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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도 잘 살펴주는 사회 만들어야죠”

관악구 ‘안녕 살피미’ 추진한 김미경 희망복지팀장

등록 : 2024-07-18 13:56 수정 : 2024-07-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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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관악구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장이 12일 구청 청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 팀장이 맡아 추진한 ‘안녕 살피미’가 올해 상반기 관악구 적극행정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상반기 적극행정 최우수 사례 선정

50~60대 1인 위기 가구 발굴 초점

일자리 창출 일조, 지속성 확보 과제

“중장년층 갈 만한 곳 동네에 만들어야”


“열심히 일한 성과가 나타나 무척 기쁘죠.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50~60대 중장년층이 소외받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를 ‘안녕 살피미’로 풀어낸 겁니다.”

김미경 관악구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장이 추진한 ‘안녕 살피미’가 올해 상반기 관악구 적극행정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구는 사회적 고립가구를 직접 방문해 복지 접근성이 대폭 향상됐고, 지난해 사업 만족도 조사 결과 주민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관련 기관이나 부서와 적극 협업해 ‘안녕 살피미’를 확대하고 연속성을 만든 것도 좋게 평가했다. 안녕 살피미가 지금까지 새로 발굴한 위기가구는 41가구다. 관악구청에서 만난 김 팀장은 12일 “지난해 상반기 부구청장님 주재로 ‘생명사랑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짧은 기간에 많은 논의를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그런 뒷받침이 없었다면 이처럼 큰 사업은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위 도움에 공을 돌렸다.

안녕 살피미는 관악구 50~60대 중장년층 고독사 고위험군 전담 돌봄 인력이다.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부족한 행정 인력을 대신해 여러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취약 가구 전수조사 등 업무를 지원한다. 특히 취약가구를 직접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는 ‘복지 인적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 팀장은 1997년 4월부터 27년 동안 구청과 동주민센터를 오가며 현장과 실무를 익힌 ‘복지 전문’ 공무원이다. 그동안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지난해 초 안녕 살피미를 제안했다. 김 팀장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이후 담당 인력이 늘어났지만, 위기가구 발굴과 지원 업무가 강화되면서 고독사 예방 현장 업무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현장 대응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느껴, 좀 더 인력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고독사는 고령층보다는 1인 중장년층 가구에서 많이 발생하는 추세지만, 중장년층을 위한 복지 지원은 미흡한 상황이다. 기존 안부 확인 사업 등은 70대와 80대 이상 고령층을 주요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어, 사회적 요구에 맞춰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절실했다. “50대와 60대 남성 1인 가구는 고독사 고위험군인데도 자존심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그동안 대부분 정책이 7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돼 있어, 중장년층은 지원이 필요한데도 소외받아왔죠.” 김 팀장은 “실직과 이혼 등으로 가족 해체를 비롯해 당뇨, 정신질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겪는 사회적 고립 중장년층에 대한 집중 예방사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녕 살피미는 이처럼 자신의 처지를 외부에 알리기 꺼리는, 스스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이웃의 안부를 묻고 따뜻함을 전한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상담이나 복지 수혜에 대한 거부감을 느슨하게 만듭니다. 그런 다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지속적인 안부 확인을 합니다.” 김 팀장은 “이분들은 노동능력도 있어, 복지 혜택을 받으면 혹시 덧씌워질지도 모르는 ‘낙인효과’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선뜻 나서서 국가, 시나 구의 복지 혜택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안녕 살피미는 지난해 8개 동에서 전담돌봄 인력 11명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해, 올해 상반기 21개 모든 동으로 확대하면서 인력도 21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모든 동으로 확대 운영하다보니 오히려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시범 운영할 때는 1개 동에 2명씩 맡아 하기도 했는데, 모든 동으로 확대하면서 1명이 1개 동을 맡아야 해서 어려움이 많죠.” 관악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전담 돌봄 인력을 2인1조 42명으로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

안녕 살피미 전담 돌봄 인력은 65살 이하로 50대 근무자가 많다. 김 팀장은 “대부분 부모를 모시거나 자녀를 양육한 경험이 있어 인간관계와 문제 해결에 대한 기본이 돼 있다”며 “중장년층 1인 위기 가구를 상담하거나 복지 혜택을 찾아주는 데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고령자층은 복지관이나 노인정에 가고 청년들은 청년청 등 갈 곳이 많아요. 하지만 중장년층이 갈 만한 곳은 많이 없습니다.” 김 팀장은 “중장년 위기 가구가 지역 사회에 흡수돼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경제적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그런 공간을 동네 곳곳에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안부 확인도 하며 동호회도 만들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형식적인 사업이 아니라 복지 안전망도 확대하면서 일자리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으로 확장해가고 싶습니다. 지속적으로 동력을 잃지 않고 잘 안착하는 게 앞으로 과제죠.” 안녕 살피미 인건비는 서울시 공공근로 일자리사업을 활용하고 있다. 김 팀장은 “전문 인력 확보도, 사업비 마련도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관련 부서, 서울시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해가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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