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사성어

합종은 과연 성사될까

합종연횡(合從連衡) 합할 합, 좇을 종, 이을 련, 가로 횡

등록 : 2017-04-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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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합치고(합종) 가로로 연결한다(연횡)’는 말이다. 상반된 전략이나 외교술을 뜻한다. 세상사에는 사람들이 목적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일(이합집산)이 다반사다. 특히 정권 쟁탈을 벌이는 정치판에서는 그 양상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이어 여러 정당들의 대선후보 선출이 끝나면 곧바로 합종연횡(合從連衡)의 계절이 열릴 것이다. 자주 쓰이는 고사성어인 만큼 역사적 배경을 알아두면 여러모로 유익하다.

때는 바야흐로 중국 전국 시대 말, 천하는 1강 6약으로 기울고 있었다.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진나라가 1강을 이룬 가운데, 6국(초, 제, 연, 한, 위, 조)은 진나라에 먹히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 무렵 귀곡 선생 문하에 뛰어난 두 제자가 있었다. 소진(蘇秦)과 장의(張儀)이다.

먼저 세상에 나온 소진은 진나라로부터 출사를 거절당하자, 나머지 여섯 나라를 돌아다니며 진나라에 대항하는 전략을 설파했다. 소진은 초강대국 진나라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해 진나라에 대항하여 6국을 동맹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합종책이다. 소진은 여섯 나라의 총괄재상이 되어 반진 연합전선을 이끌었다. 그로부터 15년 남짓 진나라는 동쪽으로 진출하지 못했다.

이미 출세한 소진과 한 배를 탈 수 없게 된 장의는 고립된 진나라를 찾아가 합종책을 깰 비책을 제안한다. 장의는 6국 동맹이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맺어진 것이어서 본질적으로 결속력과 상호 신뢰가 약하리란 점을 노렸다. 진나라가 장의의 전략에 따라 여섯 나라와 각자 동맹을 추진하자 합종책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연횡책이다. 당시 전국 7웅은 이런 합종과 연횡을 반복하며 서로를 견제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강력한 국력과 진시황이라는 탁월한 리더십을 겸비한 진나라가 천하 통일을 이룩했다.

이후 합종은 강자에게 대항하기 위한 약자 연합을 뜻하고, 연횡은 강자가 약자를 포섭하여 패권을 지키려는(또는 약자가 강자에게 빌붙어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을 의미하게 되었다.

문재인 후보가 1강을 구축한 가운데 여야의 여러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각 당 후보들이 확정되었으니 본격적인 합종연횡의 판이 열릴 것이다. 합종이 이뤄진다면 ‘소진’은 누구일까? 문 후보는 합종을 무력화시킬 연횡의 비책을 가지고 있을까?

이인우 <서울&> 콘텐츠 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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