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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광진정보도서관의 ‘오늘의 기록자’ 프로젝트에는 주민 16명이 참여해 동네 단독주택 300여 채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다. 지난 23일 광진구 능동 ‘갤러기 사진적’에서 참여자 3명과 강사인 강재훈 전 한겨레 사진기자가 전시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집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강재훈 강사, 박종심·최윤희·안선영씨.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지난해 주민 12명과 사진 수업 듣고
7개월간 동네 단독주택 1천 채 찍어
300여 점 사진집에 담고, 110점 전시
“동네 기록 활동 뿌듯, 연속성 기대”
새해 첫 달,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 인근 ‘갤러리 사진적’에서 작지만 뜻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주민 16명이 지난해 동네의 1~2층 집을 렌즈에 담은 사진들로, 광진정보도서관의 ‘마을사진 기록단-오늘의 기록자’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보름의 전시 동안 200여 명이 관람했다. 2022년 광진구마을자치센터에서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에선 동네의 일상 풍경을 담았고, 지난해엔 개발로 점차 사라져 가는 단독주택을 기록했다.
지난 23일 갤러리에서 3명의 참여자를 만났다. 사진 교육과 프로젝트를 이끈 사진가 강재훈(64·전 한겨레 사진기자) 강사도 함께했다. 안선영(54)씨에겐 두 번째, 박종심(62)씨와 최윤희(53)씨에겐 첫 번째 프로젝트 참여였다. 세 사람은 “재밌고 (동네의 단독주택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보람 있는 활동이었다”고 입 모아 말했다.
능동주민센터 근처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갤러리 사진적은 안씨가 대학 친구와 같이 2019년부터 운영해온,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겸한 문화공간이다. 10평 남짓 작은 공간이지만 그동안 사진, 그림 등의 전시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번이 54회째 전시로 두 개 벽면에는 각양각색의 집들이 가까이서 보는 이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 관람자는 방명록에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진하게 보고 갑니다”라며 “우리 동네 주택들도 (이렇게) 사진이라도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소감을 남겼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7개월 동안 광진구 15개 모든 동 구석구석을 누비며 1천여 점의 사진을 찍었다. 참여자들은 나름의 시선으로 사는 동네의 낮은 집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그 가운데 집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300여 점을 추려 사진집에 실었다. 건축 연도도 관련 문서를 일일이 확인해 추가했다. 전시회엔 110여 점을 뽑아 걸었다. 강재훈 강사는 “주민들이 함께 발품을 팔아 보통 사람들이 사는 단독주택 한 채 한 채 마주하며 초상처럼 기록으로 남긴 귀한 작업이었다”며 “훗날 세상에 이런 집들이 있었다는 증명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사진 공부를 10여 년 해온 안선영씨는 피사체인 집에 마음을 주면서 오랫동안 바라보며 찍었다. 그는 “우연히 셔터를 눌러 건지는 사진이기보다는 피사체와 교감하며 똑같이 다시 찍을 수 있는 사진이 되도록 촬영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마을 아카이브’에 관심이 많아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집 모습을 남기려 했다. 유모차를 끌고 가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등 오가는 사람들을 기다려 집 전체의 모습과 같이 찍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 폭이 넓어지고 깊어졌다”며 “1년 가까이 참여자들이 꾸준히 만나 소통하면서 가까워져 ‘사람 자산’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디지털카메라 사용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참여한 박종심씨는 세월이 진하게 녹아 있는 집들에 초점을 맞췄다. 박씨는 “아무래도 오래될수록 사라질 가능성이 커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더 갔다”고 했다. 박씨는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집들을 만나면서 반갑고 즐거웠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취미 삼아 이 골목 저 골목 찾아다닌다. 그는 “이번 활동이 제게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옛날 감성도 느끼게 해줬다”며 “동네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아파트에서만 거의 살아온 최윤희씨는 동네의 단독주택 촬영에 매력을 느껴 참여했다. 사라질 수 있는 집이지만 그 집의 현재를 느낄 수 있게 최대한 예쁘고 멋지게 담아내고 싶었다. 같은 집을 시간과 날씨를 달리해 10여 차례 찾아가 찍기도 했다. 최씨는 “같은 집의 색, 질감, 분위기가 매번 달라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요즘도 평소 다니던 길을 두고 일부러 돌아서 한 바퀴 더 돌기도 한다”고 했다. 