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강서구는 지난 4월 다양한 재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마곡안전체험관을 개관했다. 참가자들이 9일 교통안전체험실에서 실물 형태의 버스를 타고 버스 사고 체험을 하고 있다. 버스 밖으로 강서구 도로를 삼차원(3D) 영상으로 재현한 모습이 보인다.
4개 체험존, 12개 프로그램 운영…가상 체험과 함께 4D 영상도 관람
초속 17m 강풍에 어른·아이 기진맥진
물 찬 지하문 여는 체험에 ‘혀 내둘러’
“자주 다녀서 몸에 배야 재난에 대처”
유조차와 충돌해 버스에 갖힌 승객들이 망치로 창문을 깨고 탈출하고 있다.
아이들이 수업하는 교실 바닥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아이들이 “지진이야~”라고 외치며 급히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흔들리는 강도가 점점 더 세져 교실 바닥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잠시 뒤 흔들림이 멈추자 아이들이 재빨리 일어서 교실 밖으로 대피했다. 1분도 채 걸리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다. 교실 밖을 나온 아이들은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거리를 지나는 체험을 했다. 흔들리는 마트, 금이 간 건물, 떨어질 것 같은 물건 등으로 지진 피해를 실감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지진 체험은 접하기가 어려운데 실제 지진이 난 것처럼 체험할 수 있어서 특별한 것 같아요. 불이 난 거리를 탈출하는 것도 기억에 남죠.” 자녀·조카 5명과 함께 온 장아리(39)씨는 “평소 안전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게 어느 정도인지 잘 와닿지 않았다”며 “이쪽에 안전체험관이 생겼다길래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큰 도움이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지진 체험은 접하기가 어려운데 실제 지진이 난 것처럼 체험할 수 있어서 특별한 것 같아요. 불이 난 거리를 탈출하는 것도 기억에 남죠.” 자녀·조카 5명과 함께 온 장아리(39)씨는 “평소 안전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게 어느 정도인지 잘 와닿지 않았다”며 “이쪽에 안전체험관이 생겼다길래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큰 도움이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초등학생들이 자연재난안전체험실에서 지진으로 갑자기 교실 바닥이 흔들리자 급히 책상 밑으로 대피했다.
장씨의 딸 노수아(10)양은 “학교에서 하는 것과 달리 실제 상황처럼 돼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진짜 흔들리는 게 무척 신기하고 실감 나게 잘돼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장씨의 조카 쉬시아(10)양은 “지난해 상하이에서 진짜 지진과 태풍을 느낀 적이 있었다”며 “그때는 깜짝 놀랐지만 이번 여행에서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탈출하고 대피해야 하는지 많이 배워 좋았다”고 했다.
강서구 내발산동에 있는 마곡안전체험관을 찾은 시민들이 9일 다양한 안전 체험을 했다. 중·고등학교에서 단체로 온 학생도 있었고 부모와 함께 온 초등학생도 많았다. 재난안전체험존에서는 지진, 풍수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처 요령을 차례로 배우고 재난 환경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에서 가상 체험을 했다.
지진 체험을 한 참가자들이 이번에는 태풍 체험과 집중호우로 침수돼 문이 열리지 않는 상황을 체험했다. 태풍은 북태평양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으로, 초속 17m 이상 강풍이 분다. 우리나라에는 7월부터 9월 사이 크고 작은 피해를 준다. 참가자들은 태풍 체험실에서 초속 18m가 넘는 강풍을 체험했다. 강한 바람을 맞으며 날려가지 않도록 안전봉을 꼭 붙잡고 앞사람을 따라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태풍의 위력을 체험한 참가자들이 이번에는 ‘물의 힘’을 체험했다. 특히 지하실 같은 곳이 집중호우로 침수되면 문을 열고 나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했다. “지하 주차장이나 반지하 거주지 등에 물이 차는 것을 우습게 보고 머뭇거리면 안 돼요. 빨리 대피해야 합니다. 물 높이가 어른 무릎 정도 차오르면 문을 열기 어려워집니다. 30㎝ 정도 차면 성인이지만 힘이 약할 경우 문을 열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조현주 재난안전체험존 강사가 “오늘 체험은 어른 무릎 정도 물이 차올랐을 때를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차례로 힘껏 문을 열어봤지만 요지부동이다. “안 열려요. 꿈쩍도 안 해요.” 아이들에 이어 어른들이 나서 힘껏 밀어도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움직이질 않네요. 큰 돌이 막고 있는 것 같아요.” 한 주민은 자리에 앉으며 “이 정도로 단단할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참가자들이 지진으로 금이 가고 무너진 건물 사이를 지나 임시대피소로 대피하고 있다. 대피하는 도중에도 여진으로 마트 내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재난안전 마지막 체험실에서 화재안전 체험을 했다.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에도 지진처럼 ‘불이야’ 소리치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그런 뒤 계단 등을 통해 신속하게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야 합니다. 이때 유독가스, 뜨거운 공기를 흡입하지 않도록 수건을 물에 적셔 여러 번 접어서 입과 코를 보호합니다.” 집이나 사무실 안에 불이 났을 경우 불이 어른 허리 높이보다 낮으면 소화기로 끄면 된다. 하지만 다급한 나머지 소화기 안전핀을 뽑으려고 해도 잘 뽑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조 강사는 “소화기 손잡이를 세게 잡고 있으면 안전핀이 잘 안 뽑힌다”며 “그럴 땐 침착하게 소화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안전핀을 뽑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불이 난 건물에서 탈출할 때 사용하는 완강기 사용 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완강기는 건물 위층에서 내려올 때 사용하는데, 문이나 계단 등을 이용해 탈출할 수 없는 고립된 상황에서 사용한다. 속도조절기의 후크를 지지대 고리에 걸고 나사를 조여 빠지지 않게 고정한다. 가슴벨트를 겨드랑이 밑에 걸고 알맞게 조인다. 줄이 감겨 있는 릴을 창밖으로 던지고, 지지대 고리를 창밖으로 위치시킨다. 두 손으로 조절기 바로 밑 로프를 잡고 다리를 창밖으로 내밀어 밖으로 나가면 된다. 김포에서 온 김은솔(35)씨는 “완강기를 볼 기회도 적고 사용한 적도 없었는데 오늘 설명을 잘 들어 큰 도움이 됐다”며 “오늘 올까 말까 고민했는데 오기를 잘했다”고 했다.
