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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씨가 경교장 2층의 백범 흉상 옆에 경건한 모습으로 서 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깜짝 놀랐다. 어느 정도 닮은꼴일 거라 짐작했지만, 막상 백범 김구 선생의 흉상 곁에 나란히 서니 “정말 닮았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백범의 증손자인 김용만(32)씨.
사회생활 4년 차의 평범한 청년 직장인인 그가 지난달 ‘감투’를 썼다. 서울시가 2019년 3·1운동 100돌을 위해 벌이는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100주년 기념사업’의 ‘310인 시민위원회’ 단장을 맡은 것이다. 기념사업을 ‘관’이 아니라 ‘민’이 주도하자는 취지인 시민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중구 정동 이화여고기념관에서 첫 모임을 했다. 김 단장을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이자 백범이 서거한 자리인 경교장(새문안로 29번지)에서 지난 13일 만났다.
단장을 맡은 소감은?
“사회 초년생으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큰 부담이었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지만 5월20일 열린 시민위원회에서 같이 활동할 시민위원님들과 인사를 나누며 부담보다 설렘이 커졌다. 시민위원들과 부지런히 소통해 메신저 역할을 하며 두번 오지 않는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100주년을 준비하고 싶다.”
왜 시민위원회가 310명인가?
“3·1운동의 숫자 3과 1을 기념하고,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서울시가 지난 3월에 한달가량 서울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집했다.”
2019년까지 2년가량 활동하게 될 시민위원들은 현재 300명 정도 신청한 상태다. 올해 14살인 대성중 모윤석군이 가장 어리고, 77살 이유관씨가 최연장자다.
시민위원회가 하는 일은? “서울시가 벌이는 독립운동 기념시설 조성, 시민 참여 행사와 교육, 독립유공자 예우 강화 등 3대 분야 17개 사업을 기획부터 실행까지 함께한다. 신규 기념사업 제안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등도 중요한 일이다.” 임시정부기념관 설립, 안국역 테마역사 조성 등의 기념사업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했던 일인데,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무관심해 아쉬움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서울시가 준비 중인 임시정부기념관을 국립 시설로 전환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독립운동을 제대로 조명하고자 한다’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100년 전 대한민국 국체를 민주공화국으로 하려고 하신 선대 어른들의 생각을 이어받아 국민이 주권자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기 바란다’는 말과 함께. 그 약속이 온전히 이행되기를 바란다.” 3·1운동 100년이 대한민국 100년인 이유는 뭔가? “1910년 8월29일 대한제국이 국권을 상실하고 일제의 무단통치를 겪었다. 1919년 3·1운동을 초석으로 삼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4월11일 설립돼 13일 공포된다. 3·1운동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가 처음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기에 3·1운동 100년이 대한민국 100년인 것이다.” 3·1운동이 그 규모나 역사적 가치로 볼 때 프랑스혁명, 신해혁명 등과 견줄 만한데도 의미를 격하해 ‘운동'이라고 했다는 지적이 있다. 3·1혁명으로 일러야 한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시민위원회 행사에서 얘기한 대로 ‘혁명’이 적합하다. 연인원 220만명이 시위에 참여했고, 7500명이 사망했다. 부상자가 1만5000명이고, 5만명이 검거됐다. 이런 역사적 사건이 ‘운동’으로 표현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더욱이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제국이라는 ‘왕의 나라’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민의 나라’로 국가의 형태가 변화했다. 국제적인 이해를 돕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혁명이 타당하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 귀에 익숙한데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번 기념사업에서도 운동으로 표현한 것 같다. 향후에는 반드시 혁명이라 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일컬어질 것으로 믿는다.” 젊은 세대들은 3·1운동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만 나무랄 일은 결코 아니다. 우리 세대는 대학입시나 취업난 속에서 역사를 그저 시험을 위한 하나의 과목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슬픈 현실이다. 이런 인식을 바꿔 역사를 자부심과 긍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시민위원회의 할 일이라 생각한다. 위원회에 젊은 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위원회 단장으로서 서울 시민들에게 요청하고픈 것이 있다면? “100년 전 3·1운동은 서울, 평양 등 당시 주요 도시에서 시작돼 점차 전국으로 확산됐다. 100년 뒤인 지금 애국의 물결이 자랑스러운 서울 시민들로부터 시작돼 퍼져나간다면 그보다 역사적이고 감동스런 일이 어디 있겠는가?” 김구 선생을 많이 닮은 것 같다. “그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증조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 그때 모습과 더 닮아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자분자분한 말투나 굵지 않은 목소리도 비슷하다고들 하고. 