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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드리블’ 하는 홈리스에게 응원을!”

‘서울 2024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 안병훈 사무국장

등록 : 2024-07-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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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개최, 49개국 64개팀 출전

9월21~28일, 한양대 대운동장서 겨뤄

풋살 형식, 승패 그 이상의 감동 선사

“운영비 턱없이 부족, 관심·후원 절실”

‘서울 2024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 안병훈 사무국장이 지난 2일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빅이슈코리아 사무실 입구 벽에 붙은 대회 엠블럼을 보여주고 있다. 대회는 9월21~28일 8일 동안 한양대 대운동장에서 열린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의 공을 패스해달라.”

손흥민 선수가 지난달 말 ‘패스포홈(passforhome) 챌린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에서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오는 9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홈리스 월드컵 알리기에 손흥민을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이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손흥민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근호 ‘서울 2024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장으로부터 지목받아 챌린지에 나섰다.

지난 2일 대회 조직위원회 안병훈(42) 사무국장을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 있는 빅이슈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 사무국장은 빅이슈코리아의 상임이사이기도 하다. 빅이슈코리아는 2010년부터 홈리스의 경제적, 사회적 자립을 위한 잡지 <빅이슈>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그는 “<빅이슈> 판매원들로 이뤄진 한국팀이 2010년 홈리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뒤 쭉 서울 대회 유치를 꿈꿔왔다”며 “대회를 통한 홈리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참가자들의 삶의 변화 효과가 커 서울에서도 꼭 한번 개최하고 싶었다”고 했다.


홈리스 월드컵은 홈리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주거권 사각지대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해 2003년부터 거의 해마다 열린 국제대회다. 영국 홈리스월드컵재단이 74개국 파트너와 함께한다. 참가 대상은 거리나 시설에 있는 노숙인만이 아니라, 불안정한 주거 상황에 부닥쳤거나 차별로 고립 상황에 놓여 있는 16살 이상의 여러 소외계층이다.

경기는 4 대 4의 풋살 형식으로 14분간 진행(전후반 7분씩)한다. 경기장엔 골키퍼를 포함한 4명의 선수가 뛴다. 교체선수는 최대 4명으로 구성한다. 여느 대회와 달리 모든 선수가 고르게 뛸 수 있도록 하며, 모든 팀이 대회 마지막 날까지 치르는 경기 수가 똑같다. 마지막엔 모두가 끌어안고 격려하며 서로의 일상을 지지하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안 사무국장은 “흔히 홈리스라고 하면 게으르고 의지가 부족한 것을 떠올리는데 대회장에서 다른 모습들을 만난다”며 “관중에게 큰 울림을 줘, 이들의 ‘희망 드리블’을 응원해주는 분이 많아질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팀 선수는 이달 중순에 최종 선발한다. 30여 명이 신청했고, 이들은 인터뷰와 테스트를 거친다. 10~20대 청소년, 청년이 대부분으로 보육원·쉼터 등에서 사는 청소년, 자립준비청년, 난민, 이주노동자 등 다양하다. 안 사무국장은 “출전 기회가 한 번만 주어지기에 가능하면 젊은층에 기회를 더 많이 주려 한다”며 “훈련하면서 몸이 건강해지고, 목표 의식도 생기고, 환대와 지지를 받는 경험으로 삶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10여 년 만에 서울 대회 유치 소원을 이뤘지만, 부족한 준비 시간과 재원으로 압박감을 느낄 정도로 고민이 많다. 2~3년 준비하는 여느 대회 때와는 달리 이번 서울 대회는 준비 기간이 9개월 남짓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올해 개최지가 지난해 12월에야 정해졌다.

큰 부담을 안고도 그가 유치를 과감하게 추진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팀 첫 참가 대회 실화를 다룬 영화 <드림>이 지난해 개봉돼 홈리스 월드컵에 대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생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안 사무국장은 “주거권 사각지대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노숙인복지법’ 개정으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의 지원으로 법무법인 더함, 동천의 변호사 등과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라 노숙인복지법 정책지원 대상 범위를 넓히고, 지원의 강제성을 부여하는 법 개정이 꼭 추진되길 기대한다.

대회는 9월21~28일 8일 동안 성동구 한양대 대운동장에서 열린다. 49개국 64개 팀, 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코치와 매니저 등을 포함하면 720여 명에 이른다. 예상 관중은 6만 명 정도다. 무료 관람으로 많은 사람이 경기를 보고 응원하는 것 역시 홈리스 월드컵의 취지다. 그는 “추석 직후 사회적 가족이 부족해 고립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축제에 시민들이 함께해 따뜻한 마음을 나눠줬으면 한다”며 “느슨한 관계라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이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팀 가이드, 응원단 등 300여 명의 자원봉사자는 한양대 사회봉사단,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등에서 모으고 있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 회원들이 대회를 후원하고 봉사도 한다. 아무래도 가장 어려운 점은 운영비 마련이다. 현재 필요 재원의 10% 정도를 확보했다. 유치 과정에 함께한 대한축구협회 축구사랑나눔재단, 한양대, 임팩트얼라언스 등이 기본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데 더 많은 기업, 기관의 후원이 필요하다.

안 사무국장은 “패스포홈 챌린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현재 유명 인사로 진행하고 있는데, 향후 일반 시민 참여와 기부로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했다. 카카오같이가치와 해피빈에서 모금도 시작했다. 그는 “대중의 관심과 더불어 시민의 힘으로 성공적인 대회를 열고 싶다”고 바람을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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