초등학생들이 집중호우로 침수된 지하실 문을 열고 나가는 체험을 하고 있다. 어른 무릎 정도만 물이 차도 문을 열기 어렵다.
이어서 참가자들의 화재 진압 체험이 이어졌다. 불이 난 영상 화면을 보면서 “불이야”를 외친 뒤 소화기 안전핀을 뽑아서 화면 영상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소화기 분말 나오는 소리와 함께 영상에 있는 불이 점점 작아지면서 꺼졌다. 조 강사는 “재난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우왕좌왕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가족들이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나중에 어떻게 만날지 미리 계획을 세워놓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교통안전체험존은 보행안전, 교통안전(버스), 지하철안전 체험을 하는 곳이다. 버스체험실에서는 버스 모양을 재현한 실물 버스를 타고 삼차원(3D) 거리 영상이 만들어낸 가상의 강서구 거리를 달리며 체험한다. 실제 모습과 흡사해 몰입도가 상당히 높다. 허용하 마곡안전체험관 관장은 “교통안전체험존 버스 체험은 실제처럼 교통사고, 탈출과 대피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설로 전국에서 최초로 만들었다”며 “강서구에 있는 도로를 모델링해 만든 삼차원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가 자연재난안전체험실에서 완강기 벨트 착용법을 배우고 있다.
체험 참가자들이 버스에 탑승하자 버스가 강서구 거리를 평온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못 가 버스가 급정거했다. 버스 앞으로 전동킥보드가 무단횡단을 한 것이다. 버스가 급정거하자 의자가 움직이면서 몸이 앞으로 쏠렸다. 급정거한 버스의 충격이 그대로 승객에게 전달됐다. 버스가 급정거하지 않았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버스 앞으로 갑자기 공이 튀어 나왔다. 이어 공을 잡으러 한 아이가 차도로 뛰어들었다. 버스가 다시 급정거하자 이번에는 더 크게 의자가 움직이면서 몸이 앞뒤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대형 유조차(탱크로리)가 차선을 넘어 버스 옆으로 달려들었다. 버스와 유조차가 충돌을 피하지 못하고 그만 대형 사고가 났다. 의자는 앞으로 튕겨 나갔다가 뒤쪽으로 젖혀지며,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큰 충격이 전달됐다. 승객들이 비상 탈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버스에 붙어 있는 망치를 찾아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다.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김미숙 교통안전체험존 강사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보행자와 운전기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하철에서 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도 있다. 지하철안전체험실에 있는 지하철 객차 뒤쪽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불이야”를 외친 뒤 신속하게 비상 신고를 한 뒤 열차 문을 열고 탈출해야 한다. 비상상황에서 열차 문을 여는 방법은 간단하다. 문 옆 의자 밑에 있는 레버를 돌린 뒤 문을 두 손으로 옆으로 밀면 된다. 선로로 뛰어내려 비상탈출구로 대피해야 한다. 보행안전체험실에서는 도로 위에서 지켜야 할 내용을 어린이 보호구역과 똑같은 모습으로 구현한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다.
지하철안전체험실에서 한 참가자가 불이 난 지하철 문을 열고 탈출하기 위해 비상 레버를 젖히고 있다.
“이곳 체험관이 생겨 아이들에게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어 좋고 어른들도 다 아는 것 같지만 새롭게 느끼는 점이 있어 너무 좋아요.” 아들과 함께 온 서수민(41)씨는 “아이에게 항상 안전하게 다니라고 주의를 주는데, 이곳에서 체험하면 내 얘기를 잔소리로 듣지 않고 잘 받아들일 것 같아서 왔다”며 “오늘 4곳을 체험했는데, 무척 유익하고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서씨의 아들 이시우(6)군은 “버스에서 탈출하는 게 무척 재밌고, 앞으로 버스에서 사고 나면 안 되니까 안전하게 다니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4월 개관한 마곡안전체험관은 연면적 3825㎡에 지상 3층 규모다. 교통안전, 학생안전, 재난안전, 보건안전 등 4개 체험존과 4차원(4D) 영상관, 기획전시실, 오리엔테이션실 등을 갖췄다. 상황과 대상자별 12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국에 있는 대부분 재난안전 체험관은 소방방재청에서 운영하지만, 마곡안전체험관은 유일하게 자치구에서 운영한다. 특히 국내 최초로 저류조 위에 만든 문화시설이다. 허 관장은 “서울시에 저류조가 50곳 정도 있는데, 녹지 공간이나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정도”라며 “저류조 부지 위에 문화시설을 지어 활용하면 부족한 부지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들이 풍수해안전체험실에서 태풍을 가상한 거센 바람을 맞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안전체험관에 한 번 들렀다고 해서 내 생명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주 와서 체험할수록 어떤 재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생존 확률이 높아집니다.” 허 관장은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안전체험관에도 자주 가서 재난 사고에 대한 대비책을 체득하는 게 좋다”며 “평소 재난 대처 요령을 몸에 익혀야 다양한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귀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