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사성어

역발상의 부 축적

도주지부(陶朱之富) 질그릇 도, 붉은 주, 갈 지, 부유할 부 인기아취(人棄我取) 사람 인, 버릴 기, 나 아, 취할 취

등록 : 2017-06-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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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은 성공한 부자, 사업가들의 이야기다. 중국인들이 대사업가의 상징으로 여기는 범려(范), 상업의 원조로 치는 백규(白圭) 같은 인물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도주지부(陶朱之富)는 범려와 같은 사람이 이룬 부를 말하고, ‘남이 거들떠보지 않는 것을 나는 가져다 쓴다’는 뜻의 인기아취(人棄我取)는 백규의 유명한 사업 원칙으로 지금껏 회자된다.

범려는 초나라의 가난한 선비. 신분이 낮아 출세하기 어렵자, 월나라로 가서 20여년 동안 월왕 구천을 보좌해 월나라를 강국으로 만든다. 권력이 정점에 이르자 그는 과감하게 벼슬을 내던지고 제2의 인생을 선택한다. 범려는 멀리 제나라로 가 이름을 주(朱)로 바꾸고, 장사 환경이 좋은 도(陶) 땅을 골라 무역으로 큰 부를 일궜다. 사마천에 따르면 범려는 19년 동안 세번 큰돈을 벌어 두번을 가난한 친구들과 먼 친척들에게 나눠주었다. 사마천은 범려의 시혜에 대해 “부란 덕을 베풀기 좋은 수단”(富好行其德者)이라고 정의했다. 당시 사람들은 이런 범려를 도주공(陶朱公)으로 높여 불렀고, 도주지부(陶朱之富)는 덕 있는 부의 상징이 되었다.

부가 의(義)일 수는 없지만, 부귀가 빈천보다 좋은 것은 만고불변이다. 대체로 “인심이란 자기보다 열배 부자면 몸을 낮추고, 백배 부자면 두려워하고, 만배 부자면 그 집 하인도 될 수 있는 것이 사물의 이치”이다.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부를 족하게 여기는 것이 선비의 현명함”이라면, 가난한 서민이 부유해지려고 애쓰는 것 또한 세상의 이치이다.

가난을 면하는 데 정해놓은 묘수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사마천은 말한다. “비단에 수를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당장 저잣거리로 나가라. 상업은 직업으로는 말단이지만, 가난한 자가 부를 얻는 데 이보다 빠른 길이 없다.”

백규는 중국에서 사업가의 원조로 치는 사람이다. 그의 사업 방식은 “시세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남이 버리면 나는 취하고(人棄我取), 남이 취하면 나는 내놓는다(人取我與)”는 역발상이다.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실로 간단치 않다.

범려나 백규 모두 ‘흙수저’ 출신이었다. 편하고 안전한 곳에선 재화가 늘지 않는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자리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금수저’를 쥐기 어렵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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