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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에 ‘인생 2막’ 싣고 달려요”

동작구 ‘마을버스 운전자 양성교육’ 받고 취업한 박일우·임정원씨

등록 : 2024-05-23 16:03 수정 : 2024-05-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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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치구 중 처음 운영해 취업까지

올 예산 3천만원으로 23명 양성 계획

취업난·구인난·주민 불편 해소 노력

“주민의 안전한 발 위해 최선 다할 것”

동작구 ‘마을버스 운전자 양성과정’을 거쳐 마을버스 운전기사가 된 임정원(왼쪽)·박일우씨가 16일 흑석동 흑석운수 사무실 앞 마당에서 엄지척을 해보이고 있다

“활동적이고 어딜 가든 사람들과 잘 어울립니다. 회사에 맞춰 가야죠. 여기서 적응하는 게 먼저입니다.”(박일우씨·48)

“차를 타고 나들이 가는 것을 좋아하죠.하고 싶었던 일이라 매일매일 즐겁습니다.”

(임정원씨·59)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박일우씨와 임정원씨는 ‘마을버스 운전자 양성교육’을 받고 마을버스 회사에 취업했다. 박씨는 5월5일 흑석운수, 임씨는 4월28일 명승운수에 입사했다.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동작구가 만든 ‘마을버스 운전자 양성교육’을 받고 취업에 성공한 첫 사례다. 16일 동작구 흑석동 흑석운수 사무실에서 만난 박씨와 임씨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마을버스 운전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게 돼 무척 기쁘다”며 “앞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즐겁게 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작구에는 마을버스 회사가 10개 있는데, 21개 노선을 운행한다. 운전기사가 적어도 230여 명이 필요한데, 현재 160여 명으로 많이 부족한 상태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마을버스 회사들이 어쩔 수 없이 배차 간격을 늘리고 운행 횟수를 줄여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주민의 불편이 늘어났다. 동작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7일 서울시 교통연수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무료로 마을버스 운전자 양성교육을 시작했다. 4월에 1기로 선발된 4명이 4월17일부터 24일까지 이론(16시간)과 현장실습(24시간)으로 구성된 교육을 수료하고, 이 중 2명이 취업했다. 동작구는 올해 예산 3천만원을 책정해 10월까지 마을버스 운전자 23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23년 동안 다니던 자동판매기 부품회사를 그만뒀다. “거리에 자판기가 많이 없어졌잖아요. 그러다보니 회사가 점점 어려워져 문을 닫았습니다. 시원섭섭했죠.”

운전을 좋아하는 박씨는 회사를 그만둘 때부터 버스 운전기사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마을버스나 시내버스 등 노선버스를 운전하려면 1종 대형자동차 운전면허가 필요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1월에 1종 대형면허를 취득했다. 그래도 당장 버스 운전을 할 수 없었다. 1종 대형 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으면, 마을버스를 운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을버스 운전을 하기 위해 자칫 1년을 기다려야 했던 박씨에게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동작구에서 무료로 마을버스 운전자 양성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신청했다. “운때가 맞았어요. 운이 좋았던 거죠.” 동작 마을버스 운전자 양성교육을 받으면 1종 대형 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1년이 지난 것으로 간주해 마을버스를 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4월17일부터 24일 사이에 잠실에 있는 교통회관에서 이론 교육 2일, 경기도 포천 자동차학원에서 실습 교육 3일을 받았다. “포천과 연천, 철원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운전 실습을 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했죠.” 8명이 2개 조로 나뉘어 교육받았는데, 동작구는 한 조에 4명이 함께 교육을 받았다.

박씨는 동작마을버스 중에서 ‘02번’ 노선버스를 운전하는데, 요즘 야간 조라서 오후2시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근무한다. “마을버스는 노인도 많이 타요. 솔직히 연세가 많은 분이 타면 걱정됩니다. 걸음이 불편하기도 하고, 가만히 서 있다가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항상 승객 안전을 확인하면서 조심스럽게 운행합니다.” 박씨는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언제나 안전 운전으로 나와 승객을 지키겠다”고 했다.

박씨는 4살과 10개월 된 두 아이를 둔 아빠다. 주 6일제인 흑석운수는 한 달 동안 빠지지 않고 근무하면 월급으로 360만원가량 받는다. 흑석운수는 서울시에 있는 마을버스 중 규모도 제법 크고 급여도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박씨는 “아이들 키우려면 빠듯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며 “정년이 있긴 하지만, 마을버스 운전기사 인력이 모자라 정년을 넘겨서도 계속 운전할 수 있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임정원씨는 2021년에 30년 동안 해오던 자동화설비사업을 접었다. 여러 직종을 전전하던 임씨는 동작구에서 마을버스 운전자 양성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신청했다. “나는 대형 면허를 취득한 지 5년이 지나 구청에서 하는 교육에 해당 사항이 없었어요. 그래서 ‘구청장에게 바란다’ 코너에 교육해달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동작구는 마을버스 운전자 양성교육 신청 자격을 애초 1종 대형 면허 취득 1년 미만인 사람으로 내걸었지만, 요건에 맞는 사람이 많지 않아 임씨에게도 교육 기회를 줬다.

임씨는 3주째 수습 근무 중이다. 마을버스 운전기사 수습 기간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 달 정도다. “빨리 적응하면 수습기간이 짧고, 그렇지 않으면 길어져요. 마을버스 운행에 필요한 실력을 갖췄다고 인정받아야 정식으로 운행할 수 있죠.” 임씨는 “조급하게 정식 운행을 하는 것보다 제대로 배워서 하는 게 중요하다”며 “차근차근 열심히 배우고 있기 때문에 정식 운행하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마을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미리 자리에서 일어서는 승객이 많은데, 노인일 경우 사고 위험이 커요. 꼭 버스가 정차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주면 좋겠습니다.” 박씨와 임씨는 “운전기사뿐만 아니라 승객도 안전에 대해서 신경을 쓰면 좋겠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을 주민을 위한 ‘안전한 발’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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