증조할아버지도 체격이 큰 편이셨는데, 가슴이 두툼하고 힘이 센 것은 확실히 집안 내력 같다.” 김 단장은 백범의 둘째 아들인 김신(작고) 전 공군참모총장이 할아버지이고, 김양 전 보훈처장이 아버지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워싱턴대학을 졸업했다. 학사장교로 공군에서 3년 동안 복무하고 중위로 전역한 뒤 2014년부터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는 “집안의 자연스런 분위기로 공군을 가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양 전 처장도 공군 중위로 제대했다. 김 단장은 오는 26일 효창공원 백범김구묘역에서 열리는 추모식과 ‘<백범일지> 낭독회’ 행사에 참석한다. 그날은 백범이 안두희의 흉탄에 쓰러져 세상을 떠난 날이다. 낭독회는 백범의 생일인 8월29일과 <백범일지> 출간일인 11월15일에도 예정돼 있다. 그는 “<백범일지>를 낭독하며 선조들의 애국정신을 기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시민위원회가 하는 일은? “서울시가 벌이는 독립운동 기념시설 조성, 시민 참여 행사와 교육, 독립유공자 예우 강화 등 3대 분야 17개 사업을 기획부터 실행까지 함께한다. 신규 기념사업 제안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등도 중요한 일이다.” 임시정부기념관 설립, 안국역 테마역사 조성 등의 기념사업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했던 일인데,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무관심해 아쉬움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서울시가 준비 중인 임시정부기념관을 국립 시설로 전환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독립운동을 제대로 조명하고자 한다’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100년 전 대한민국 국체를 민주공화국으로 하려고 하신 선대 어른들의 생각을 이어받아 국민이 주권자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기 바란다’는 말과 함께. 그 약속이 온전히 이행되기를 바란다.” 3·1운동 100년이 대한민국 100년인 이유는 뭔가? “1910년 8월29일 대한제국이 국권을 상실하고 일제의 무단통치를 겪었다. 1919년 3·1운동을 초석으로 삼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4월11일 설립돼 13일 공포된다. 3·1운동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가 처음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기에 3·1운동 100년이 대한민국 100년인 것이다.” 3·1운동이 그 규모나 역사적 가치로 볼 때 프랑스혁명, 신해혁명 등과 견줄 만한데도 의미를 격하해 ‘운동'이라고 했다는 지적이 있다. 3·1혁명으로 일러야 한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시민위원회 행사에서 얘기한 대로 ‘혁명’이 적합하다. 연인원 220만명이 시위에 참여했고, 7500명이 사망했다. 부상자가 1만5000명이고, 5만명이 검거됐다. 이런 역사적 사건이 ‘운동’으로 표현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더욱이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제국이라는 ‘왕의 나라’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민의 나라’로 국가의 형태가 변화했다. 국제적인 이해를 돕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혁명이 타당하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 귀에 익숙한데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번 기념사업에서도 운동으로 표현한 것 같다. 향후에는 반드시 혁명이라 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일컬어질 것으로 믿는다.” 젊은 세대들은 3·1운동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만 나무랄 일은 결코 아니다. 우리 세대는 대학입시나 취업난 속에서 역사를 그저 시험을 위한 하나의 과목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슬픈 현실이다. 이런 인식을 바꿔 역사를 자부심과 긍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시민위원회의 할 일이라 생각한다. 위원회에 젊은 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위원회 단장으로서 서울 시민들에게 요청하고픈 것이 있다면? “100년 전 3·1운동은 서울, 평양 등 당시 주요 도시에서 시작돼 점차 전국으로 확산됐다. 100년 뒤인 지금 애국의 물결이 자랑스러운 서울 시민들로부터 시작돼 퍼져나간다면 그보다 역사적이고 감동스런 일이 어디 있겠는가?” 김구 선생을 많이 닮은 것 같다. “그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증조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 그때 모습과 더 닮아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자분자분한 말투나 굵지 않은 목소리도 비슷하다고들 하고. 증조할아버지도 체격이 큰 편이셨는데, 가슴이 두툼하고 힘이 센 것은 확실히 집안 내력 같다.” 김 단장은 백범의 둘째 아들인 김신(작고) 전 공군참모총장이 할아버지이고, 김양 전 보훈처장이 아버지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워싱턴대학을 졸업했다. 학사장교로 공군에서 3년 동안 복무하고 중위로 전역한 뒤 2014년부터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는 “집안의 자연스런 분위기로 공군을 가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양 전 처장도 공군 중위로 제대했다. 김 단장은 오는 26일 효창공원 백범김구묘역에서 열리는 추모식과 ‘<백범일지> 낭독회’ 행사에 참석한다. 그날은 백범이 안두희의 흉탄에 쓰러져 세상을 떠난 날이다. 낭독회는 백범의 생일인 8월29일과 <백범일지> 출간일인 11월15일에도 예정돼 있다. 그는 “<백범일지>를 낭독하며 선조들의 애국정신을 기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