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책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비밀의 공간’

송파구 장지동 ‘송파글마루도서관’

등록 : 2024-05-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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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루도서관 전경

서울둘레길과 송파둘레길이 만나는 장지근린공원은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주변은 벌써 녹음과 숲의 향기로 가득하다. 나무 터널의 아늑함 속에서 대화하며 걷다보면 누군가 숨겨놓은 것 같은 비밀 공간을 만난다. 앞에서 보면 익숙하고 흔한 건물이지만, 건물 뒤편으로 돌아서면 숲길에 맞닿은 송파글마루도서관이 보인다. 지상 2·3층, 하늘정원에서는 어디까지가 도서관이고, 어디까지가 숲길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자연과 경계가 모호하듯 책과 사람이 하나 되는 이곳은 서울시 최대 인구인 송파구민의 86%에 달하는 58만 명이 매년 이용하고, 95% 이용자 만족도를 자랑하는 ‘송파구민이 사랑하는 도서관’이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친화하며 공생할 수 있도록 건축물의 입지, 자재 선정과 시공, 폐기 등 친환경 요소를 활용해 지어진 도서관은 2013년 개관 당시 ‘녹색 건축물 그린 1등급’ 인증을 받았다. 옥상 하늘정원의 지붕과 주변은 푸릇한 식물로 이어지고, 풍광과 건축물이 조화롭게 하나의 자연으로 재탄생됐다. 실내 공간에만 있는 것보다 실내에 있다가 야외 공간으로 나와 바람도 쐬고 예쁜 정원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은 도서관을 더욱 색다르게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새싹마루자료실(어린이자료실)

들어설 때만 해도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반대한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최고의 ‘도세권’을 자랑한다. 그뿐인가 프로그램이 열리고, 전시가 열리고, 때로는 음악 콘서트가 열린다.

도서관은 모든 연령층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로 변하고 있다. 지상 3층, 지하 1층, 연면적 3696.58㎡ 규모로 10만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을 위한 자료실과 프로그램실, 디지털 아트리움, 숲속극장, 북카페 등으로 맞춤형 시설이 갖춰져 있다. 도서관을 방문하는 일상을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느끼고 싶다면, 2층 ‘청출어람’이라는 공간을 들러보길 바란다. 한쪽 벽면은 웹툰 작가 하엔의 <어른이 되지 않기로 했다>의 명장면으로 꾸며져 있다. 벽면에 쓰인 ‘언제 나를 이해해준 적 있어? 시간이 정말로 멈췄으면 좋겠다’라는 문구는 외롭고 지쳤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다독여준다. 맞은편은 청소년 도서와 잡지로 가득 차 있으며, 웹툰 작업 태블릿과 3D 프린터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다.

도서관을 찾은 가족

지하 1층 숲속극장에는 관객과 한 뼘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반원형 무대와 동화에서 나올 법한 파란 피아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5월 가정의 달에는 수학교육 전문가인 류승재 작가와의 만남, 코코 보라와 함께하는 과학콘서트 등이 숲속극장에서 운영됐다. 또한 3층 하늘정원에는 책과 피크닉 세트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북크닉’이 5월부터 10월까지 운영된다.

여가와 휴식이 중요한 만큼 누구나 놀러와서 여유롭게 책도 읽고 즐기면 된다. 이처럼 공간을 이해하고 공간에 몰입할 때 우리는 많은 걸 느끼고 경험한다. 익숙하지 않던 생소함은 친밀함이 되어 다시 한 번 자연과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일상에 애착이 녹아들 때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문별주 송파글마루도서관 사서

사진 송파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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