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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에서 벌레가?’ 오해 사라지며, “환경 개선 효과, 집에서 키우고파”
주민 60여명 생태전환 교육 뒤 활동
빗물 모이판, 부직포, 야자매트 등에
이끼 포자 뿌려 생육 상태 관찰해와
벽면, 지붕 등 추가하며 실험 이어가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는 지난해 학교나 건물 옥상 등 동네 유휴공간 8곳에서 이끼를 키우는 활동을 펼쳐, 녹색서울 실천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참여 주민 60여 명은 생태전환 교육을 받고 이끼 재배 실험 활동을 하며 이끼의 환경적 가치를 알려왔다. 2월2일 오후 하계동 중평초 옥상 이끼 재배 실험 시설에서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들과 학부모 화단 가꾸기 동아리 ‘뜨락애’ 회원들이 이끼를 살피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노원구 하계동 중평초 옥상에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와 학부모 화단 가꾸기 봉사단 ‘뜨락애’ 회원 등 1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심은 이끼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6×4m 크기의 각 파이프 프레임 3개엔 투광률을 달리하는 차광막(95%, 75%, 55%) 아래에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6×2m 크기의 각 파이프 프레임 2개엔 모판(60×30㎝)이 28개씩 놓였다. 한 곳엔 구매 이끼 모판과 유기물질이 든 흙 ‘피트모스’에 말린 이끼를 뿌린 모판이 14개씩 나뉘어 있고, 다른 곳엔 상토에 말린 이끼를 흩뿌린 모판이 모여 있었다.
차광막 아래 모판에는 배양토, 야자 매트가 깔렸고 그 위에서 이끼가 빼꼼히 솟아나는 모습이 보였다. “이끼들이 좀 메말라 보이죠. 이렇게 물을 적셔주면 금세 파릇파릇해져요.” 이은수(60)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이하 노도네) 대표가 이끼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며 말했다.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는 이끼가 햇빛이 강한 옥상에서 어떻게 자랄 수 있을까? 노도네 회원들은 햇빛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품종인 서리이끼(양지이끼)를 심고, 차광막과 자동 관수를 활용했다. 햇빛 투과율을 달리하는 차광막을 모판 위에 씌우고, 하루 2번 2분씩 자동으로 물을 주는 관수 장치를 설치했다. 이 대표는 “겨울에는 물을 주지 않는데도 잘 견디며 자라 (옥상 이끼 재배)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시중 구입 모판에서 빼곡하게 자라는 푸른 이끼를 보며 학부모 서은화씨가 “이끼는 수많은 작은 잎으로 구성돼 잎면적(지수)이 넓다”며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효과가 그만큼 크다”고 이끼의 환경적 가치를 알려줬다. 서씨는 “모판 하나에 자라는 이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30년생 소나무 3그루와 맞먹는다”고 덧붙였다.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는 이끼가 햇빛이 강한 옥상에서 어떻게 자랄 수 있을까? 노도네 회원들은 햇빛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품종인 서리이끼(양지이끼)를 심고, 차광막과 자동 관수를 활용했다. 햇빛 투과율을 달리하는 차광막을 모판 위에 씌우고, 하루 2번 2분씩 자동으로 물을 주는 관수 장치를 설치했다. 이 대표는 “겨울에는 물을 주지 않는데도 잘 견디며 자라 (옥상 이끼 재배)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시중 구입 모판에서 빼곡하게 자라는 푸른 이끼를 보며 학부모 서은화씨가 “이끼는 수많은 작은 잎으로 구성돼 잎면적(지수)이 넓다”며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효과가 그만큼 크다”고 이끼의 환경적 가치를 알려줬다. 서씨는 “모판 하나에 자라는 이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30년생 소나무 3그루와 맞먹는다”고 덧붙였다.
중계동 천수농장 도시농업 교육장 ‘천수텃밭’ 계곡에서 자라고 있는 이끼와 야생 버섯.
도노네의 동네 유휴공간에 이끼를 키우는 활동은 지난해 녹색서울 실천 공모사업에 선정돼 진행됐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1998년부터 시민 주도로 생활 속 환경문제를 개선해나가는 공모사업을 해마다 추진했다. 지난해엔 신청 자격을 갖춘 기관 50여 곳이 참여해 13곳이 선정돼 활동했고, 이 가운데 3곳이 우수사례로 평가받았다. 노도네는 그중 한 곳이다. 공모사업관리위원회는 이끼를 활용한 도시녹화를 위한 실험과 향후 다양한 활용 사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며 좋게 평가했다.
노도네는 설립 10주년을 맞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이 중심이 되어 출발했고, 도심 옥상에 정원과 텃밭을 만들어 생태복원을 이루는 걸 목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회원은 130여 명이고 40~50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계동 불암산 자락 2만8천여 평 규모의 천수농장 공간에서 교육장과 도시농업 실습텃밭을 활용해 생태전환 활동을 진행했다. 빗물 자원화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 도시 자원순환모델을 만들어가는 활동도 이어왔다.
