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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행복한 동거

구로구 레슬링팀 어르신 위한 다이어트 교실 운영, 은평구 인라인롤러선수단은 어린이 위한 인라인롤러 교실 운영

등록 : 2017-03-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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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가 지역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개설한 레슬링 교실은 나이 성별에 맞는 방식으로 건강과 체력을 관리할 수 있어서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다. 레슬링 전용연습장에서는 아침이면 중년 여성들이 근력을 기르고, 밤이 되면 직장 남성들의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진다. 장수선, 윤지혜 기자 grimlike@hani.co.kr
매주 화·목·토요일 아침이면 구로구 시설관리공단에 자리한 레슬링 전용 연습장은 나이 지긋한 여성들로 북적인다. 평균 나이 예순 살을 넘긴 이들은 모두 구로구가 운영하는 레슬링 다이어트 교실의 수강생들이다.

구청 소속 레슬링팀을 운영하고 있는 구로구는 2008년 지역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전국 최초로 다이어트 레슬링 교실을 개설했다. 실업팀 선수들의 훈련이 없는 아침과 저녁 시간에 레슬링 연습장을 주민에게 개방해 시민 생활체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습은 이 지역 출신 전직 레슬링 선수가 나서서, 나이와 성별을 고려한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특히 여성 레슬링 교실은 레슬링 동작을 활용한 스트레칭과 근력 향상 프로그램으로 중·노년 여성들에게 인기다.

막바지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21일, 영하 9도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레슬링 연습장에 모인 40여 명의 수강생은 음악에 맞춰 온몸을 움직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팔 벌려 뛰기 스무 번!” 전문 강사의 구령에 맞춰 쿵쿵 레슬링 매트 위 발 구르는 소리가 힘차다. “전혀 안 추워. 이렇게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찌뿌드드하고 굳으니께.” “아침에 와서 땀을 쭉 흘리고 가면 너무 개운해.” 운동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 이상의 장기 수강생이 많은 터라, 하루만 결석해도 서로 걱정해주는 돈독한 이웃이 되었다.

5년 차 장기 수강생인 정만순(70) 할머니는 “7년 전 갑상샘 수술을 한 뒤로 체력이 떨어져서 레슬링 교실에 등록했는데, 요가보다는 움직임이 많아 체력이 강해진 것 같다. 수강료(3개월 3만원)도 저렴해서 부담이 없다”며 만족했다. 김희정(64) 씨도 “평소 무릎이 안 좋았는데 레슬링 매트가 충격을 흡수해서 그런지 신기하게 관절 통증이 많이 줄었다”며 운동 후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레슬링 교실을 지도하는 윤용희(30) 강사는 “레슬링은 부상 위험이 있어서 중·노년의 여성에게는 레슬링 기술보다 근력을 발달시키는 동작 위주로 가르친다. 반면 남성을 위한 저녁 수업에는 젊은 층이 많아 겨루기 등 실제 기술을 많이 연습한다”고 한다.

밤 9시, 다시 찾아간 레슬링 연습장은 아침 수업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10여 명의 수강생이 곳곳에서 낙법과 프리모션(기술 연습), 겨루기를 하며 매트에 몸을 메칠 때마다 쿵쿵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올림픽 레슬링은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 두 종목으로 구분되는데, 이곳 강습은 자유형으로만 이뤄진다. 상체만 사용하는 그레코로만형에 비해 자유형은 모든 근육을 쓸 수 있어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까닭이다.

퇴근 후 연습장으로 달려왔다는 차규형(35)씨는 “상대방을 기술로 넘어뜨리는 것도 재미있고 몸으로 부딪치는 운동이라 쉽게 친해질 수 있다”며 레슬링의 매력을 소개했다. 2년째 레슬링 교실을 수강해온 이주석(37)씨는 “최근 종합격투기 등의 인기를 타고 복싱, 주짓수를 하던 사람들이 레슬링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일반인이 올림픽 레슬링을 배울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배울 수 있는 곳도 사설 체육관이 대부분으로, 전직 레슬링 선수가 전용연습장에서 기술을 정식으로 알려주는 곳은 구로구가 유일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중학교 때부터 레슬링 선수 생활을 시작한 윤 강사는 “레슬링은 올림픽에서는 효자 종목이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관심 밖의 운동이었다. 지역 주민들이 레슬링을 재미있어하고 가까이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니, 레슬링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레슬링의 저변 확대를 반겼다.


2월 말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직장운동경기부를 운영하는 곳은 14곳이다. 레슬링, 역도, 씨름 등과 같은 비인기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운동부의 존재조차 모르는 주민들이 태반이지만, 훈련과 각종 대회로 쉴 틈 없는 현역 선수들이 주민을 찾아가 자신을 알리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6년간 꾸준히 현역 선수들이 지역 청소년에게 체육 재능을 기부해온 은평구의 ‘청소년 토요인라인교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은평구가 2004년 직장운동경기부로 창단한 인라인롤러선수단은 롤러 저변 확대를 위해 2011년부터 지역 아이들 대상의 인라인롤러 교실을 운영해왔다.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은평구청 소속 인라인롤러선수단 8명과 서울시 롤러연맹 소속 10명이 강사진을 이뤄 첫걸음을 시작하는 초급반부터 레이싱을 연습하는 상급반까지 수준별 강습을 해준다. 전문 선수단의 수준 높은 지도를 무료로 받을 수 있어서 수강 인원 600명이 금세 마감될 정도로 주민들에게 큰 인기다.

은평구 인라인롤러선수단의 재능기부는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연계한 혁신 모델로 인정받아, 서울시 자치구 직장운동경기부 지역사회 재능기부 평가에서 3회 연속 최우수구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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