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실날실

중소 출판사 책을 비싸게 사주는 곳

공익서점 ‘책방 이음'

등록 : 2017-01-19 14:46 수정 : 2017-01-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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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를 잇는 이음, 대학로 ‘책방 이음’

“다른 소리를 내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가는 서점” 혜화역 1번 출구의 대학로 ‘책방 이음’(02-766-992, www.facebook.com/eumbooks )에 담긴 뜻이다. 이음(異音)은 한자로는 ‘다른 소리’, 우리말로는 ‘잇는다’는 뜻을 가졌다. 2005년 설립된 ‘이음 아트’를 2009년부터 ‘나와우리’가 이어받아 책방 이음이 만들어졌다.

‘나와우리’는 국제인권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비정부기구(NGO)다.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에게 피해를 본 분들에게 생활지원금을 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엔지오가 왜 책방을 운영할까? 책방 이음은 ‘나와우리’의 철학이 반영된 공간이면서 공익서점이다. 따라서 수익금은 평화활동에 쓰기도 하고,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도 하는 등 공익을 목적으로 활용한다. 이렇게 베트남전쟁을 연구하는 베트남인 유학생과 재일조선인 유학생에게 연구 장학금을 지원했다. 또한 건강한 출판생태계를 만드는 활동에도 앞장선다. 이번 송인서적 부도 사태 때는 중소형 출판사 책을 ‘현금으로 비싸게’ 구매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양질의 책을 내는 좋은 출판사가 살아야, 서점도 살고 독자도 산다는 생각 때문이다.

‘공익서점’과 함께 책방 이음을 설명해주는 또 하나의 열쇳말은 ‘문화공동체 공간’이다. 점점 상업화되어가는 대학로에 책방 이음은 시민들이 쉬어 가며 문화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작은 의자와 책상이 있어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다. 판매를 위한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 배치가 아니다. 인권, 평화, 환경 등 교양서적을 중심으로 배치하며 오가는 시민들이 충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방 한편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는 작은 갤러리가 있다. 출판사와 함께하는 전시회도 종종 열린다.

책방 이음은 수다의 공간이기도 하다. 강의나 세미나, 작은 모임이 늘 열린다.(사진) 4년째 진행되는 <논어 정독> 모임이 대표적이다. 개와 고양이도 함께 올 수 있는 곳, 늘 음악이 흐르고 마실 차가 있고, 편안하게 이음지기와 얘기 나눌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문화공동체 공간이다. 조진석 책방지기는 “대학로를 오가는 시민들이 편하게 들러 차를 마시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느끼고 가는 곳이다”라고 얘기했다. 나와우리와 책방 이음의 활동을 지지하는 뿌리회원이 되면, 책을 살 때 책값을 깎아줄 뿐만 아니라 평화로운 사회, 문화 생태계 조성에도 함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학로에서 약속을 잡을 때 책방 이음을 떠올려보자.

글 주수원 한겨레경제센터 정책위원 jusuwon@daum.net


사진 책방이음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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