. 2월에 해당 집을 방문하니 생계 때문에 일을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딱한 사정을 듣고 구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재봉틀을 받친 가구를 분리하고 재봉틀 위치를 바꿔가며 소음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70대 여성은 층간소음으로 남편한테 심한 폭력을 당했다. 남편이 이렇게 시끄러운 곳인 줄 모르고 이사를 왔냐며 칼로 아내 머리를 때렸다. 이 사건으로 남편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언제 찾아와 행패를 부릴지 두려웠다. 갈등관리팀은 구에서 운영하는 임시 거주 주택으로 이 여성이 이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갈등조정관은 “다음날 아주 밝은 목소리로 ‘어제 정말 오랜만에 푹 잘 잤다’는 전화가 걸려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했다. 이웃 집 반려견이 심하게 짖어 불편을 겪은 사례를 다룰 때는 구의 ‘찾아가는 반려동물 행정 교정 프로그램’을 안내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웃 집 강아지가 자신만 보면 짖어대 매우 불쾌하다는 70대 남성의 전화가 왔다. 견주도 그 개가 아주 영리한 아이인데, 이상하게 특정인과 오토바이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갈등관리팀은 견주에게 구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행동 교정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3개월이 지난 뒤 신청인과 강아지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갈등조정관은 “신청인은 갈등관리팀에게 이런 문제까지 관심을 갖고 해결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 마음이 뿌듯해졌다”고 했다. 층간소음은 우리가 흔히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도 발생한다. 중림동에 사는 80대 주민은 여닫이문이 내는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며 갈등소통방의 문을 두드렸다.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받아 소음이 발생한 세대를 찾아갔더니 위층이 아니라 아래층의 옆집이었다. 해당 집의 여닫이문 바퀴를 교체한 뒤 윗집 주민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을 찾아가면 홀몸 어르신인 경우가 있어요. 종일 혼자 외롭게 지내다가 갈등관리팀이 찾아가면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쏟아내죠.” 이 갈등조정관은 “직원들이 잘 들어주기만 해도 ‘응어리가 풀어졌다’며 고맙다고 한다”고 했다. 이 갈등조정관은 “집에서 적적하게 있다보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진다”며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일, 주민들 말을 ‘경청’하는 데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구는 지난 1월 갈등관리 전문기관인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소장 가상준),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이웃분쟁조정센터(대표 주건일)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갈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갈등관리심의위원회와 마을갈등조정지원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공동주택 등을 찾아가 이웃 간의 분쟁과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소통 교육도 7월25일 시작했다. 갈등관리팀은 지난 7월 말 기준 주민이 해결해달라고 요청한 갈등 40건 중에서 17건을 해결했다. 이 갈등조정관은 “갈등이 진정된 후 한층 밝아진 주민들 얼굴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며 “오래 묵은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양쪽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양쪽이 조금씩 양보하며 접점을 찾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주민들 사이 갈등 문제를 보면 법적 분쟁보다는 감정 문제가 가장 많아요. 해결을 요청하면서 꼭 과거 얘기를 하거든요. 쌓인 게 있는 거죠.” 이 갈등조정관은 “문제만 보면 되는데 사람에게 화살을 돌리면 문제를 풀기 어려워진다”며 “먼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주민 사이 갈등을 중재해보니 그 모든 과정 자체가 곧 주민을 위한 ‘복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해법 또한 복지 서비스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 갈등조정관은 “구청에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는 게 중요하다”며 “주민들이 갈등이 생기면 ‘그곳에 한번 전화해봐’라고 할 정도로 신뢰받는 갈등관리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