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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가 국민정책디자인단의 제안으로 저시력자들이 구청에 올 때 마중과 배웅, 청사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동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일 지하철 2호선 용두역 3번 출구에서 중도 시각장애인 조태현(오른쪽)씨가 민원실의 김혜정 주무관의 팔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당사자 포함 참여형 정책개발 추진
체험, 따라 해보기, 인터뷰 등 진행
수요자 욕구 파악해 개선 방안 제안
동행 서비스, 유니버설 지도 만들고
바닥안내 사인물 등 추후 설치 예정
동대문구 이문동에 사는 조태현(24)씨는 중도 시각장애인이다. 유전병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력이 떨어져 지금은 형체 정도만 볼 수 있는 저시력자다. 글을 읽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지만, 활동보조사 없이 혼자 다닌다. 그는 외출할 때면 온라인에서 지도를 확대해 미리 세세하게 살핀다. 스마트폰에 캡처해 몇 번씩 살펴보고 나가지만, 가는 길에도 여러 차례 확인해야 겨우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
지난 19일 조씨는 일자리 정보를 얻기 위해 동대문구청을 찾아갔다. 얼마 전 시각장애인협회 동대문지회로부터 구청에서 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다산콜센터로 전화해 예약했다. 약속된 시간에 지하철 2호선 용두역 3번 출구에 나오니 민원실의 김혜정 주무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 주무관의 팔을 잡고 5분 정도 걸어 구청에 다다랐다.
조씨는 김 주무관의 안내에 따라 민원실로 들어가 제일 왼쪽 끝에 있는 장애인오케이(OK)창구에서 상담받았다. 오케이창구는 장애인, 임산부, 노약자 등 사회 취약계층이 부서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빠르게 민원업무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조씨는 “구청 출입문까지는 어떻게라도 혼자 올 수 있어도 내부 구조를 미리 알 수 없어 힘들었다”며 “오늘은 구청까지 오는 데도 스트레스를 덜 받았고, 창구 안내도 받아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저시력자들이 구청에 올 때 마중과 배웅, 청사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동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가운데 80%는 잔존시력이 남아 있는 저시력자이며, 혼자 다니는 이가 적잖다. 이들이 구청에 찾아와 이용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국민참여형 정책개발로 만들어졌다. 서비스 수요의 당사자들이 정책개발 전체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이다.
조씨는 김 주무관의 안내에 따라 민원실로 들어가 제일 왼쪽 끝에 있는 장애인오케이(OK)창구에서 상담받았다. 오케이창구는 장애인, 임산부, 노약자 등 사회 취약계층이 부서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빠르게 민원업무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조씨는 “구청 출입문까지는 어떻게라도 혼자 올 수 있어도 내부 구조를 미리 알 수 없어 힘들었다”며 “오늘은 구청까지 오는 데도 스트레스를 덜 받았고, 창구 안내도 받아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저시력자들이 구청에 올 때 마중과 배웅, 청사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동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가운데 80%는 잔존시력이 남아 있는 저시력자이며, 혼자 다니는 이가 적잖다. 이들이 구청에 찾아와 이용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국민참여형 정책개발로 만들어졌다. 서비스 수요의 당사자들이 정책개발 전체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이다.
조씨가 장애인오케이창구에서 일자리 상담을 받고 있다.
올해 동대문구 국민정책디자인단원 13명 가운데 2명이 시각장애인이었다. 중도 시각장애인으로 정책디자인단에 참여한 김지영 민원행정팀 주무관은 디자인단 활동 영상에서 “저시력자인 저도 외출할 때 느끼는 어려움을 이렇게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일회성 도움보다는 한두 번의 동행과 안내 서비스를 받아 혼자서도 안전하게 구청을 찾고, 행정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제대로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최상민씨는 “(저시력자나 시각장애인이) 밖에 나온다는 것은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나도 이 사회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며 “당사자 입장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 필요한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정책디자인단원들은 두 달여 동안 체험, 따라 해보기, 인터뷰 등을 진행한 뒤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동행 서비스는 9월부터 시행됐고 유니버설 정보지도 서비스 아이디어도 냈다.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한 물리적 환경 개선도 추후 추진할 예정이다. 실제 저시력자나 시각장애인이 구청에 왔을 때 화장실을 찾기란 쉽지 않다. 화장실 남녀 표시가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안으로 들어가서야 볼 수 있어 불편했다. 구는 이들이 헤매지 않고 화장실, 민원실 등을 찾을 수 있게 음성안내나 바닥안내 사인물, 안내 표지 등을 크고 눈에 잘 띄게 설치할 예정이다.
구청 안팎의 공간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유니버설 정보지도에는 이동 수단부터 구청까지 길 안내와 구청 내부 공간·시설에 대한 설명, 화장실 등 편의 시설에 대한 내용이 담긴다. 유형철 혁신기획팀 주무관은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 동대문구가 함께 만든 유니버설 정보지도가 완성되면 구청 홈페이지 등 다양한 플랫폼에 올리려 한다”며 “저시력자나 공간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구민에게 도움이 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구는 유니버설 정보지도 서비스 대상지를 도서관 등 구청이 운영하는 공공기관에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김 주무관의 배웅을 받으며 조씨가 구청을 나오고 있다.
저시력자의 구청 접근성과 이용 편리성 개선 서비스는 올해 국민정책디자인 공모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지난 11월29일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성과공유대회에서 우수사례로 발표됐다. 저시력자들이 낯선 곳을 갈 때 불안하고 두려워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해 공간에 미리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는 자구책을 갖고 있음을 알려 저시력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 심사위원은 “구청 서비스는 누구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라며 “저시력자, 시각장애인이 불편함을 스스로 감수했던 문제점을 찾아 정책적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저시력자를 위한 서비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동대문구 공무원 1인당 담당 장애인 수는 1551명이다. 자치구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데, 장애인복지 담당 공무원 수는 10명으로 22위 하위권이다. 서비스 실행을 맡은 장애인복지팀의 김문희 팀장은 “저시력자 동행 서비스와 같은 좋은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력충원이 꼭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필요한 복지서비스가 만들어져도 이용자가 없으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조태현씨는 “서비스 이용 당사자로서 동행 서비스는 참 좋은 서비스인 것 같다”며 “잘 알려져서 이용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유형철 주무관은 “정책 수요자와의 약속이기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러 부서가 연결돼 있어, 부서 간 협의를 잘 진행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m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