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26년, 시민과 소통을

“서울시의회, 40조 넘는 시예산 심의 제대로 못 해”

➌ 서울시의회가 갈 길 / 김선갑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인터뷰

등록 : 2017-06-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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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은 모든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 메뉴다. 하지만 대부분 이행하지 않은 공약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비서관 인사에서 자치분권 비서관을 신설했고,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

이런 기대감 속에서 지방의회와 관련한 법·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제의 긍정적인 성과가 나오는 가운데 지방의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자는 뜻이다.

지난달 22일 <서울&>은 서울시의회 운영을 총괄하고 의원들의 원활한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김선갑 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광진3·사진)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권력 집중에 따른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열망이 높은 지금이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방자치 발전을 적극 이끌고, 지방의회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며, 시민의 목소리가 시정에 반영되도록 소통하고 신뢰받는 의회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진정한 지방자치는 재원이 있어야 이뤄진다. 지방분권 강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의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할 일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지방 재정은 나날이 열악해지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현재 8 대 2이다.

지방세 수입의 대부분이 재산세인데, 재산세는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다 보니 조세의 안정성과 신장성이 떨어진다. 서울시를 들여다보면 지방세 가운데 시세와 자치구세 비율이 8.7 대 1.3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방의 건전한 재정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회가 역점을 두어야 할 일은?


“올해 서울시와 교육청 재정 규모가 40조원을 넘었다. 국가 예산의 10분의 1에 이른다. 이렇게 방대한 예산안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서울시의회가 책임지고 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예산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다. 의회 전문위원회가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의원들이 스스로 연구해 문제점을 찾아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돕는 정책 보좌관이 있어야 한다. 또 의회 사무기구의 인사권 독립도 필요하다. ”

의회 사무처 직원의 인사권 독립 필요성에 대해 좀 더 설명한다면.

“현재 의회 사무처 소속 공무원의 인사권은 단체장에게 있다. 시의회 의장이 추천권을 갖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서울시장을 감독하고 견제하기 위한 의정활동을 지원해야 할 사무처 직원들이 오히려 인사권자인 시장의 눈치를 보게 된다.

국회처럼 지방의회도 전속 근무하는 인사 직렬을 만들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적은 인원 때문에 인사 적체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지만, 광역이나 전국 단위로 순환 인사 체계를 갖춘다면 이 문제는 풀 수 있다. 감사직으로 통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회가 올 1월부터 의원들의 도덕성과 청렴성에 대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는데.

“지방의회와 의원의 도덕성과 청렴성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시선이 여전히 있다.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반성도 하게 된다. 운영위원장 출마 때 의원 행동강령 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올 1월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이 조례에서 의원들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다짐하고, 부당한 이득을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건전한 지방의회 풍토를 만들어가자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의회에서 발주하는 공사와 물품이나 용역 구매를 투명하게 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시민 행복, 지방자치가 답이다’에 걸맞은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시민들의 크고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시정에 담도록 노력하려 한다. 서울시는 올해 초 민원 전담 관리부서인 ‘시민권익담당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문턱을 낮추고 시민에게 한 걸음 더 먼저 다가가는 의회가 되려는 노력을 이어가겠다. 아울러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서울시의회가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는 정책 보좌관제 도입 등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꼭 필요하다.”

김선갑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약력 △1960년 서울 출생 △16대 국회의원 보좌관 △8대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8대 서울시의회 정책연구위원회 위원장 △9대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 위원장(현)

글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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