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110m 짧은 모노레일에 주민 만족도 ‘최고’

핫플레이스 된 중구 동화동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

등록 : 2024-06-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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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넉 달 만에 이용자 부쩍 늘어

급경사 돌계단으로 이용 어려웠던

노약자, 유모차도 편하게 오르내려

이웃 성동구 주민도 “잘 만들었네”

7일 중구 동화동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 승강장에서 주민들이 모노레일에 탑승하고 있다.

7일 오후 중구 동화동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 출발 승강장 앞에서 주민들이 대현산배수지공원까지 올라가는 모노레일을기다렸다. 잠시 후 도착한 모노레일에 탑승한 뒤 한 주민이 목적지인 대현산배수지공원 버튼을 누르자 문이 닫혔다. 이어 “출발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모노레일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27도를 넘는 날씨인데도 모노레일 안은 에어컨 바람이 나와 무척 시원하고 쾌적했다.

“아주 편해요. 이것 없었을 때는 걸어서 다녔는데, 비할 바가 아니죠. 무척 편하게 올라가요.” 중구 신당동에 사는 허재(77)씨는 “대현산배수지공원에 매일 운동하러 가는데, 모노레일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돌계단을 이용해 오르내려 불편했다”며 “거리는 짧지만, 만든 것 중에 제일 잘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중구가 지난 2월15일 개통해 운행 넉 달째 접어든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이 ‘핫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6일까지 누적 이용자가 6만2천여 명이나 될 정도로 이용자도 부쩍 늘었다. 개통 이후부터 4월11일까지 하루 평균 이용자는 581명으로 60대 이상이 56%, 50대가 14%, 10~40대가 30%를 차지한다. 평일보다는 주말 이용자가 더 많다.


서울에서 이동수단으로 모노레일이 도입된 것은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이 처음이다. 2010년부터 중구 지역 주민들이 대현산배수지공원 접근로 개선을 요구해온 이후 14년 만에 만들어졌다. 중구 쪽 주민이 대현산배수지공원을 이용하려면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노인이나 장애인,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가는 부모들에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다른 길이 있지만 멀리 돌아가야 해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역시 경사가 만만찮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그동안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다가 서울시 공모사업인 ‘구릉지 이동 편의 개선사업’에 동화동 주민들이 응모해 2020년 4월 선정됐다.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 승강장은 총 3곳으로 ‘시점 승강장’을 출발해 신당현대아파트 중간쯤에 있는 8동 옆 ‘신당현대아파트’를 거쳐 ‘대현산배수지공원’까지 간다. 모노레일 객차는 15인승 자동무인운전형으로 휠체어나 유모차도 탑승할 수 있다. 110m구간을 초속 1m로 하루 100여 차례 운행하는데 왕복 6~7분 정도 걸린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했는데 주민들 요구로 이달 3일부터 8월31일까지 저녁 8시까지 연장 운행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은 안전점검을 위해 운행하지 않는다.

중구 주민뿐만 아니라 이웃한 성동구 주민도 모노레일을 많이 이용한다. “중구에서대현산배수지공원에 올라가려면 아주 힘들어. 저쪽(성동구)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약간 덜 힘들어. 이게 생기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도 좋아.”

성동구 행당동에 사는 양용주(74)씨는 중구 신당동 쪽에 일이 있어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모노레일이 생기기 전에는 걸어 다녔는데 경사가 가팔라서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양씨는 “이쪽(중구)에 일이 있으면 왔다가 일 보고 돌아가는 길에 공원에서 운동하고 집에 갈 수 있어 무척 좋다”며 “한마디로 장점 99%, 단점 1%”라고 했다.

고령자뿐만 아니라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엄마들도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너무 잘 이용하고 있어요. 금호동에 살지만 신당동에 있는 유기농 식품점에 자주 가죠. 모노레일이 생긴 뒤로는 무척 빠르고 편하게 다니고 있어요.”

대현산배수지공원에서 신당현대아파트 쪽으로 모노레일이 내려오고 있다.

성동구 금호동에 사는 김지현(37)씨는 17개월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신당동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김씨는 “멀리 돌아서 다니는 길이 있긴 하지만, 그길도 경사가 만만찮은데다 시간이 많이 걸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느라 무척 힘들었다” 고 했다.

대현산배수지공원은 행정구역이 중구와 성동구로 나뉘어 있는데 주위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여럿 있다. 잔디광장, 조깅트랙, 게이트볼장 등 다양한 운동시설과 편의시설이 있어 양쪽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 김씨는 “공원으로 생활권이 묶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모노레일이 생긴 뒤로 중구 쪽에서 유모차 끌고 올라오는 엄마들도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우리같이 다리 아픈 사람은 여기 살아도 1년에 한 번 올라갈까 말까 해. 그런데 이것 생기고 난 뒤로 자주 올라가. 공원에서 걷다가 자리잡고 앉아 조금 졸다 내려오는 거지.”

중구 동화동 신당현대아파트에 사는 이태희(75)씨는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모노레일을 탔다. 무릎이 불편해 지팡이를 항상 들고 다닌다고 했다. 이씨는 “이것 만드느라 공사한다고 1년 넘게 시끄러웠는데, 그래도 만들고 나니 무척 좋다”고 했다.

이씨는 대현산배수지공원에 간다면서도 올라가는 모노레일을 타지 않고 내려오는 모노레일을 탔다. “혹시 모노레일이 올라갈 때 탑승 못할까봐 걱정돼서 미리 내려올 때 타서 다시 올라가.” 중간에 있는 신당현대아파트 승강장에서 대현산배수지공원까지 가려고 탑승 버튼을 눌러도 모노레일이 서지 않고 그냥 올라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27일 일본에서 기술자를 불러 수리를 마쳤다. 김은진 중구 도로시설과 도로계획팀 주무관은 “프로그램을 수정해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며 “이제 속도와 소음, 안전 등 전반적인 문제를 점검해 마음 놓고 이용해도 된다”고 했다.

“어르신들, 어린이들, 장애인들 모두 좋아해요. 우리도 하는 일이 재밌고 뿌듯하죠.” 동화동에 사는 김준만(63)씨는 3월15일부터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 안전요원으로 근무한다. 김씨는 “이전에는 어르신들이 힘들어서 대현산배수지공원에 못 올라가고 그냥 동네 공원에서 쉬다가 갔는데 이제는 대현산배수지공원에 올라가서 김밥도 먹고 잡담도 하며 놀다 가는 걸 보면 마음이 흐뭇해진다”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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