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반려동물과 깊이 교감…자신감 생겼죠”

은평구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과정’ 마치고 취업한 장은정씨

등록 : 2023-10-05 15:35 수정 : 2023-10-12 14:19

크게 작게

장은정씨가 9월21일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산책 나온 강아지를 안고 밝게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200시간 이수 뒤 8월에 자격증 취득

10월 초부터 마포 한 동물병원 출근

동물 문제 관심 많아 ‘캣맘’ 활동 지속

“동물 대하는 태도가 문화 수준 척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거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요.” 장은정(28·진관동)씨는 은평구가 올해 처음 개설한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10월 초부터 마포구에 있는 한 동물병원에서 근무한다. 9월21일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청년허브에서 만난 장씨는 기쁨과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은평구는 반려동물 ‘1천만 시대’를 맞아 지난 4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운영해 동물보건사와 반려동물 돌봄이(펫시터)를 양성했다. 경력 단절 여성과 미취업 청년을 위한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과정에는 30명 모집에 310명이나 지원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수업은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내 청년허브와 은평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에서 했다. 교육생들은 매주 화~목요일 하루 4시간씩 동물법과 수의학 이론, 펫미용과 펫시터 실무, 실습 등 모두 200시간을 이수했다. 구는 8월15일 수료식을 열어 24명에게 수료증과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을 수여했다.

장씨는 지난 4월 초 아파트 게시판에 붙어 있는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과정 수강생 모집 벽보를 우연히 봤다.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데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이라 자세하게 봤어요. 느낌이 왔죠.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씨는 그날 곧바로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자세하게 알아본 뒤 지원서를 냈다. 장씨는 “중도에 포기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앞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했다.


“한 번도 빠지지 않으려고 무조건 수업 시작 30분 전에 갔어요.” 장씨는 교육받는 동안 무척 열심히 다녔다고 했다. 그렇게 한 덕분인지 장씨는 ‘반려견 전문가 능력시험’(PEAT)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반려견 전문가 능력시험은 펫케어 전문기업 바우라움에서 실시하는 시험으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된 민간 자격증이다. 동물보호에 관한 법과 수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돌봄, 산책, 기초 훈련이 가능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만들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동물병원, 반려견 훈련소, 반려견 카페나 호텔, 반려견 유치원, 유기견 보호소, 반려견 돌봄이, 반려견 산책가(도그워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장씨는 교육을 마치고 사고가 유연하게 바뀌었고 안목도 높아졌다고 했다. “이제는 길을 걷다가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면 무척 반가워요. 저 강아지는 목줄을 좀 짧게 잡으면 공격성이 줄어들 텐데 하는 안타까운 모습도 금방 발견하죠.” 장씨는 “반려동물과 더 깊이 교감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며 “다른 사람들과 이런 주제로 대화할 때면 굉장히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장씨는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마치고 8월 말부터 은평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문제 행동 교육 보조강사로 잠시 일했다. “문제 행동을 교정하고 산책하는 법도 알려주죠. 직접 해보니 배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이제부터는 적용하고 활용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씨는 “처음 하는 일이라 힘들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더 많이 고만한다”며 “강아지 행동이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나 교육 잘 받았다는 견주 말을 들을 때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어릴 때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무척 슬펐죠.” 장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반려견이 병으로 죽은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까지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으니 강아지가 이해해주겠지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장씨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중요하지만, 반려동물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교감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잘 모른다”며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씨는 2019년부터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으로 활동해왔다.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집 근처에 물과 사료를 가져다 놓는다. “강아지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다가갔지만 결국 떠나보냈죠. 내가 못 챙겨서 그랬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아프고 배고프고 추위에 떠는 길고양이를 보면 그때가 생각나요.” 장씨는 “개든 고양이든 사람이든 모두 살아 있는 존재”라며 “인간만 사는 게 아니라 동물과 어울려 사는 세상이니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가만히 앉아서 후회하지 말고 부딪쳐보자.” 장씨의 좌우명이다. “어떤 상황이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죠. 이건 안 될 거라 지레짐작하는 것보다 이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큰 힘이 돼요.” 장씨는 “하고 싶은 것은 최대한 해보자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반려동물이나 동물 관련 이슈에도 관심이 많아요.” 장씨는 동물권, 친환경, 현명한 소비 등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민단체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장씨는 “동물을 돌보는 태도를 보면 그 나라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에 무척 공감한다”며 “우리 문화 수준이 한층 더 성숙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