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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이 지났다. 곧 우수와 경칩이 이어진다. 조금 있으면 겨우내 움츠렸던 시민들도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오게 되고, 이에 따라 자전거 교통사고도 잦아질 것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시스템의 자료에 따르면, 자전거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으며, 계절별로는 3월부터 급격히 늘면서 9월에 정점을 찍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서울지역의 자전거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4062건으로, 전국 대비 22.7%였으며, 부상자 수는 4329명으로 전국 대비 24.2%였다. 그런데 사망자 수는 27명으로 전국 대비 9.8%로 낮은 편이다. 서울지역의 자전거 사망자 중 자동차 등과 부딪혀 교통사고를 낸 경우가 22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자전거 스스로 사고를 낸 경우가 5명이며, 자전거와 사람이 부딪히는 사고를 낸 경우에는 사망자가 없었다. 결국 대부분의 사망사고는 자전거와 자동차의 흐름이 얽히면서 부딪혀 생겼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전거 사망사고 비율은 오이시디(OECD) 국가 중 매우 높은 편이다. 자전거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덴마크의 사망률에 비하면 7배가 많다. 우리나라의 사망자 수가 10만 명당 4.1명인데, 덴마크는 0.6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몇 년 전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하면서 몇 가지 놀라운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코펜하겐은 직장과 학교 통근자의 경우 자전거 운송 부담률이 56%로서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것이고, 이어서 덴마크에는 자전거용 고속도로가 있으며, 신호등 체제가 자동차의 평균 시속이 아니라 자전거의 평균 시속인 20㎞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계속 초록불이 이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아울러 자전거도로의 폭도 2m나 되어 안전하다.
이와 같이 덴마크에서 자전거를 가장 많이 타면서도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률이 낮은 것은, 도시 전체가 자전거 주행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도시는 물론이고 4대강 주변의 강변마다 자전거길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그에게 자전거길은 4대강 사업을 위한 구실로 보였지, 교통과 도시 시스템의 개선까지는 못 보았던 것 같다. 자전거 운행에 부합하는 도시 체제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전거 이용만을 갑자기 권장한다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은 사고에 노출될 것이다. 자전거의 보급과 함께 자전거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교통·도시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자전거에 연동하는 신호체제, 그리고 안전을 위한 각종 기반시설이 만들어져야지 자전거 교통사고율을 줄일 수 있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서울에도 자전거 고속도로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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