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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가 풍납토성 구역 보상완료 노후 건물을 새단장해 연 송파 청년아티스트센터는 예술가에겐 작업실을, 주민에겐 문화예술 체험을 제공한다. 8월26일 입주작가 김주영·강정민씨(데굴데굴팀)가 초등생 8명에게 테라리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풍납토성 곁 보상완료 노후 건물 활용
청년예술가 10명 입주, 창작활동 벌여
지역민 대상 프로그램 강사로도 나서
“예술로 소통하는 힐링 공간 되길 기대”
“집 가까운 곳에서 재밌는 미술 체험을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윤승후(풍납초 5학년)군은 8월26일 토요일 오전, 집에서 걸어 10여분 거리에 있는 ‘송파 청년아티스트센터’를 찾았다. ‘테라리엄 속 나의 이야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윤군 등 초등생 참여자 8명은 1시간에 걸쳐 지름 10㎝의 투명한 어항 안에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어항 속에 작은 삽으로 거름, 화산석, 퇴비를 섞어 깔고, 비단이끼를 넣은 뒤 식물(페페로미아, 타라)을 오밀조밀하게 심었다. 참여자들은 등산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 캠핑카, 인기 간식 탕후루(과일에 설탕과 물엿을 입힌 꼬치) 등을 그려 만든 슈링클스(열을 가하면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특수용지)로 테라리엄(유리용기에 식물을 키우는 일)을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윤군도 자신이 좋아하는 황금사과와 왕관을 쓴 강아지를 그려 만든 슈링클스를 핀셋으로 정성스레 꽂았다.
이날 프로그램은 센터에 입주한 청년예술가 김주영·강정민 작가가 진행했다. 전공이 서양화인 두 사람은 대학 동기 ‘절친’으로 그동안 따로 또 같이 활동해오다 올해 팀 ‘데굴데굴’을 만들었다. 데굴데굴 팀명은 가볍게 굴러가며 새로운 것을 같이 오래오래 해보자는 뜻을 담아 지었다. 팀으로 활동하기 위해 작업공간이 필요했는데, 마침 송파구의 청년예술가를 위한 창작 레지던스 지원 공고를 보고 신청했다. 이들은 “운좋게 선정돼 지난 한 달 동안 폭염 속에서도 창작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작품들을 둘 공간이 생긴 게 좋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센터에 입주한 청년예술가 김주영·강정민 작가가 진행했다. 전공이 서양화인 두 사람은 대학 동기 ‘절친’으로 그동안 따로 또 같이 활동해오다 올해 팀 ‘데굴데굴’을 만들었다. 데굴데굴 팀명은 가볍게 굴러가며 새로운 것을 같이 오래오래 해보자는 뜻을 담아 지었다. 팀으로 활동하기 위해 작업공간이 필요했는데, 마침 송파구의 청년예술가를 위한 창작 레지던스 지원 공고를 보고 신청했다. 이들은 “운좋게 선정돼 지난 한 달 동안 폭염 속에서도 창작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작품들을 둘 공간이 생긴 게 좋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데굴데굴팀의 작업실.
송파 청년아티스트센터는 지역 청년 예술가들에게 창작활동 공간을 무료로 제공한다. 개관 한 달을 맞은 송파 청년아티스트센터는 송파구가 풍납토성 보존과 관리를 위해 비어가는 동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만든 곳이다. 구는 지난해 보상이 끝난 뒤 비어있는 서울시 소유의 노후건물을 2026년까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쳤다.
약 30년 된 5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에는 6개월이 걸렸다. 1층 인테리어 가게와 2~5층은 가정집으로 쓰였던 곳이라 보강공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리모델링비 약 2억원은 구비로 충당했다. 기존 공간 틀과 부자재를 최대한 살리면서 우드와 화이트 톤의 창작 스튜디오 콘셉트로 꾸몄다. 하현주 송파구 문화예술팀 주무관은 “건물에 묻은 세월과 이야기를 느낄 수 있게 노력했다”고 했다.
연면적 약 390㎡,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시설에는 주민 문화공간·쉼터, 전시실, 작가 작업공간 등이 들어섰다. 주택가 속에 자리해 주변 건물들과 어울리도록 꾸몄다. 외벽에 입주 작가들 작품을 넣은 작은 배너 6개를 나눠 붙여 놓았다. 실내에서는 지역 청년 조향사 김현아씨와 구가 함께 개발한 풍납동의 특성을 살린 향을 맡을 수 있다. 하 주무관은 “풍납토성의 푸르름과 한강의 바람을 느끼며 풀밭 위에 누워 있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를 이곳에서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센터에는 9월1일 기준으로 11명의 작가가 입주해 있다. 첫 공모에서 7명이 입주하고 추가로 4명이 더 들어왔다. 더 많은 청년예술가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입주 인원수를 늘렸고, 입주 기간은 1년으로 정했다. 입주작가들은 창작활동을 하면서 주민 대상 프로그램 강사로 나선다. 구는 입주작가에게 소정의 강사비를 주고 프로그램 운영과 공간 관리를 위한 기간제 근로자 5명이 상주하며 지원한다. 이들은 서울시 뉴딜 일자리사업 참가자들이다. 김태남 송파구 문화예술팀장은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중요한 시기에 최소 1년 동안은 작업실 운영비에 대한 부담 없이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한다”고 했다.
송파 청년아티스트센터의 외관.
데굴데굴팀의 첫 주민 대상 프로그램은 김주영 작가의 테라리엄 작품 활동과 연계해 기획했다. 참여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려 슈링클스로 만들어 테라리엄 속에 넣는 활동도 더했다. 첫 수업을 마친 뒤 김씨는 “아이들이 모두 그림을 너무 잘 그려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수업에 쓸 재료를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게 한다는 데 보람을 느꼈다”며 “오늘 아이들 활동을 보면서 제 작품 활동에 영감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강정민씨는 “아이들 대상의 수업은 처음이라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모두 재밌어하며 즐겁게 열심히 해 보기 좋았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팀 작업과 연계해 자연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볼 계획이다. 김씨는 “참여자들이 버려지는 것을 재활용해 다른 자연물을 만들며 예술적 상상력과 창의성을 담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강씨는 “주민들과 예술적 소통을 하면서 힐링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역 주민들은 센터 개소에 긍정적인 반응과 기대감을 내비쳤다. 네이버 블로그 ‘풍납동 마을사랑’에는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현대적 감각으로 리모델링해 예술의 동네가 되는 것 같아 좋다’ ‘펜스만 세우고 땅 놀릴 바에 이렇게 활용하면 적어도 활기라도 있어 좋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입주 청년예술가들이 새로운 작업을 많이 해 공간 활용이 잘됐으면 한다’ ‘주민 작가들 전시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기대와 바람의 글도 있었다.
지난 8월3일 개관식에서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젊은 청년들이 와 지역에 머물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라며 “(풍납토성 보존과 관리로) 비어 있는 300여 곳에 문화체육시설, 복지시설 등을 하나씩 만들어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송파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