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지하상가 점포 권리금 금지…일부 상인 반발

등록 : 2017-06-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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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 지하상가 모습. 자료사진
서울시가 을지로·명동·강남·영등포 등 시내 25개 구역 지하상가 2700여개 상점의 임차권 거래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흔히 ‘권리금’이라 하는 웃돈을 붙여 점포 운영권을 넘기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서울시는 최근 임차권의 양수·양도 허용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뼈대로 한 ‘지하도 상가 관리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서울시는 “임차권 양수·양도 허용 조항이 의도하지 않게 불법 권리금을 발생시키고, 사회적 형평성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아 금지하기로 했다”며 “행정자치부도 조례로 임차권리 양도를 허용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시의회 의결을 거쳐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를 금지할 계획이다.

개정된 조례의 적용을 받게 되는 지하상가 점포들은 서울시 소유로, 서울시는 그동안 서울시설공단을 통해 점포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어왔다. 임대차 계약은 기간이 통상 5년인데, 점포주가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제3자에게 가게를 넘길 경우 권리금 문제가 발생해왔다.

현행 조례는 점포주가 시설공단의 허가를 받고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도록 했으나, 새 조례는 계약 기간 중 양도를 금지하고 점포를 공단에 반납하도록 바꿨다. 서울시 관계자는 “권리금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적은 없으나 강남역, 반포, 잠실 등 강남권 지하상가를 중심으로 수억원에 이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20년 동안이나 허용해온 권리금 거래를 갑자기 금지하면 재산권 피해가 너무 크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강하다. 회현지하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56)씨는 “1990년대 초 이후 줄곧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고,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도 없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2~3년 전부터 권리금을 내고 화장품 가게 등을 연 사람들은 권리금을 날리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장사가 잘되는 가게의 권리금은 4000만~5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지하상가는 주로 1970~1980년대에 만들어졌다. 대부분 민간이 도로 하부를 개발해 상가를 만들고 장기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반납하는 기부채납 형태였다. 서울시는 1990년대 후반 지하상가가 반환되자, 1998년 임차권 양도 조항이 포함된 현행 조례를 제정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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