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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다. 정권이 걸린 캠페인이니 각 후보와 정당으로선 갖고 있는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승부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의 하나가 건곤일척(乾坤一擲)이다.
건곤일척은 “하늘과 땅을 걸고 주사위를 한 번 던지는 것으로 천하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말이다. 유래는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대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의 대결을 건곤일척으로 처음 묘사한 사람은 당나라 때의 문장가이자 시인으로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이다. 한유는 홍구라는 운하를 지나면서 지은 시 ‘과홍구’(過鴻溝)에서 이렇게 읊는다.
용도 지치고 범도 피곤하여 강과 들을 나누니(龍疲虎困割川原)/억만창생의 목숨이 보전되었건만(億萬蒼生性命存)/그 누가 왕의 말머리를 돌리게 하여(誰勸君王回馬首)/단 한 번의 싸움에 천하를 걸게 만들었는가(眞成一擲賭乾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일척도건곤’에서 건곤일척의 성어가 비롯되었다.
홍구는 전국시대 위나라가 만든 운하이다. 위나라는 이 운하를 이용해 수공을 펼치며 쳐들어온 진나라에 멸망당했다. 세월이 흘러 한초대전에서는 항우와 유방이 홍구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장기간의 전쟁에 피곤을 느낀 항우는 마침내 홍구를 경계로 유방과 천하를 양분하고 고향 초나라로 돌아가 쉬려 했다. 그러나 유방 진영은 이를 역전의 기회로 삼았다. 유방의 책사 장량과 진평은 항우의 뜻에 따라 철군하려는 유방을 붙잡고 ‘양호유환’(養虎遺患·호랑이를 키워 후환을 남기는 꼴)이라며, 항우의 배후를 칠 것을 주장한다. 결국 유방은 말머리를 돌려 항우를 팽성에 몰아넣고 병사들에게 사면초가(四面楚歌)를 부르게 했다. 마지막 단 한 번의 전투에서 패한 항우는 자결하고 유방은 천하를 독차지했다. 그러나 한유의 시는 백성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하 쟁패에만 골몰한 전쟁꾼들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
5·9 대선이 건곤일척의 승부라면 과연 누구를 위한 승부일까? 승부는 대체로 ‘문안대전’으로 압축되고 있는 듯하지만, 두 사람 중 누가 되어도 진정한 승자로 자처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느 일방의 승리만으로는 천하를 안정시킬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록 싸울 때는 건곤일척의 양상이더라도 싸움이 끝나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 지혜로운 정치다. 국민을 분열 속에 방치하는 한 정권의 주인이 정해진들 천하대란의 고통은 계속될 뿐이다.
이인우 <서울&> 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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