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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에서 지도자로, 친구 같은 감독 꿈꿔”

창단 25주년 맞은 송파구립 리듬체조단의 오예림 감독

등록 : 2024-01-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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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19일 오후 송파구민회관 지하 1층 제1여가실에서 송파구립 리듬체조단의 오예림 감독이 단원들과 한발 서기 자세를 하고 있다. 오 감독은 초1부터 12년 동안 활동한 단원 출신으로 2022년 감독으로 부임해 단원들을 지도해왔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초 1학년부터 12년간 단원으로 활동

무용과 졸업한 뒤 지도자 경험 쌓아

22년 감독 부임, 코로나19 위기 넘겨

지난 11월 대회서 우수지도자상 받아

“AGG대회 등 다양한 경험 안겨줄 터”

지난 12월19일 오후 5시 송파구민회관 지하 1층 제1여가실에서는 송파구립 리듬체조단원들이 연습에 한창이었다. “턱 들고 어깨는 펴고 발끝은 포인트(발등을 쭉 펴고 발가락을 오므린 자세)해요. 등은 더 곧게 펴고….”

오예림(28) 감독이 까만 체조복을 입은 초중등 단원 25명의 대열 가운데 서서 일자 앉기의 정확한 자세를 알려준다. 중간중간 자세를 바로잡아주며 때때로 시범도 보여줬다. 10여 분의 스트레칭 뒤에 단원들은 대여섯 명씩 팀을 나눠 후프, 점프, 회전 등의 훈련을 이어갔다.


올해로 창단 25주년을 맞은 리듬체조단은 송파구립 체육단체 5개 가운데 하나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첫 리듬체조단으로 전국에서 유일하다. 지금까지 대회 수상과 공연 횟수를 합치면 200회가 넘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난해부터 연습을 다시 시작했고 지난 11월 전국초등무용대회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오 감독은 생애 첫 지도자상을 받았다.

연습 시간에 앞서 프로그램실에서 오 감독을 만났다. 그는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합을 잘 맞춰준 단원들 덕분이다”라며 “체조단을 위해 더 연구하고 힘써갈 동력을 얻었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2022년 감독으로 부임해 겪었던 코로나19 힘든 시기에 대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오 감독에게 송파구 리듬체조단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는 6살 때 송파구민회관 ‘쑥쑥이 리듬체조’ 프로그램에 참여해 리듬체조를 시작했다. 초1 때 단원이 되어 12년 동안 단원 활동을 이어왔다. 리듬체조단 공연은 어린 시절 그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겨줬다. 그는 “공연에 나가는 게 행복했다”며 “어디서도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고 체조단 연습하는 날이 늘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리듬체조는 다른 운동에 견줘 학원 등이 적은데 구청이 지역 아이들에게 무료로 배울 기회를 줘 좋았다”며 “덕분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 지금까지도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3 때 입시를 준비하면서 그는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 무용과로 진로를 선택했다. 리듬체조단에서 다양한 장르의 움직임 표현을 배우고 여러 체조 도구를 다뤄보며 즐거웠던 경험을 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간다’며 반대하는 부모를 몇 개월 동안 설득해야 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꼭 하고 싶다’며 간곡하게 말해 결국에는 부모도 그의 결정을 받아들여줬다.

오 감독은 대학 졸업 뒤 지도자가 되는 길을 찾아 나섰다. 리듬체조단에서 그를 지도해준 김지연 전 감독이 ‘인생 롤모델’이 되었다. 대한체조협회 파견 강사로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2018년부터 2년 동안 송파구 리듬체조단에서 김 감독을 도와 후배들 지도에 힘을 보탰다. 감독대행, 코치를 거쳐 2년 전 정식 감독이 된 그는 “후배들에게 어린 시절 즐거운 추억을 안겨줄 기회가 제게 주어져 감사하다”며 “부모님도 이제는 열심히 해 활동했던 체조단의 지도자가 된 것을 자랑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지도자로서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목표는 단원들이 운동하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2시간씩 주 2~3회 연습과 훈련으로 규칙적인 활동을 하며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지도한다. 신체적 발달뿐만 아니라 정신적 성장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평균 3~5년은 단원 활동을 하기에 성장기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지도 방법을 연구하며 노력하고 있다”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고, 협동심과 배려심도 키울 수 있게 인성교육도 곁들인다”고 말했다.

운동에는 늘 부상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오 감독 역시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부상이 성장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안다. 그래서 단원들이 다치지 않고 훈련할 수 있게 지도하는 원칙을 최우선으로 둔다. 그는 “움직임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자세하게 하고, 가능하면 수구(손 도구) 없이 팀으로 나눠 훈련을 진행한다”며 “부상을 입으면 쉬면서 재활에 집중해 빠르게 복귀할 수 있게 도우려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현대무용, 재즈 댄스 등 무용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송파구 리듬체조단 말고도 여러 아이를 지도하지만, 특히 체조단원들에게 마음이 더 끌린단다. “단원들을 보면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오르다보니 마음이 더 간다”며 “다양한 활동과 지도 경험을 쌓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고 우리 체조단이 송파구의 자랑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고 했다.

오 감독의 새해 소망은 단원들에게 더 다양한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다. “리듬체조뿐만 아니라 (손 도구 없이 하는 단체종목인) 에이지지(AGG) 대회 등 여러 참여 기회를 마련해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습이나 훈련 때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후배이자 제자’인 단원들에게 친구 같은 감독이 되고 싶어 한다. 오 감독은 “연습 땐 엄격하게 하는 편이라 단원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다”며 “친구처럼 편안한 감독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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