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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생태계 3~4년 안에 2배로 키우겠다”

6월 오픈 서울창업허브 위탁 운영 주형철 서울산업진흥원 대표

등록 : 2017-04-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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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철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가 서울 상암동 사옥 쉼터의 둥근 소파에 앉아 서울창업허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오늘 6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서울창업허브’라는 기관이 문을 연다. 이름 그대로 창업의 ‘허브’(hub중심)를 지향하는 서울시 산하기관이다. 옛 산업인력공단 건물 2개 동을 리모델링해 연면적 2만3659㎡(7156평)의 큰 공간을 갖췄다. 단일 창업보육기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창업’이 화두인 시대이긴 한데, 서울창업허브는 뭘 하는 곳일까? 또 어떤 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서울시로부터 이곳의 운영을 위탁받은 서울산업진흥원의 주형철(52) 대표이사는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모든 기회를 만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서울창업허브의 역할은?

“그동안 공적 영역에서 창업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법은 자금 지원이든, 액셀러레이팅이나 인큐베이팅이든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창업 생태계에는 기업뿐 아니라 벤처캐피털, 엔젤(개인 투자자), 대학 보육기관 등 다양한 존재들이 있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창업이 성공하려면 생태계 전체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창업 생태계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연결하는 것, 즉 네트워킹이 핵심이다. 서울의 모든 창업기업, 창업 플레이어, 외국의 플레이어들을 모두 파악해 연결하려 한다.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를 연구해 생태계 지원 정책도 개발할 예정이다.

물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직접 지원도 한다. 여기에 더해 민간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경제 영역의 소셜 벤처, 한번 실패해 신용도가 낮아 투자를 받지 못하는 재기 창업 등에 대한 지원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돼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상한 ‘창업특별시’가 가능해진다.”

유사한 성격의 기관이 외국에 있나?

“부분적으로 비슷한 곳은 있다. 세계 최대의 기술기업 데이터베이스(디비) 플랫폼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는 50만개 이상의 스타트업 디비를 갖추고 투자자와 연결한다. 네덜란드 정부의 ‘스타트업델타’(StartupDelta)는 국내외 네트워킹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네덜란드 각 지역에 있는 13개의 스타트업 허브를 연결해주는 것은 물론 외국과도 제휴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창업 생태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책을 개발한다. 서울창업허브는 이런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며, 그런 측면에서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도 20개가 넘는 창업센터, 창업 카페, 시제품 제작소를 보유하고 있지 않나?


“서울창업허브의 네트워킹 대상에 포함된다. 그곳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연계하고, 센터나 카페에서 지원이 끊긴 스타트업의 어려움도 메울 계획이다.”

5월10일까지 서울창업허브에 입주할 스타트업 148개를 모집한다고 들었다.

“유니콘 기업(획기적인 사업 모델로 단기간에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 비상장 스타트업)·스타 기업을 꿈꾸는 이들을 환영한다. 기술·지식 분야 업종을 대상으로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기업’ 100곳, 창업 3년 미만의 ‘초기 창업기업’ 30곳, 창업 3년 이상의 ‘창업 후 성장기업’ 18곳을 선발해, 그 단계에 맞는 보육 지원을 할 계획이다. 창업한 지 3~7년인 ‘창업 후 성장기업’이라면 사무공간과 함께 연간 최대 5000만원의 지원금을 최장 2년까지 받을 수 있다. 유망 기업은 외국 현지 보육도 진행한다.”

유니콘 기업은 모든 창업인들의 꿈이다. 서울창업허브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겠나?

“현재 서울에서만 한 해에 5000개의 기술형·기회형 창업기업이 생겨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의 디지털 역량은, 잘 활용만 한다면 미국·독일·일본과 같은 선두 그룹에 속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개별 기업이 어려움을 해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얻을 수 있는 연결(네트워킹)이다. 이 연결을 통해 창업 생태계를 3~4년 안에 2배 이상으로 키우는 게 1차 목표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유니콘 기업이 많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왜 창업이 필요한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경제발전의 핵심이 혁신인데,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이다. 둘째,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꿔 건강한 경제구조로 바꾸는 데 기여한다. 아울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거다. 창업은 좋은 일자리 창출의 엔진이다.”

창업하는 이들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대학생은 되도록 창업하지 말라.(웃음) 충분히 준비돼 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실패에서도 배운다지만 경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서 창업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공의 핵심은 아이디어보다 창업팀의 리더십과 팀워크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흔히 돈(자금)이나 아이디어를 강조하기 쉬운데 리더십이 중요하다.”

산업진흥원이 하는 일도 소개해 달라.

“좋은 일자리 창출을 핵심 목표로 창업, 유통, 교육, 일자리, 콘텐츠, 특허, 연구개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기관이다. 지난해 2만4000여개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창업 부분만 얘기하면 서울창업허브 외에 국내 최대 규모의 SBA(서울산업진흥원) 액셀러레이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600여개 창업기업을 보육하고 있다.”

주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SK커뮤니케이션즈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엔에이치엔넥스트(NHNNEXT) 교수를 역임했다. 서울산업진흥원 대표는 2015년에 맡았다. 민간에서 공공 영역으로 옮겨온 셈이다. 주 대표는 “오랫동안 이윤 추구가 목표인 기업에서 일해온 만큼 50대 이후엔 사람과 사회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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