이은수 대표가 이끼에 주목한 것은 2년 전부터였다. 빗물 활용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하며 천수농장 텃밭에 만든 빗물모이 주변에 이끼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관심을 가졌다. 옥상에 나무나 꽃을 심으면 건물 하중, 누수, 식물 뿌리 침투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의동 노도네 국장과 이끼를 함께 공부하면서 옥상 녹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회원들이 천수텃밭 이끼 재배장에서 이끼가 자라고 있는 야자 매트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는 동네 유휴공간에서 이끼를 키우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끼의 뿌리는 몸을 지탱하는 역할만 하고 잎과 줄기에서 광합성 작용을 한다. 이끼는 씨앗이 없이 생식세포인 포자로 번식한다. 포자가 발아해 새싹이 돋아 자라며 새로운 이끼의 몸체가 되고 다시 그 이끼가 포자체를 형성해 개체를 늘려간다. 이끼를 키우려면 포자나 자란 이끼를 잘게 부순 것을 씨앗처럼 쓴다. 적정한 수분과 빛을 관리해주면 어디서든 자랄 수 있어 야자 매트, 부직포 등의 활용도 진행했다.
노도네는 60여 명의 주민에게 생태전환 교육을 진행하면서 8곳에 재배 실험을 추진했다. 중평초 옥상과 더불어 상계동 노원에코센터 태양광 시설 아래, 공릉동 건물 옆과 뒷면, 천수텃밭 등이다. 지난해 9월 노원에코센터 건물 뒤쪽 75㎡ 땅에 잡초를 제거하고 깃털이끼 가루를 뿌린 뒤 투광률 55%짜리 초록색 그늘막을 덮고 빗물을 활용하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옥상과 1층의 태양광 시설 아래엔 야자 매트를 깔아 이끼 말린 것을 뿌리고 자동 관수가 이뤄지게 해놓았다.
이용이 뜸한 건물 공간에서 재배 실험도 시도했다. 공릉동 원룸 건물 주차장 옆 오수관 배관이 지나는 곳에 이끼를 키우며 직접 물을 줬다. 건물 뒷면 그늘진 곳에서는 빗물 활용을 시도했다. 빗물 화분에 물을 모아 심지를 꽂고 부직포를 덮어 약간의 공간을 확보해 이끼를 키운다. 천수텃밭에서는 자생 이끼를 채취해 숲속 이끼 재배장을 꾸몄다. 오래전 과수원이었던 천수텃밭에는 아직도 800여 그루의 배나무가 남아 있다. 배나무에 낀 이끼를 긁어 모판 크기의 야자 매트 500여 장에 뿌려 펼쳐놓았다.
천수텃밭 교육장에서 이은숙 강사가 이끼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2일 오후 천수텃밭 교육장에서는 이끼 교육이 열렸다. 주민 10여 명이 참여해 이끼에 대한 강의를 듣고, 이끼를 활용해 테라리움(유리병 안에 작은 식물을 심어 정원처럼 꾸민 것) 만들기 활동을 했다. 참가한 주민 대부분은 이끼의 환경적 가치를 처음 알게 됐다며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정은실씨는 “이끼가 탄소를 줄이고 미세먼지도 흡수하는 사실을 알게 되어 집뿐만 아니라 아파트 화단 등에서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의를 진행한 이은숙 강사는 “생태계의 저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끼를 만나고 테라리움을 만들면서 참여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동네에서 이끼 키우기 활동은 이제 시작 단계다. 안정적으로 이끼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우선 있어야 한다. 중평초 옥상의 재배시설은 이달 중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끼는 최소 1~2년 정도 키우고 관찰해야 하는 식물로 짧은 시간에 효과 검증이 어렵기에 다년간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끼에 대한 인식도 바꿔가야 한다. 이끼에서 벌레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나 습기가 많아 미끄러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등이 있다. 김 국장은 “곰팡이 등이 일부 관찰되는데, 과습 문제로 생긴 거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교육을 통해 이끼의 긍정적인 면을 제대로 알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2월2일 중계동 천수텃밭 교육장에서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의 이끼 교육 참여자들이 직접 만든 이끼 테라리움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더 많은 주민이 이끼 키우기 활동을 함께할 수 있도록 노도네는 동 주민자치회 활동과의 연계를 고려하고 있다. 관심을 보이는 주민자치회에는 교육을 제공하고, 실천 활동을 안내하는 등의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의동 국장은 “이끼의 효과를 알고 여러 곳에서 이끼를 키우겠다는 분이 늘어나 생태전환 교육의 좋은 모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노도네는 이끼 키우기 실험 활동을 올해도 이어간다. 추가로 건물 벽면과 지붕을 활용해볼 계획이다. 천수텃밭의 화장실과 컨테이너 지붕에 배수판을 깔고 야자 매트 위에 이끼 말린 것을 뿌린 뒤 잔디 보호판을 깔고 자동급수가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옹벽에는 모듈 형태를 만들어 탈부착하는 시도를 할 생각이다.
동네 유휴공간을 활용한 노도네의 이끼 키우기 실험은 성공과 실패보다는 그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 대표는 “나무를 100그루를 심지 못하고 50그루밖에 못 심었다 하더라도 그만큼 환경위기 시계를 조금이라도 늦춘 의미가 있다”며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뭐든 도전하고 실천해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올해 녹색서울 실천 공모사업의 모집이 19일(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선정된 단체(서울에 소재하는 비영리 단체·법인, 사회적협동조합)들에는 사업별로 최대 3천만원, 모두 4억원을 지원한다. 집중 주제 ‘시민협력형 일회용품 없는 서울 추진’ 사업 지원 최대 금액은 5천만원이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