프로젝트 참여 뒤 최씨에게 동네가 잠만 자던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바뀌었다. “동네가 달라 보이고 애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공들이고 어렵사리 찍은 단독주택의 60% 정도가 사진집에 담기지 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많은 탓에 집 지붕부터 대문 문지방까지 전체 모습이 온전하게 나오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강재훈 강사는 “전체 모습이 다 나오기 위해서는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데, 골목 폭이 좁다보니 일반인용 디지털카메라 렌즈로 거리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동네 기록 활동이 쭉 이어지길 세 사람은 기대했다. 다음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실제 전시회 오프닝 행사 때 이번 사진 전시회 판매금을 모아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안선영씨는 “주민들이 마을 아카이빙을 직접 한다는 자체가 의미 있다”며 “주민 참여 사업이 최소 10년 이상 꾸준히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윤희씨도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질 수 있게 연속성 있는 지원사업 등의 여건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7개월 동안 광진구 15개 모든 동 구석구석을 누비며 1천여 점의 사진을 찍었다. 참여자들은 나름의 시선으로 사는 동네의 낮은 집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그 가운데 집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300여 점을 추려 사진집에 실었다. 건축 연도도 관련 문서를 일일이 확인해 추가했다. 전시회엔 110여 점을 뽑아 걸었다. 강재훈 강사는 “주민들이 함께 발품을 팔아 보통 사람들이 사는 단독주택 한 채 한 채 마주하며 초상처럼 기록으로 남긴 귀한 작업이었다”며 “훗날 세상에 이런 집들이 있었다는 증명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사진 공부를 10여 년 해온 안선영씨는 피사체인 집에 마음을 주면서 오랫동안 바라보며 찍었다. 그는 “우연히 셔터를 눌러 건지는 사진이기보다는 피사체와 교감하며 똑같이 다시 찍을 수 있는 사진이 되도록 촬영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마을 아카이브’에 관심이 많아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집 모습을 남기려 했다. 유모차를 끌고 가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등 오가는 사람들을 기다려 집 전체의 모습과 같이 찍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 폭이 넓어지고 깊어졌다”며 “1년 가까이 참여자들이 꾸준히 만나 소통하면서 가까워져 ‘사람 자산’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디지털카메라 사용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참여한 박종심씨는 세월이 진하게 녹아 있는 집들에 초점을 맞췄다. 박씨는 “아무래도 오래될수록 사라질 가능성이 커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더 갔다”고 했다. 박씨는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집들을 만나면서 반갑고 즐거웠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취미 삼아 이 골목 저 골목 찾아다닌다. 그는 “이번 활동이 제게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옛날 감성도 느끼게 해줬다”며 “동네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아파트에서만 거의 살아온 최윤희씨는 동네의 단독주택 촬영에 매력을 느껴 참여했다. 사라질 수 있는 집이지만 그 집의 현재를 느낄 수 있게 최대한 예쁘고 멋지게 담아내고 싶었다. 같은 집을 시간과 날씨를 달리해 10여 차례 찾아가 찍기도 했다. 최씨는 “같은 집의 색, 질감, 분위기가 매번 달라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요즘도 평소 다니던 길을 두고 일부러 돌아서 한 바퀴 더 돌기도 한다”고 했다. 프로젝트 참여 뒤 최씨에게 동네가 잠만 자던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바뀌었다. “동네가 달라 보이고 애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공들이고 어렵사리 찍은 단독주택의 60% 정도가 사진집에 담기지 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많은 탓에 집 지붕부터 대문 문지방까지 전체 모습이 온전하게 나오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강재훈 강사는 “전체 모습이 다 나오기 위해서는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데, 골목 폭이 좁다보니 일반인용 디지털카메라 렌즈로 거리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동네 기록 활동이 쭉 이어지길 세 사람은 기대했다. 다음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실제 전시회 오프닝 행사 때 이번 사진 전시회 판매금을 모아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안선영씨는 “주민들이 마을 아카이빙을 직접 한다는 자체가 의미 있다”며 “주민 참여 사업이 최소 10년 이상 꾸준히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윤희씨도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질 수 있게 연속성 있는 지원사업 등의 여건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