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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관광객들이 2일 오후 서대문구 홍제천 ‘카페폭포’ 테라스에 앉아 홍제폭포를 바라보고 있다.
지역 주민들 손꼽는 힐링 장소 돼
에스엔에스 타고 외국까지 소문
청년 지원하는 다양한 행사 연결
카페 수익금으로 장학 기금 마련
2일 오후 3시, 가을 날씨답지 않게 기온이 25도를 웃돌아 마치 초여름 같았다. 서대문구 홍은동 ‘서대문 홍제폭포’ 물줄기가 홍제천으로 떨어지며 가을 햇빛에 유리알처럼 반짝였다. 폭포 소리가 안산(무악산)의 단풍도 불렀을까. 도심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폭포 앞 ‘카페폭포’ 안팎에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의자에 앉아 가을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힐링되고 좋아요. 경치가 멋있어 더 자주 와요.” 지역 주민인 이혜정(58)씨는 딸, 아들과 함께 산책을 나와 카페 앞 테라스에 나란히 앉아 폭포를 감상했다. 이씨는 “서울에 이런 곳이 없다”며 “아무래도 카페가 생기고 나서 더 자주 오는 것 같다”고 했다. 딸 이다영(32)씨는 “여유롭게 폭포를 바라보는 것도 좋고 카페에서 파는 음료도 맛있다”고 했다. 아들 이승화(30)씨는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노부부가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폭포를 바라보는 모습도 보였다. “일주일에 서너번 와. 여기가 옛날보다 아주 좋아졌어. 서대문에서는 최고지. 카페가 생기면서 좀 더 번화해졌어.” 홍제동에 사는 조원행(83)·최정자(81)씨 부부는 “이 동네에서 50년 넘게 살았는데,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좋다”고 했다. 부부는 폭포 옆으로 난 길을 통해 안산(무악산)에 올라가 서대문구에서 최근 만든 황톳길도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맨발로 걸으면 아주 좋아요. 물렁물렁한게 건강에도 좋아요.” 부부는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카페 앞에서 2~3시간씩 쉬다가 집에 간다. “집에 가봐야 할 일이 없어. 눈만 붙이게 되지.” 조씨는 “그러지 않기 위해 여기서 쉬다가 간다”며 “여기 오는 게 이제 습관이 됐다”고 했다.
홍제폭포에서 바라본 ‘카페폭포’와 테라스 모습. 그 위로 내부순환도로가 놓여 있다.
이날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많이 띄었다. “주위가 뻥 뚫린데다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라 좋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친구와 함께 온 모아즈(32)는 “바르셀로나에도 멋진 풍경이 많지만, 이곳처럼 도심 속에 산과 폭포가 함께 있는 곳은 없다”며 “바르셀로나와는 다른 멋이 있다”고 했다. 이들을 안내한 유지수(40)씨는 “모아즈가 사진을 보여주며 폭포에 가고 싶다고 해 데려왔다”며 “요즘은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를 많이 하니까 외국인들이 먼저 알고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유씨는 “다른 경치 좋은 곳의 카페는 보통 음료 한잔에 7천~8천원 정도 하지만, 이곳은 지자체가 운영해 음료 가격도 저렴해 부담이 없는데다 자유로워 좋다”고 했다. 서대문구가 홍제폭포 앞에 카페를 만들어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찾는 서울의 명소가 됐다. 홍제폭포는 2011년 홍제천에 만든 높이 25m, 폭 60m 규모 인공 폭포다. 서대문구는 올해 4월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사업으로 홍제폭포 앞 내부순환도로 고가 아래 있던 주차장과 창고를 없애고 카페를 열었다. 윤미선 서대문구 청년정책과 청년지원팀장은 “카페가 문을 열면서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발걸음이 늘었다”며 “그늘지고 삭막했던 콘크리트 고가 아래에 분위기 있는 카페를 만들어 홍제폭포 주변을 감성 공간으로 바꿔놓았다”고 했다. 서대문구가 직영하는 카페는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음료를 판매한다. 이용자는 4월 1만 명에서 10월 2만5천 명으로 배 넘게 늘어났다. 매출도 4월 4천만원에서 10월 9천만원으로 5천만원이나 늘었다. 구는 주위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격을 높여 받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4천원으로 주위 카페보다 1천원 이상 비싸다. 윤 팀장은 “가격이 저렴하면 주위 카페 손님이 줄어들어 피해를 줄 수 있어, 상권 보호 차원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고 했다. 그래도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노인, 한부모 가족이나 유아와 함께 온 경우 커피류는 1천원, 다른 음료는 500원 할인해준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카페 옆 작은 도서관에서 지역에 사는 어린이와 악수하고 있다.
구는 카페폭포에서 청년과 청년 예술가가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7~8월에는 청년 작가가 참여한 미디어아트 ‘일상의 폭포’ 전시를 했다. 8월부터 11월까지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카페 앞 테라스에서 청년 음악가들이 다양한 음악 공연을 한다. 8일에는 청년이 참여하는 나다움을 찾는 순간 ‘모멘트’ 특별강연도 열었다. 지난달 4일에도 같은 강연이 열렸는데, 이번이 두 번째다. 9월22일과 24일에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카페폭포~안산자락길~안산봉수대까지 가는 동네 뒷산 오르기’도 했다.
서대문구는 9월에 카페폭포 별관을 작은 도서관인 ‘폭포책방 아름인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친환경 디지털 특화 도서관으로 2100여 권의 단행본과 전자책 4천 권을 볼 수 있는 태블릿을 갖췄고, 국회와 여러 대학 도서관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가까운 안산에 올라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돗자리를 빌려준다.
구는 카페 수익금을 내년 1월부터 청년 장학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례를 제정해 청년희망드림기금을 모으고 있는데, 벌써 4억원이나 적립했다.
“주민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도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습니다.” 매일 이곳으로 산책을 나온다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이곳은 도심 속에서 폭포 풍경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며 “청년 지원 정책과 연결해 폭넓게 활용해나가는 것은 물론, 최고의 명소가 되도록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